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나무' 없어진다..경남도 27일 오후 3시 철거
위성욱 2018. 6. 26. 20:30
이 나무와 얽힌 사연은 이렇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남도지사로 일하던 2016년 6월 1일 경남도청 정문 앞 화단에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해 사과나무를 심도록 지시했다. 홍 지사 취임 이후 3년 6개월 만에 1조3488억원에 달하던 경남도의 빚을 모두 다 갚은 것을 기념하는 의미였다. 당시 홍 지사가 직접 나무를 심을 위치와 나무 종류도 골랐다고 한다. 이 나무를 ‘홍준표 나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뒤 징비록을 썼다.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되어,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누가 도지사로 오든지 사과나무를 보면 빚을 낼 엄두를 못 낼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과나무는 몇달 못 가 말라죽었다. 도는 사과나무 식수 6개월 뒤 주목으로 나무를 교체했다. 하지만 이 주목도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고사위기에 놓였다. 경남도는 나무 위에 가림막을 치고 영양제를 주는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나무 살리기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 나무도 결국 죽어 지난해 4월 또다른 주목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이 나무마저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들시들한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홍준표 나무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됐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해 9월 5일 ‘채무제로기념식수’ 표지석 앞에 홍준표 전 지사를 비판하는 팻말을 세워놓았다. 그 팻말에는 ‘홍준표 자랑질은 도민의 눈물이요. 채무제로 허깨비는 도민의 피땀이라. 도민들 죽어날 때 홍준표는 희희낙락. 홍준표산 적폐잔재 청산요구 드높더라’라고 적었다.
이 단체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후인 지난 19일 다시 같은 자리에 ‘홍준표 염치 제로 나무 철거. 홍준표 적폐나무 즉각 철거하라’고 쓴 말뚝을 박아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남겨놓은 적폐는 반드시 청산돼야 할 것이다”며 “그 중 하나인 채무 제로 기념식수를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김영만 적폐청산 경남 운동본부 상임의장은 “‘채무 제로 나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도지사가 기념식수를 할 수 있지만, 황당한 치적을 내세우며 경남도민의 꿈과 희망을 표현한 ‘낙도의 탑’ 앞을 가리고 있다”며 “새 도지사가 화합, 협치를 말하며 넘어가 버리면 결코 안 된다. 새 도정이 들어서면서 나무를 제거하지 못하면, 도민의 저항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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