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 대선 당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비주류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의 모습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 그의 지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사진 블룸버그
2016년 미 대선 당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비주류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의 모습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 그의 지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사진 블룸버그

트럼프의 미국(Trump’s America)
뉴트 깅리치|센터 스트리트
13.99달러|352쪽

미국 대선을 17개월 앞둔 2015년 6월,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건물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대통령 출사표를 던졌을 때 미국과 세계의 반응은 신선한 가십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8년 만의 정권 탈환을 노렸던 공화당으로서는 트럼프의 존재 자체가 골칫거리였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비교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로 봤던 데다, 일부 지지층을 제외하면 적극적인 반대파가 가장 많은 정치인이었다.

이런 분위기의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를 주시한 인물이 있었다. 20년간 하원의원으로 재직하며, 하원의장까지 올랐던 공화당 보수파의 대부 뉴트 깅리치다. 깅리치는 한 인터뷰에서 그를 일찌감치 주목한 이유로 “트럼프가 힐러리를 상대할 만한 순수한 힘을 가진 인물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최악의 힐러리보다는 미국의 미래를 위한 더 나은 도박이라는 계산이었다”고 회고했다.

깅리치는 만년 야당 공화당을 40년 만에 다수당으로 끌어올린 변화의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당내 파란을 몰고와 예측을 뒤엎는 승부를 이어간 트럼프에게 동질감을 느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깅리치는 공화당 안에 낙태 반대, 총기보유 인정 등 강경 보수 기치를 내세운 반란 세력을 조직, 이를 기반으로 1994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깅리치는 트럼프를 ‘파괴자(disrupter)’ ‘해적(pirate)’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깅리치가 정치 전성기 때 자신에게 쓰던 말이었다.


트럼프 그리고 트럼프가 주도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킹메이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트럼프에 대한 두번째 책 ‘트럼프의 미국’을 냈다. 부제는 ‘우리 국가의 위대한 복귀에 대한 진실(The Truth about Our Nation’s Great Comeback)’이다. 앞서 ‘트럼프 이해하기(Understanding Trump)’를 낸 지 일년 만이다. 전작이 2016년 대선 캠프 고문으로 가까이에서 경험한 트럼프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책에서는 집권 이후의 트럼프와 미국 사회, 경제 변화상을 서술했다.

깅리치는 “아내의 바티칸 대사 임명으로 로마와 미국을 오가던 중에 역사 속 미국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 두번째 책을 쓰게 된 계기”라고 헤리티지재단 강연에서 말했다. 그는 이 책에서 트럼프가 미국-멕시코 장벽 건설, 중국과의 무역 전쟁, 감세·규제 철폐 등 각종 정책으로 ‘미국의 복귀’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 보수파가 그리워하는 ‘레이건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지금 마음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단어를 묻는 질문에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미국”이라고 답하는 깅리치. 그가 겪은 트럼프는 어떤 사람일까. 최근 ABC뉴스와 각종 강연에서 깅리치는 “그는 예측 불가하고 어떨 때는 매우 파괴적이지만 또 무척 일관성이 있다”면서 “전술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같이 일해본 사람 중 가장 특별하다”고 말했다.

주류 언론과 대립각을 세운 트럼프 업적에 대한 책이라 출간 후에도 폭스뉴스와 같은 친(親)트럼프 성향의 언론을 제외하고는 반응이 냉담한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트럼프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44%로 취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에서 분열과 대립이 왜 커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공화당 내부자 시각으로 쓴 책이라 더 흥미롭다.


생각을 멈추고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
멍 때리기의 기적
스리니 필레이|김영사
1만5800원|360쪽

“우리의 뇌는 비집중 모드일 때 가장 창의적이다.” 흔히 우리는 집중하지 못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팀을 좀 더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계획을 좀 더 상세하게 수립하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일정표, 할 일 목록, 소음 차단 헤드폰 등 정신을 집중시키는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과연 집중하면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이런 통념을 명쾌하게 뒤집어 놓는다. 그는 “집중은 모든 능력 가운데 으뜸이고, 사람들이 획득하려고 분투하는 중심 역량이라 믿는다”면서 “하지만 실상은 집중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집중력이 오히려 우리에게 무기력을 안긴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뇌 과학을 기반으로 20년간 수행한 연구 성과와 스포츠, 비즈니스, 예술 분야의 성공 사례를 통해 ‘멍 때리기’가 어떻게 인지적 평온을 가져오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창의성을 키워주고,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돕는지 입증한다. 그는 “집중과 비집중은 기능이 다르다”며 “집중은 길 앞을 똑바로 비추는 폐쇄적이고 좁은 광선이고, 비집중은 멀고 넓은 곳까지 비춰 주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광선”이라고 설명한다.


당신의 착함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먹이는 한 방!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무옌거|쌤앤파커스
1만4000원|244쪽

당신의 착함에는 ‘가시’가 필요하다.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한 행동이 왜 자꾸만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까. 중국 상담심리 전문가인 저자는 “원칙 없는 선량함은 ‘호구’ 취급만 당할 뿐 끝내 자신에게 화살로 돌아온다”고 강조한다. 사실 우리가 겪는 갈등은 애초에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다. 저자가 심리 연구와 상담 치료 끝에 가장 자주 내린 처방은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툭하면 내게 화풀이하는 상사, 부탁이 잦은 직장 동료, 사사건건 지적을 하는 친구,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룸메이트, 희생을 강요하는 가족 등. 저자는 그들을 향한 질 낮은 선량함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저자는 처음에는 소인처럼 깐깐하게, 나중에는 군자처럼 대범하게 인간관계를 끌어나가라고 말한다. 그래야 우아하게 거절할 수 있고, 약자 입장에서도 반드시 이기며, 일이 엉망이 되기 전에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인간관계에서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면, 남 신경 안 쓰고 자존감을 지키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신경경제학자가 알려주는 신뢰 경영의 비밀
트러스트 팩터
폴 잭|매경출판
1만7000원|328쪽

최근 많은 기업들이 소위 갑질 경영과 이로 인한 기업 평판 악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신경경제학자인 저자는 그 이유를 기업과 리더들이 조직 문화를 등한시한 것에서 찾고 있다. 특히 기업의 조직 문화 중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뢰는 개인의 사회적 행동 방식과 의사 결정, 사회가 조직되는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훌륭한 성과를 내는 조직에는 상호 높은 신뢰 문화와 동기부여가 잘된 직원들이 많다”고 말한다. 높은 신뢰 문화는 직원들의 생산성, 팀워크, 삶의 질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신뢰를 얻으면 뇌에서 신경화학 물질 ‘옥시토신(oxytocin)’을 분비하고, 이는 또다시 신뢰를 만들 수 있는 행동을 유발한다. 저자는 조직 내 이런 신뢰가 발생하기 위해선 칭찬하기, 목표 제시, 자율성 제공, 배려하기, 솔직하기, 미래에 투자하기 등 긍정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포와 위협, 돈이라는 외재적 요인을 중심으로 한 경영과는 차별화된 자발적인 내재적 동기에 기초한 경영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