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가덕도 신공항 주장 타당하지 않다읽음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부산 가덕도에 영남권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해묵은 지역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오거돈 당선인은 27일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가덕도 해상 330만㎡ 부지에 길이 3.5㎞의 활주로가 들어서는 중장거리 노선 중심의 공항을 2028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의 대안으로 이미 확정한 김해공항 확장안은 소음과 안전 문제로 폐기가 불가피한 만큼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오 당선인은 “단순히 부산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봤을 때 이 시점에서 어디가 가장 좋은 곳인지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오 당선인은 6·13 지방선거 때부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선거승리로 신공항에 대한 민의가 확인됐다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우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은 2년 전인 2016년 정부와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 간의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당시 해외 전문기관의 판단까지 받아가며 ‘김해공항을 5조9000억원을 들여 확장하고 대구통합공항을 짓는’ 조정안으로 가까스로 갈등이 봉합됐다. 정권과 광역단체장이 바뀌었다고 합의를 번복하면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 합의를 번복해야 할 특별한 ‘사정변경’이 생긴 것도 아니다.

영남권 신공항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지면서 10년 가까이 영남권 갈등의 핵이었다. 판도라 상자를 다시 열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명분과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 당선인의 주장 대부분은 2년 전 합의 당시 지적된 내용의 되풀이일 뿐 새로운 논리도, 충분한 설득력도 없다. 애초에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부산시의 범위를 넘는 초대형 국가사업이다.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사업을 정부가 면밀하고 균형있게 판단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김해 신공항을 최적 입지로 결정한 만큼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정부는 공항 위치 변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오 당선인이 신공항 문제에 집착하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에까지 부담을 주게 된다. 대구·경북 지역 여론은 이미 들끓고 있고, 야당에서는 “지방선거 승리에 도취돼 지역 패권주의에 나서는 오만함을 드러낸 것”(바른미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민심을 이런 식으로 실망시키면 지방선거 압승이 역풍이 될 수도 있다. 오 당선인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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