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온라인 예매사이트 ‘예스24’에서는 그룹 엑소의 서울 앙코르 콘서트 티켓팅이 진행됐다. 수많은 팬들이 몰린 탓에 티켓팅이 시작되기도 전에 서버가 마비되는 등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이런 가운데 콘서트 표 전문 암표상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의 표를 선점한 뒤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면서 콘서트 표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천정부지로 솟은 푯값 앞에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이다. 온라인 티켓 예매와 관련된 법규도 따로 마련되지 않아 팬들의 항의와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 한 아이돌 팬의 하소연 “‘플미티켓’ 도대체 언제 풀리나요?”
대학생 A씨도 엑소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동네에서 가장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PC방을 찾아 예스24 예매사이트에 접속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좋은 좌석을 선점한 암표상들로 인해 예매에 실패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예매와 관련된 법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온라인 예매사이트 자체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한 모니터링 과정을 통해 비정상적인 프로세스의 예매내역(매크로, 개인 간 거래 등)을 적발 시 예매를 취소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됐다. 티켓 배송일이 다가오도록 소위 ‘플미티켓(입장권 원가의 수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은 티켓)’는 취소되지 않았던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예스24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플미티켓이 언제 취소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회사 규정상 정확한 일정은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내일이 티켓 배송일인데 아직도 플미티켓을 취소하지 않았다면 그 표는 어떻게 되나? 그냥 구매자한테 가는 건가?”라고 묻자 “상황에 따라 현장 판매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신고건이 워낙 많은데 그중에서도 증빙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많아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배송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답했다.

A씨는 해당 문제로 하루 종일 예매사이트와 씨름했지만 결국 부정 티켓들은 취소되지 않았다. 사측에서는 “신고를 했어도 무조건 강제 취소가 된다는 보장도 없으며 신고량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누락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미 몇 건은 취소됐다”며 “취소된 티켓이 언제 다시 풀리게 될지는 정확하게 알려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취소표 재판매와 관련해 기획사에서 내려온 공지가 없다”며 “진행 중인 건 맞지만 처리 결과는 모르고, 따로 공지는 없을 예정이다. 대행업체가 진행할 예정이니 그쪽으로 문의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 고척돔 4층이 무려 25만원?… “이 정도는 양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돌 팬덤의 소통 매개인 트위터 등 SNS에선 콘서트나 팬미팅 등의 티켓에 웃돈을 붙여 파는 암표상들이 즐비하다. 어쩔 수없이 암표상들이 파는 티켓을 사는 소비자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검색창에 ‘#양도’ 태그를 검색하면 남는 표를 양도한다는 글, 표를 못 구했으니 양도받겠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양도하겠다는 글엔 웃돈을 먼저 제시하라는 글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양도 시장에선 기본 20~40만원에 티켓이 되팔리고 있었다. 심지어 무대와 가장 멀리 떨어져 ‘하느님석’이라고 불리는 고척돔 4층마저 25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고척돔 4층은 무대와 좌석이 너무 멀어 팬들도 꺼리는 자리다.


개인 간 티켓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 ‘티켓베이’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판매자가 표를 팔겠다고 올리고 구매 의향이 있는 사람이 구매 의사를 밝히면 티켓베이 측에서 수수료를 받고 안전거래를 보장해준다. 일종의 ‘공개된 암표 거래 사이트’인 셈이다. 이곳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다. 공연 날이 다가올수록 티켓 갑을 오르고, 현재 80만원까지 오른 티켓도 찾아볼 수 있다.

◆ 온라인 티켓 매매 암표상들, 처벌할 수는 없을까?
매크로 프로그램은 단순 반복 작업(마우스, 키보드 조작 등)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다. 즉 여러 번 해야 할 동작을 한 번의 클릭으로 자동 실행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프로그램이 반복 작업을 대신해줘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으나 최근 암표상들이 콘서트 티켓 등을 대량 구매하는 데 사용하는 편법수단이 됐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법적 규제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매크로 프로그램 활용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었다 해도 사업자가 경제적인 피해를 받지 않을 경우 처벌에 한계가 있다. 또한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목적인 인터넷 사이트의 안정성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닌 경우 해당 행위를 처벌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온라인 암표 매매 행위는 단속이나 처벌 대상이 아니라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월 공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매크로를 통해 구입한 표를 자신이 매입한 가격 이상을 받고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위반할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 의원 측 관계자는 “(현행법은) 피해는 소비자가 입는데 처벌은 사업자가 입었을 때 가능하다”면서 “조직적인 암표상들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발의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법안은 소관위 접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아이돌 팬들뿐만 아니라 온라인 예매 사이트 역시 반기는 분위기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그동안 불법 예매를 강력하게 조치하는 데에 한계가 많았지만 법안이 시행되면 강력 조치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매크로 감지 시스템도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스24 관계자도 “이 같은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안이 시행되면 팬들이 좀 더 수월하게 예매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온라인상 활동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매크로가 악용되는 분야도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따라서 관련 법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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