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희 "정신적으로 고통컸던 비정한 엄마 연기, 미혼이라 가능했다"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오효진 기자] 배우 고성희가 미혼 임에도 엄마 연기가 가능했던 비결을 털어놨다.
고성희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을 찾아 KBS2 수목드라마 ‘슈츠’(극본 김정민·연출 김진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성희는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분노의 윤리학’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고성희는 드라마 ‘미스코리아’, ‘야경꾼 일지’, ‘스파이’, ‘마더’, ‘슈츠’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히 연기 내공을 길렀다. 특히 고성희는 지난 14일 종영한 ‘슈츠'에서 법무법인 강&함의 법률보조 사무 주임 김지나 역을 맡아 일도, 사랑도 화끈하게 해내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동경을 불러 일으켰다.
이와 관련 고성희는 “지나는 실제 고성희와 정말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면서도 사랑관만큼은 달랐다고 했다. 특히 연우(박형식)가 가짜 변호사란 사실을 알고 잡혀갈 위기에 처했음에도 기다리겠다 선언한 것만큼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고성희는 사랑을 할 때 어떤 사람일까. 그는 “실제로 사랑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집중한다. 그런 제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작을 잘 하지 못한다. 정말 마음이 깊어졌다고 생각해야 연애를 시작할 수 있다”며 “일과 사랑 두 가지 다 잘하고 싶지만, 사랑을 하면 감정 소모가 커지는 만큼 밸런스를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다”고 연애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털어놨다.
고성희는 일과 사랑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거듭해본 만큼 여배우로서 연애, 결혼에 대해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 이후 2년 간 휴식기를 가지며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던 만큼 연애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선배 이보영 지성 부부를 보며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고성희의 결혼관까지 뒤흔들게 한 이보영을 만나게 해줬던 작품이 지난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마더’였다. 고성희는 ‘마더’를 촬영하며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게 된 작품이라 소회했다. 고성희는 극 중 어린 나이에 딸 해나(허율)를 출산한 탓에 모성애가 결핍된 자영 역을 맡았다. 특히 자영은 남자친구 설악(손석구)이 딸 해나를 폭행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관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고성희는 “사실 ‘마더’ 출연을 결정한 뒤 스스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도 제가 결혼이나 출산 경험이 없는 만큼 자영 역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래도 잘 해내고 싶었고, 다행히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물론 촬영 할 때는 한 신만 찍어도 모든 기운이 빠져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성희는 “모성애는 제가 경험해 보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상상조차 되지 않더라.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깐 자영이가 일반적인 모성애를 가진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자영이한테 해나는 딸이 아니라 친구고, 자매고, 어쩔 때는 애완동물 같은 내 곁에 있는 인물이었다”고 자영 캐릭터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고성희는 ‘마더’가 끝난 후 꽤 오랜 시간 심적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고. 그는 “‘마더’를 성공적으로 잘 마쳤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마더’가 끝난 후 곧바로 ‘슈츠’를 넘어가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저 스스로 캐릭터에 이입을 못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밝혔다.
고성희는 자신 우려와 달리 ‘마더’ 이후 약 한달 만에 시작한 ‘슈츠’에서 자영이의 강렬한 인상을 지우고 패러리걸(법률사무 보조원) 지나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그는 “다행히 지나가 저와 닮은 지점이 많았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었던 거 같다. 감독님 역시 ‘마더’를 훌훌 털어내고 고성희로 돌아오라고 하더라. 그 말에 용기를 얻고 더 열심히 촬영에 매진했다”면서 연달아 변화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감독 및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고성희는 “내년이 되면 서른이 된다. 20대 마지막과 서른을 시작할 때도 여전히 일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 ‘20대를 열심히 살았구나. 대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20대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30대에 접어들면 조금 더 탄탄하게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돼 가는 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서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는 만큼 항상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덧붙였다.
오효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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