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혈액형별 성격 믿으세요?".. '유사과학'의 심각성

류준영 기자 입력 2018. 6. 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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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과학 나쁜과학](종합)

[편집자주] 혈액순환 개선,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음이온 상품’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었던 결과는 참혹했다. 알고보니 1급 발암물질 라돈을 내뿜는 ‘방사능 침대’였다는 실상은 우리 사회가 ‘유사과학’ 문제의 심각성에 얼마나 둔감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이란 탈을 쓰고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든 유사과학에 대해 알아본다.

/사진제공= 이미지투데이

음이온, 혈액순환에 좋다?…'근거없는 속설' 또 속았다
[유사과학 나쁜과학]증명안된 이론 확대 재생산…라돈침대 등 사회적 문제로

다음의 OX 문제를 풀어보자. (1)칭찬을 받으며 자란 양파는 잘 자란다. (2)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 (3)산성체질을 중화시키려면 알칼리수를 마셔야 한다.

정답은 모두 X다. 만일 세 문제 모두 O라고 답했다면 ‘유사과학’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언뜻 들으면 과학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는 주장이나 이론을 유사과학이라고 말한다.

최근 일어난 ‘라돈 침대’ 파문은 유사과학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건이다. “침대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불꽃같은 활력을 되찾아 준다”고 광고한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방사성 원소 라돈이 검출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이어 또한번 충격을 안겨줬다.

1990년 일본에서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음이온 방출 기능이 각종 제품에 적용됐다. 음이온 열풍은 2000년 국내로 넘어와 정수기, 공기청정기, 속옷,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됐다. 게르마늄 주얼리는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근거없는 속설을 활용한 대표적인 유사과학 상품이다. 실제 NS홈쇼핑·홈앤쇼핑·아임쇼핑 등 TV홈쇼핑 3사가 게르마늄 주얼리 등을 건강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게 방송했다 법정제재를 받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2005년께 음이온을 유사과학으로 지적한 바 있지만, 최근 다시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며 “유사과학은 약간만 방심해도 사람들 생활속에 파고들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고 지적했다.

유사과학은 우리사회 모순과 삐뚤어진 가치관을 먹고 자란다. 일례로 한때 “여성은 알카리성, 남성은 산성 식품을 많이 먹어야 아들을 가질 수 있다”는 ‘아들 낳는 비법’이란 황당한 성 결정론이 인터넷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낭설이다.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남아선호사상이 의도적인 왜곡을 일으켜 유사과학이 태어나도록 부추긴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사과학으로 이익을 얻고자 하는 기업인부터 종교적 맹신을 과학으로 덧씌우려는 일부 종교인 등을 통해 유사과학이 작의적으로 꾸며지고 고의적으로 퍼져나가는 만큼 이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 사회적 연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준영 기자

혈액형별 성격·건강 수소수·산성비 탈모…과학인척, 상식인척 코 베어갈 '거짓의 칼'
[유사과학 나쁜과학]팩트체크 해보니…'혈액형 성격' 확산, 맞다고 생각하는 것만 믿기 때문

“O형은 리더십이 있어 정치가가 어울린다. A형은 소심해서 소개팅에서 피해야 할 타입이다. AB형은 천재 아니면 바보다. B형 남자는 변덕이 죽 끓듯 한다.”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혈액형 성격론’은 유사과학의 대표 사례다. 혈액형을 결정하는 것은 적혈구 표면에만 작용하는 유전자 효소다. 이 효소가 사람의 감정·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아직 없다. 사람은 처한 상황에 맞춰 때론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그만큼 사람의 성격은 입체적이어서 4가지 보편적인 타입으로 나누기 힘들다.

하지만 혈액형에 따른 성격 구분이 맞게 느껴진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왜일까. 심리학자들은 ‘선택적 지각’과 ‘확증편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선택적 지각은 자기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확증편향은 원래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이를테면 A형인 사람이 어느 한순간 소심하게 굴면 “그럼, 그렇지”라고 하는 것과 같다.

1990년대 등장한 ‘바이오리듬’은 인체엔 일정한 리듬이 있다는 이론이다. 신체리듬은 23일, 감성리듬은 28일, 지성리듬은 33일 주기로 나타나는데 이 3가지 리듬은 출생과 함께 시작돼 각각의 주기를 가지고 높고 낮음을 반복한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그날의 바이오리듬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나올 정도로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같은 날 태어난 사람 모두가 비슷한 바이오리듬을 가질 수는 없으며 바이오리듬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한때 수소가 녹아 있는 물을 마시면 인체 내 활성산소를 없애 건강에 좋다는 ‘수소수’가 시장에서 대히트했다. 과연 수소수는 좋은 것일까. 일단 수소는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수소분자 형태로 만들어 물에 녹일 수 없다. 가령 수소수를 만들었다고 해도 일반적인 압력에선 금방 빠져나가므로 특수설계된 고압용기에 넣어 운반해야 한다. 혈액 속 수소 기체는 호흡과정에서 생기는 기체간 농도차에 의해 모두 외부로 빠진다. 폐를 돌아 다시 심장을 거쳐 온몸으로 가는 혈액에는 수소 기체가 거의 없다. 수소수를 많이 마셔도 별 소용이 없는 이유다.

