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타민족 배척하며 아이에게 세상 사랑하라 하겠나"

남정호.최익재.박유미.하남현 입력 2018. 6. 27. 01:04 수정 2018. 6. 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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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제주포럼 개막
길 위의 사람들 .. 난민 특별세션
제주도 예멘인 난민 549명 놓고
국민인권, 난민인권 하며 갈등 안 돼
정부·국민 머리 맞대 해법 찾아야
세계 난민 6850만, 태국 인구 맞먹어
매일 4만4500명이 집 잃고 떠돌아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씨가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주포럼’ 특별세션(길 위의 사람들)에서 난민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 549명이 순혈주의가 익숙한 한국 사회에 던진 파장은 크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난민 문제가 우리의 문제로 다가왔다. 26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제주에 온 예멘 난민 문제를 국가적 차원의 현안으로 다뤄 달라고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제13회 제주포럼에서도 난민 문제가 비중있게 다뤄졌다. 중앙일보가 준비한 ‘길 위의 사람들: 세계 난민 문제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의 특별세션에서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씨가 김필규 JTBC 앵커와 함께 대담에 나섰다. 정씨는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20일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오늘 #난민과 함께해 주세요. 이들에 대한 이해와 연대로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씨는 이날 행사에서 “매해 하던 것과 똑같이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기구의 공식 입장문을 게재했는데 거기(댓글)에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거론됐다”며 “지금은 찬성과 반대 입장을 따지기 전에 이해와 관점의 차이를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네팔(2014년)·남수단(2015년)·레바논(2016년)·이라크(2017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로힝야 난민촌(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에 다녀왔다. 매년 5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놓고 있다. 매년 계속해 온 난민 지원이지만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진 뒤부터 그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정씨는 “캠프를 방문하면서 수없이 많은 난민과 실향민들을 만나며 ‘이 거대한 세계적 문제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까, 내가 너무 큰 숙제를 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먼 나라 얘기였기 때문에 대부분 관용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셨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 다수의 난민이 제주도에서 신청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에 도착한 549명의 예멘인 가운데 486명에 대한 난민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제주도에 비자 없이 들어올 수 없는 국가에 예멘이 추가(현재 12개국)됐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정씨는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에 예멘을 넣은 것은 인권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자를 통해 난민의 입국을 제어하겠다는 것은 난민이 어느 나라에 가서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위험성이 내포돼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중에게 인권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막연하고 어려운 얘기일 수 있다. 제주도민들께서는 제주도가 다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반감이나 불안감이 있을 수도 있다”며 “출도(出島)를 제한했기에 마치 제주도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을 만들어낸 것 같다. 출도를 허가했다면 예멘인이 서울 등 커뮤니티에 자리 잡고 도움을 받으며 어렵더라도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제주도나 중앙정부의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난민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근본적인 사회 현상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정씨는 “엄마들이 자식을 키우기 힘들고, 2030세대가 사회로부터의 박탈감과 취업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으며, 여성은 늘 범죄에 노출돼 있는 불안한 마음이 있기에 500명의 난민이 갑자기 도화선이 됐다. 그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우리도 힘들잖아’라는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국민의 얘기들을 귀담아들어 그런 불만을 같이 해결해 나가고, 국민은 정부가 (난민 문제에서) 국제사회에서 떳떳할 수 있도록 차분한 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현명하게 찾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근거가 빈약한 정보나 과장된 정보로 논의의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 인권보다 난민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거냐고 묻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날 원고도 없이 즉흥 질문까지 받으면서 난민 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를 전달했다. 김 앵커와 이어진 주요 문답.

제13회 제주포럼이 26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렸다. 행사 첫날 환영 만찬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 니킬 세스 유엔훈련연구기구 사무총장 (2) 서정하 제주평화연구원장 (3)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4) 얼지사이한 엥흐툽신 몽골 부총리 (5) 밀라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부인 (6)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7)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8) 원희룡 제주지사 (9) 강윤형 제주지사 부인 (10)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11) 올가 예피파노바 러시아 하원 부의장 (12) 공로명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13) 마쓰가와 루이 일본 자민당 의원 (14)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 (15)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16) 심재권 국회 외통위원장 (17)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18)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19) 강창일 민주당 의원 (20)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자민당 의원 (21) 박병석 민주당 의원 (22) 유승희 민주당 의원 (23) 김한정 민주당 의원 (24) 와타나베 슈 일본 국민민주당 의원 (25) 우라노 미유키 (26) 이수훈 주일 대사 (27) 혼다 히라나오 일본 입헌민주당 의원 (28)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29) 다케다 료타 일본 자민당 의원 (30) 도야마 기요히코 일본 공명당 의원 (31) 서영교 민주당 의원 (32) 노웅래 민주당 의원 (33) 박명림 연세대 교수 (34) 이토 신타로 일본 자민당 의원 (35)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36)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37)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 (38)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39)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 (40) 덴김 바딤 러시아 하원의원 (41) 도로킨 파벨 러시아 하원의원 (42)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43) 옌쉐퉁 칭화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장. [김경록 기자]
제주포럼 참석자

Q :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를 맡은 계기는.

A : “기구가 먼저 요청해 왔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더 미루지 말고 용기를 내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미션을 거듭할수록 만만치 않은 일을 맡았구나 느꼈고, 책임감이 더 불어났던 것 같다. 2017년 난민 수는 6850만 명이나 된다. 태국 인구와 맞먹는다. 그중 2540만 명이 국경을 넘고, 4000만 명이 국내 실향민이다. 매일 4만4500명이 집을 잃고, 2초마다 한 사람이 집을 잃어가고 있다(※정씨는 이 숫자를 외워서 말했다). 이 숫자가 왜 중요하냐면 결국 한 특정 사회나 국가가 책임질 수 없는 거대한 세계적 문제라는 것을 계속해서 경고하기 위해서다. 엄청난 수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기에 결국 이 먼 나라까지 흘러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Q : 난민이 많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 “끊이지 않는 전쟁과 분쟁이다. 어떤 분은 ‘왜 종파싸움에 우리가 신경써야 돼?’라고 반문하는데, 분쟁의 이면에 서구 열강의 이해관계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분쟁과 전쟁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발생 원인은 정치적 방안 외엔 해결방안이 없다. 각 국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그 나라의 국민들이다. 친선대사로서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은 일반인들에게 난민의 고통, 그 난민들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 공유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원인에 대한 심각성을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면 전쟁과 분쟁에 대한 해결방안을 국제사회가 함께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매년 한 지역의 캠프를 찾았고, 올해도 하반기에 캠프에 갈 계획이었는데 우선 우리 사회가 부닥친 이 문제부터 잘 해결할 수 있게 한 다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겠다. 이 자리도 그런 자리다. 자국민 보호도 필요하지만 난민 문제, 인권 문제는 세계 안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과도 맞물려 있다.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문제다. 타인종·타민족·타종교를 배타적으로 대하면서 어떻게 우리 아이에게 ‘너는 세상을 사랑해라’ ‘너는 세상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나. 이해나 관점의 폭을 조금 더 확장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정씨는 행사가 끝난 뒤 저녁 늦게 제주시 예멘 난민 숙소를 비공개 방문했다.

◆ 특별취재팀=남정호 논설위원, 최익재·박유미·하남현 기자 nam.j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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