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진 여고생 범인에 쫓기다 야산서 살해됐나

채혜선 2018. 6. 2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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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학수사대 대원들이 24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지석리 야산 정상 부근에서 지난 16일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집을 나선 후 실종됐던 A양(16)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뉴스1]
전남 강진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이 지난 16일 실종된 여고생 A양(16·고1)으로 25일 최종 확인되면서 사망 장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살해된 장소에 따라 범행 동기, 공범 여부 등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전날 오후 2시 53분쯤 강진군 도암면 지석마을 인근 매봉산에서 A양 시신을 발견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범인이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범행을 저지르던 중 여고생이 야산으로 도주하자 뒤쫓아가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양은 시신이 발견된 장소 주변에서 살해된 뒤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시신이 발견된 매봉산의 높이는 250m로,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해발고도 200m 지점이다. 오르막 경사가 70∼80도에 달하는 험준한 지형으로, 높이는 비교적 낮지만 산세의 경사가 가파른 점을 고려했을 때 스스로 산을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매봉산 아래에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A양 아버지의 친구 B씨(51)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약 30분 거리다. 주변인들은 평소 가파른 매봉산을 찾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이를 고려하면 A양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정신없이 산을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범인은 A양이 야산으로 도망가자 뒤쫓아가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얘기다.

범인 체중을 70㎏으로 가정해도 홀로 여고생을 강제로 끌고 가거나 이미 사망한 시신을 옮기기에도 오르막 경사가 험하고 가파른 산을 타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은 매봉산이 산세가 험준한 점 등으로 미뤄 B씨가 A양을 산 정상 부근으로 데려가 범행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은 정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점, B씨의 유전자(DNA) 흔적이 남았는지 등도 가릴 계획이다. B씨의 차량과 집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지문 등 감정물 80여 점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밀 부검과 감정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2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A양이 실종 당일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 16일 오후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다고 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 A양과 일부 동선이 겹쳤던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B씨는 이날 오후 11시께 집을 찾아온 A양 어머니를 보고 달아난 뒤 다음 날 오전 공사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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