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패권 추구 안한다는 중국, 왜 항공모함에 집착할까?

강민수 2018. 6. 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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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구소련이 건조하다 고철로 내어놓은 바랴그함을 사들여 첫 항모를 만들었다.

□ 중국, 1996년 대만해협 위기 이후 해군력 증강에 사활

1990년대 중반 타이완 독립주의자 리덩후이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놓고 중국 공산당과 타이완, 양안 사이에 극심한 갈등이 빚어졌다. 중국 공산당은 타이완 해협에 해군력을 집중하고, 둥펑-15미사일을 타이완 근해에 발사했다. 인민해방군을 타이완에 인접한 푸젠성에 모아 대규모 상륙 훈련을 벌이는 등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조성됐다. 타이완 해협이 중국군에 의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해운이 마비되고 항공기도 우회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진 순간, 미국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전단이 타이완 해협에 급파되고, 중국군은 막강한 미국의 해군력 앞에서 속절없이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 사건 이후 중국은 절치부심, 러시아에서 잠수함과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사들이기 시작한다. 1998년, 중국은 구소련에서 제작하다 고철 매물로 나온 바랴그 함을 경매로 사들였다. 홍콩의 한 여행사 명의로 해상공원을 만들겠다며 사들인 뒤 개조에 개조를 거쳐 드디어 2011년 중국의 1호 항모 랴오닝함을 진수시켰다.

중국은 랴오닝함을 그대로 본떠 만든 산둥함을 시험운항 중이다.


□ 핵추진 항모 설계 시작...2030년까지 6척 보유 목표

중국 해군은 랴오닝함을 거의 복제하다시피한 쌍둥이 항공모함 산둥함을 만들어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시험운항에 들어갔다. 스키점프 방식에 추진동력도 디젤엔진인 구식 항공모함이지만, 중국은 이제 2대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됐고, 본격적인 첨단 항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상하이 장난(江南)조선소에서 3번째 항모를 건조 중인데, 여기에는 사출장치가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출장치는 항모에서 출격하는 전투기에 무기를 훨씬 더 많이 실을수 있게 도와주는 항공모함의 핵심 기술이다.

지난 4월 중국의 뤄양일보(洛陽日報)에 눈에 띄는 기사가 실렸다. 다롄의 군수업체 중국선박중공 공장에 초대형 회전 베어링이 반입됐다는 내용이다. 이정도 크기면 핵추진 항공모함에 쓰이는 부품이다. 중국의 4번째 항모는 핵추진에 전자식 사출장치, 그리고 스텔스기를 탑재한 최첨단 항모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정도 되면 미국이 운용중인 니미츠급 항모에 비견할 만한 수준이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핵추진 항모등 모두 6척의 항모 전단을 보유할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의 첨단 항모 보유에 대한 열망을 단적으로 확인할수 있다.

미국의 니미츠급 항모 1개 전단의 화력은 웬만한 국가의 전체 군사력을 압도한다.


□ 항공모함 = 원해 타격 능력 = 세계 패권 추구

항공모함은 기본적으로 원양작전을 위한 것이다. 먼 바다에 나가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전력이고 기본적 성향이 공격용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항공모함을 끌고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 해군기지를 기습 타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항공모함은 전단 단위로 움직이는데, 항모 외에 이지스 순양함, 구축함, 공격용 핵잠수함과 보급함 등 수많은 전력이 함께 이동하게 된다. 건조는 말할 것도 없고 막대한 운용비용 때문에 웬만한 나라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 건조한 낡은 항모 1대 운용도 힘겨워하는 이유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이른바 평화(?)회담을 통해 전쟁의 패자들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도록 해군력에 확실한 재갈을 물렸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은 니미츠급 항공모함 11개 전단을 운용하며 전세계 바다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 11번째 핵추진 항모 제럴드 포드호가 취역했다. 핵추진 항공모함은 미국외 프랑스가 1대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의 해군력을 모아도 미국의 전력에 맞서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도 유사시 항모로 개조가 가능한 이즈모함 1척만 보유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지난해 19차 당대회 연설문 한글판.


□ 시진핑, 말로는 "영원히 패권 추구하지 않겠다"

지난 19차 당대회 개막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어떤 수준으로 발전하든지 영원히 패권을 잡지 않고 영원히 확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이 말은 사실 후진타오 전 주석도 말했고, 과거 중국의 모든 지도자가 반복적으로 공언해온 것이다. 그 기원을 찾자면 덩샤오핑이 나온다. 덩샤오핑은 정치국원에 불과하던 지난 1974년 UN 특별위원회에 나가 "중국은 제3세계 국가 측에 서있으며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덩샤오핑은 후대 지도자들에게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른다)와 함께 결부당두(決不當頭·결코 우두머리로 나서지 마라)를 유훈으로 남겼다. 우두머리로 나서지 말라는 것은 미국과 패권 다툼을 하지 말라는 뜻이지만 덩치가 점점 커져서 자신감이 붙은 시진핑 주석은 아무래도 생각이 좀 달라지고 있는것 같다. 시진핑 집권기 중국은 그 어느때보다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고, 한편으로는 항공모함 등 첨단 군사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이 서양에 당한 그대로 운요호를 앞세워 강화도 조약을 강제했다.


□ 미래를 알고 싶거든 포함외교의 역사를 되돌아 보라

근현대사에서 제국주의 국가들은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를 통해 패권을 추구했다. 거대한 전함을 앞바다에 띄워놓고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압박하는 행태다. 1853년 미국 페리제독의 검은 증기선 함대가 일본 앞바다에 도착하자 놀란 일본이 바로 개항을 했다. 가공할 속도로 문물을 흡수한 일본은 22년 만인 1875년 운요호를 우리 강화도 앞바다에 띄워 놓고 그 굴욕적인 강화도 조약을 강요했다.

당시 거대한 함포를 자랑했던 전함들은 오늘날 항공모함이라는 형태로 진화했지만, 군사력을 바탕으로 공포에 호소하는, 힘에 호소하는 외교라는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양한 외교적 수사와 짐짓 평화롭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회의 형식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뿐 국가와 국가간에 이익은 결국은 힘의 논리에 좌우된다.

중국은 남의 앞바다도 자신 것이라는 이른바 9단선을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기지화 하는 나라다. 일본과도 영유권 분쟁 중이며, 우리와도 이어도 문제 등을 놓고 갈등요소가 많다. 중국이 지금은 미국으로부터 자신의 앞마당을 지키기에 급급하지만, 힘을 갖게 됐을 때 언제든 그 화살은 우리를 향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 수많은 서양의 이양선들과 심지어 그것을 배워 따라한 일본의 함대 앞에 무력하게 이익을 내줄수 밖에 없었던 우리는 지금 달라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

강민수기자 (mand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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