[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이용은 구식 선수다. 팀을 위해 몸을 바쳐가며 축구를 한다. 이용은 ‘2018 러시아월드컵’ 직전 당한 이마 부상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채 통증을 참고 대회를 소화했다.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월드컵 F조 3차전을 치른 한국은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같은 시간 스웨덴이 멕시코룰 꺾으며 한국은 조 3위에 그쳐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유종의 미를 거둔 데 의의를 뒀다. 한국의 대회 성적은 1승 2패다.

이용은 대회 전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11일 세네갈전에서 이마 왼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운동능력에 문제가 없는 부상이라 훈련을 하루 거른 뒤 팀 스케줄을 정상 소화했지만, 가벼운 상처는 아니었다. 찢어진 자리가 깊어 안에서 한 번 꿰매고 겉에서 또 꿰맸다.

이용은 18일 스웨덴과의 1차전에 유니폼 색과 맞는 흰 색 헤어밴드를 차고 상처를 보호했다. 경기 중 피가 배어나와 끝날 때 즈음에는 헤어밴드가 검붉게 물들었다.

이후 경기를 치르며 상처 부위가 살짝 부어올라 욱신거렸다. 이용은 컨디션이 살짝 떨어졌지만 뛸 만하다고 말하며 통증을 견디고 그냥 뛰었다.

이용의 에이전트인 최동현 그라운드스타스포츠그룹 실장은 이용이 경기력 저하 없이 뛸 수는 있었으나 부상 부위 통증은 늘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이용이 전반전 끝나면 90분 뛴 기분이었다고 하더라.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피가 배어나오고 붓는 가운데 잘 활약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용은 잔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첫 경기에서는 몸싸움 중 근육에 충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상태였다. 흔히 ‘시그니’라고 부르는 상태다. 경기력이 약간 저하되기 때문에 교체 카드가 충분하다면 다른 선수로 바꾸는 종류의 가벼운 부상이지만 당시 한국은 박주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먼저 교체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용 정도의 부상에 두 번째 교체카드를 쓰기 힘들었다. 이날 이용이 특유의 크로스와 악착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건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독일전에서 이용은 토니 크로스의 킥을 몸으로 막아서다가 사타구니에 공을 맞았다. 고환 통증으로 쓰러져 화제가 됐다. 한국 축구 팬들은 이용에서 동그라미 두 개를 뺀 ‘이ㅛ’을 비롯해 ‘일용’ ‘심용’ 등 다양한 별명을 만들었다. 경기 후 이용은 “이상한 걸로 화제가 됐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라며 웃어보였다. 특유의 스타일대로 몸을 바쳐 뛰다가 여기저기에 통증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용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풀타임 출장에 성공했다. 두 대회 풀타임은 이용, 김영권 두 명뿐이다.

이용의 부상 사연은 지난 201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생긴 스포츠탈장에서 회복하기 위해 국내, 일본, 독일을 다니며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를 거의 날리며 월드컵 참가가 어려워보이기도 했다. 이용은 지난해 말 독일에서만 두 번째 수술을 받아 마침내 스포츠탈장으로 인한 통증을 없애고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 국가대표급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다.

이용은 탈장을 고쳐 준 독일을 상대로 이겼다는 게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기에 이번 승리가 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수술해 준 의사분들은 내가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길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후회하고 계실 수도 있다. 휴가 때 독일 한 번 더 가야겠다”라는 농담을 지인들에게 했다.

이용은 기성용, 구자철, 손흥민처럼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브라질월드컵 때 1승도 못 하고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는 걸 조용히 한으로 품고 있었다. 독일전 승리를 통해 월드컵 첫 승을 거둔 것이 이용의 축구 인생에 큰 의미가 있다. 늦깎이 대표 이용은 브라질월드컵 당시 동료들보다 나이가 많은 32세고, 이번 대회 최고참이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일 가능성이 더 높기에 1승이 절실했다.

이용을 비롯한 수비진이 기대 이상의 수비력을 보인 건 한국이 독일전에서 승리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특히 이용은 ‘공격형 풀백’이라는 기존 평가와 달리 월드컵 세 경기에서 건실한 수비를 끊임없이 해냈다. 수비수들이 늘 말하듯 끝없는 미팅과 훈련으로 조직력을 높이고,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경기에 임한 것이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이용은 32세 나이에 월드컵 승리를 겪으며 더 성장했다.

사진= 그라운드스타스포츠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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