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반 사람 반.. "곧 세계 4대 도서전 될 겁니다"

곽아람 기자 2018. 6.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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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바꾼다] [5] 서울국제도서전 윤철호·주일우
존폐의 기로에 서 있던 도서전.. 독자참여형으로 대흥행 일군 主役

"출판사들 상대로 수익을 올리려 했던 관행을 버렸죠. 축제의 장이라는 원래 목적에 맞게 개편한 것이 주효했습니다."(윤철호)

"무조건 독자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행사가 돼야 한다고 믿었어요. 독자가 참여하는 여러 이벤트로 책과 사람 사이 다리를 놓았죠." (주일우)

2018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이틀째인 지난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평일인데도 전시장 입구엔 긴 줄이 늘어섰다. 북새통인 전시장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회장 윤철호(57) 사회평론 대표와 대외협력상무 주일우(51) 이음출판사 대표가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환골탈태한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역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의 판을 바꾼 윤철호(왼쪽)와 주일우는“오롯이 책의 힘에 이끌려 도서전에 온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작년 2월 윤 대표가 신임 출협 회장으로 선출됐을 때 겨우 넉 달 남은 도서전은 골칫거리였다. 2014년 도서 정가제 시행 이전엔 엄마들이 아이 전집 싸게 사러 들르는 '책 떨이 행사'에 그쳤고, 정가제 시행 후엔 존폐의 기로에 섰다. '망해도 우리 책임은 아니다'고 때우고 넘어갈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안 되겠더라고요. 도서전이 안 되니 출판사 사장님들이 기가 죽어요. '역시 출판은 안돼'라는 패배주의? '이건 아니다' 싶었죠."(윤철호)

획기적인 '변신'이 필요했다. 주일우 대표가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등 아이디어 넘치는 출판계 후배들과 의기투합해 머리를 짜냈다. 버튼을 누르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 문학 작품의 한 구절이 프린트돼 나오는 문학 자판기, 유명 저자가 독자와 대화 후 책을 추천해주는 '독서 클리닉' 같은 이벤트가 생겨났다. '재미있다'는 소문이 소셜네트워킹을 통해 퍼지면서 관객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윤 대표는 "할인 혜택에 끌려서가 아닌 책을 정말 좋아하고 즐기는 마니아로 관객층이 확 바뀌었다"고 했다. 대형 서점은 잘 팔리는 책만 앞세우고, 동네 서점은 주인장 취향에 맞춰 '북 큐레이션' 하는 시대, 어디서도 주목받지 못한 책들이 도서전을 통해 독자를 만났다. "대형 마트만 다니던 사람들에게 작은 상점들이 모여 있는 책의 골목을 뒤지며 찾아가는 재미를 안겨준 거죠. 편집자들의 에너지가 독자들을 끌어당겼다고 할까요."(윤철호)

결과는 대성공. 지난해 관객 수는 전년 대비 두 배 늘며 20만2297명이 입장했다. 올해는 더 발전했다. 지난해엔 주최 측에서 "속는 셈치고 한 번만 나와 달라"고 읍소해 국내 출판사 158곳이 참가했지만 올해엔 자발적으로 참가 신청한 출판사만 173개다. 매출도 성장했다. 출협 측은 "문학동네 매출이 작년 대비 15% 증가했고, 은행나무는 두 배 증가, 북스피어는 300% 올랐다. 올해부터 다시 참가한 민음사도 매우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도서전에서 만난 윤지원(29·회사원)씨는 "예전엔 책보다 팬시용품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올해는 책 본연의 모습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올해 가장 공들인 이벤트는 '여름, 첫 책'. 각 출판사가 '미는' 6월 신간 중 10권을 선정해 첫선을 보인 행사로 판타지 소설가 이영도가 10년 만에 내놓은 '오버 더 초이스' 등이 독자들을 만났다. "작가 파워가 도서전 흥행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는 주일우 대표의 예상대로 이영도·유시민·김탁환 등 저자들과의 만남은 대성황을 이뤘다.

해외 출판사들의 관심도 부쩍 커졌다. 주빈국 체코를 포함해 해외 참가 출판사가 지난해 17개국 80개사에서 32개국 91개사로 늘었다. 도서전을 국제적 행사로 성장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 "10년 안에 프랑크푸르트, 볼로냐, 과달라하라를 잇는 세계 4대 도서전으로 키울 겁니다."(윤철호) "벌써 러시아와 헝가리에서 내년 주빈국 신청이 들어왔어요. 곧 베이징 도서전부터 앞지를 겁니다."(주일우) 두 남자가 호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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