이밖에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지고 두피가 나빠진다는 얘기도 낭설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비의 산도(ph) 평균은 4.3~5.8로 샴푸(ph3)보다 낮다. 국내 대기 중 오염물질이 모발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침 사과는 금, 저녁 사과는 독’이란 얘기도 근거 없는 말이다. 오히려 밤에 사과를 먹으면 사과 속 비타민C와 미네랄성분 등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류준영 기자

"휴대폰 전자파 차단하세요"…과학 팔아먹는 공포마케팅
[유사과학 나쁜과학]국립전파연구원 "필름 등 차단제품 무용지물"…MSG도 '화학 합성품' 광고로 유해물질 누명

‘평균 1.31v/m 전자파 감소.’

국내 한 기업이 스마트폰용 전자파 차단 필름의 효과를 광고한 문구다. 하지만 지난 15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자파안전포럼’에서 김기회 국립전파연구원 연구관은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용 전자파 차단제품은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폰이나 가전제품 전자파에 크게 신경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또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과대·과장광고 상품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적발해 시정조치하고 있지만 끝도 없이 나오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제품을 쓰면 전자파가 나와 우리 몸에 해롭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떠돈다. 이 때문에 전자파를 막아준다는 제품이 십수년 전부터 꾸준히 판매됐다. 전자파 차단 필름을 휴대폰 뒷면에 붙이고 선인장 같은 다육식물이 전자파 흡수에 좋다며 모니터 옆에 두길 권한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필름이 전자파를 모두 잡아준다면 외부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휴대폰은 먹통이 돼야 한다. 모니터가 방출하는 전자파를 어른 손만 한 선인장이 모두 흡수하면 내부온도가 상승해 말라죽어야 정상이다.

전자파는 ‘공포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공포마케팅이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자극해 제품을 구매하거나 혹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건강에 위협을 주는 요소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중에는 잘못된 지식에 근거한 비과학적인 것이 많다.

MSG(글루탐산나트륨)조미료가 한창 우리 식탁에 오른 1993년 한 경쟁업체가 ‘화학적 합성품인 MSG를 넣지 않았습니다’라는 광고문구를 내건다. MSG가 뇌세포에 손상을 주거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공포마케팅이 진행됐다. 197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는 MSG 하루 섭취량을 체중 1㎏당 120㎎ 이하로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 등 뒤이은 연구기관의 발표로 유해성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MSG는 ‘식탁을 위협하는 살인자’라는 누명을 벗는다.

MSG에 대한 오해가 풀린 것은 한국에서 MSG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기 전인 1980년대다. 하지만 10년 뒤 한 회사의 MSG 공포마케팅은 삽시간에 퍼졌다. 우리 사회가 유사과학을 이용한 공포마케팅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연구에선 MSG가 소금 섭취를 줄이고 헬레코박터파일로리균에 의한 위 손상도 막아준다는 것이 입증됐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거짓 과학으로 공포심, 혐오감을 자극해 물건 판매를 촉진하고 경쟁사 물건 구매를 꺼리게 만드는 공포마케팅은 그 파장이 너무 크다”며 “신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유사과학은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준영 기자

"논문 발표없이 '언론플레이' 먼저 한다면 의심해봐야"
[유사과학 나쁜과학]박재용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유사과학에 속지 않는 법'
박재용 과학 커뮤니케이터

“내가 쓰거나 먹어봤는데 정말 몸이 좋아지더라 등의 개인의 주관적 경험은 틀릴 때가 더 많아요. 유사과학을 전파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나 가까운 지인이 경험한 사실을 근거로 내세운다는 겁니다.”

유사과학의 피해를 다룬 ‘과학이라는 헛소리’의 저자 박재용 과학커뮤니케이터(사진)는 유사과학에 속지 않기 위해 3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과학은 ‘재연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동일한 약품이나 제품을 사용했는데 극소수에게만 효과가 나타났다면 재연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죠. 신뢰하기 힘든 제품이나 약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로 “기존 학설을 뒤집은 획기적인 성과”라고 광고하면 일단 유사과학을 의심해야 한다. 기존 과학은 약 200년에 걸쳐 수많은 과학자의 검증과정을 거친다. 새 주장에는 ‘가설’이라는 딱지가 붙고 이 가설들은 대중에게 공표되기 전 논문 형태로 학술지에 발표된다.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은 해당 분야 전문가로부터 타당성을 검토받고 이 과정을 통과해야만 게재가 허락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중미디어를 통해 먼저 주장이 나온다면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박 커뮤니케이터는 주장했다.

“연구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기 전 미리 언론에 자신의 연구성과를 공개한 경우 잘못된 연구일 확률이 높죠. 동료 평가, 학술지 검토 등을 통과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에요. 때문에 과학기사를 볼 때 인용자료가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인지, 과학자가 직접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로 제품의 성능·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기업 후원이나 지원금을 받아 연구가 진행된 경우, 실험설계가 부적절하거나 표본이 너무 적어 연구성과의 의미가 거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박 커뮤니케이터는 거액을 들여 진행한 연구인데도 논문으로 학술지에 게재하지 않고 그냥 언론에 보도하거나 광고에만 넣는다면 유사과학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이 홍보하는 효과가 실제로 나타난다면 연구자 입장에서 논문으로 발표하고 학술지에 게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때로는 기업체 입장에서 불리한 결론이 나온 건 밀쳐두고 유리한 결론이 나온 것만 홍보용으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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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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