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훈련 중단? 北장사정포 이전?.. 종일 오락가락

전현석 기자 2018. 6. 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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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北과 장사정포 후방배치 논의".. 6시간후 "논의안해"
軍도 "서해도서 K-9훈련 중단 검토".. "아직 결정된바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북한) 장사정포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가 "(남북 간에는)공식 논의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군 당국은 서북 도서에서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 중단을 검토 중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훈련 중지와 관련해 어떠한 것도 결정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와 군이 남북 대화 국면에서 북한 눈치를 보느라 말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 "논의했다"… 6시간 뒤 "아니다"

이 총리는 이날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서 "(남북 사이에)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고, 한·미 양국은 연합 군사훈련 유예를 결정했으며, 남북 100명씩 이산가족이 8월 하순 금강산에서 재회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1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부근에 집중 배치한 장사정포(사거리 40~60㎞)를 후방으로 빼는 문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방부는 이를 부인해 왔다. 이날 이 총리 발언 이후에도 국방부는 "군사회담에서 전혀 언급된 바 없다"고 했다.

이 발언 이후 6시간쯤 지나 총리실은 해명을 내놨다. 장사정포 후방 이전 문제와 관련해 "우리 내부에서 검토한 일이 있으나 남북 장성급회담에서는 아직까지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향후 남북 군사회담에서 논의될 만한 과제의 하나"라면서 "이런 취지에서 (이 총리가) 하신 말씀"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서북도서에서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을 중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군은 오후에야 뒤늦게 "현재까지 훈련 중지 여부에 대해 어떠한 것도 결정한 바 없다"고 했다. 그사이 군 관계자들은 "훈련이 중단될 것" "중단 검토 중"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등 서로 엇갈린 답변을 내놨다.

군 당국은 최근 남북 군사회담과 군사훈련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때 청와대 등의 의견을 반영하느라 늑장·부실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군 내부에선 K-9 훈련을 할지 안 할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군 단독 훈련까지 북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北 장사정포 후방 배치 위한 포석"

K-9 훈련 중단 검토는 최근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미·북 회담과 남북 대화 등 화해 분위기를 감안한 조치로 알려졌다. K-9 자주포는 북한 포격 도발에 대비한 우리 군의 핵심 전력 중 하나다. 북한이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트집 잡은 것도 K-9 자주포의 실사격 훈련이었다. 당시 북한이 우리 K-9 진지를 포격했을 때 K-9은 즉각 대응 포격을 해 북한 무도 진지의 군 막사 등을 파괴했다. 당시 북한군 수십 명이 사상을 당했다고 한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 전면 중지'를 합의했는데, 정부 일각에선 서북 도서 지역의 K-9 실사격 훈련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K-9 사격 훈련 중단 검토가 북한 장사정포의 후방 배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DMZ 인근 전방에 장사정포를 약 1000문 배치해 놨는데, 이 중 340여 문이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서울 불바다" 운운하는 것도 장사정포 때문이다.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해선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필수적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K-9 후방 배치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군의 신형 다연장 로켓 '천무'나 경기도 동두천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 미 제210화력여단 철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10화력여단은 북한 장사정포에 맞서 다연장 로켓(MLRS), 전술 지대지미사일(ATACMS) 등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장사정포 후방 배치 대가로 한·미 화력 자산을 철수하면 우리가 더 손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한·미 포병 부대가 화력이 더 강력하며, 북한 장사정포가 빠지더라도 사거리가 짧은 북한 포부대는 그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내부에선 "K-9 실사격 훈련은 북한 도발에 대비한 연례적 방어 훈련인데 이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한·미 해병대 훈련에 이어 실사격 훈련까지 중단되면 군의 서북도서 대비 태세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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