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나무' 없어진다..경남도 27일 오후 3시 철거

위성욱 입력 2018. 6. 26. 20:30 수정 2018. 6. 27. 06: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청 정문 앞에 심겨진 '홍준표 나무'. 위성욱 기자
경남도청에 있는 이른바 ‘홍준표 나무’가 없어진다. 경남도는 도청 정문 화단에 심어진 ‘홍준표 나무(채무제로 기념식수)’를 27일 오후 3시 철거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나무와 얽힌 사연은 이렇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남도지사로 일하던 2016년 6월 1일 경남도청 정문 앞 화단에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해 사과나무를 심도록 지시했다. 홍 지사 취임 이후 3년 6개월 만에 1조3488억원에 달하던 경남도의 빚을 모두 다 갚은 것을 기념하는 의미였다. 당시 홍 지사가 직접 나무를 심을 위치와 나무 종류도 골랐다고 한다. 이 나무를 ‘홍준표 나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뒤 징비록을 썼다.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되어,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누가 도지사로 오든지 사과나무를 보면 빚을 낼 엄두를 못 낼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5 경남도청 정문에 심어진 채무제로 기념 나무 앞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나무의 철거를 요구하는 팻말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사과나무는 몇달 못 가 말라죽었다. 도는 사과나무 식수 6개월 뒤 주목으로 나무를 교체했다. 하지만 이 주목도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고사위기에 놓였다. 경남도는 나무 위에 가림막을 치고 영양제를 주는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나무 살리기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 나무도 결국 죽어 지난해 4월 또다른 주목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이 나무마저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들시들한 상황이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중앙 포토]

이 과정에서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홍준표 나무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됐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해 9월 5일 ‘채무제로기념식수’ 표지석 앞에 홍준표 전 지사를 비판하는 팻말을 세워놓았다. 그 팻말에는 ‘홍준표 자랑질은 도민의 눈물이요. 채무제로 허깨비는 도민의 피땀이라. 도민들 죽어날 때 홍준표는 희희낙락. 홍준표산 적폐잔재 청산요구 드높더라’라고 적었다.
이 단체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후인 지난 19일 다시 같은 자리에 ‘홍준표 염치 제로 나무 철거. 홍준표 적폐나무 즉각 철거하라’고 쓴 말뚝을 박아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남겨놓은 적폐는 반드시 청산돼야 할 것이다”며 “그 중 하나인 채무 제로 기념식수를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13 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을 내놓았다.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여의도 당사를 떠나고 있다. [중앙 포토]

김영만 적폐청산 경남 운동본부 상임의장은 “‘채무 제로 나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도지사가 기념식수를 할 수 있지만, 황당한 치적을 내세우며 경남도민의 꿈과 희망을 표현한 ‘낙도의 탑’ 앞을 가리고 있다”며 “새 도지사가 화합, 협치를 말하며 넘어가 버리면 결코 안 된다. 새 도정이 들어서면서 나무를 제거하지 못하면, 도민의 저항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나무. 위성욱 기자
결국 경남도는 고민 끝에 홍준표 나무를 철거하기로 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이 간부들의 의견을 수렴해 철거를 결정했다”며 “나무가 3그루째 고사를 했고, 도민들의 철거 요구도 계속돼 새로운 지사가 취임하기 전 철거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지난 지방선거에 패해 대표직을 사임한 홍준표 전 대표의 모습이 저 나무와 오버랩 되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