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나자 2000명 몰렸다 .. 874명 참전한 여성의용군
4주 훈련뒤 전장서 유격·행정 맡아
초중고 교과서 단 한 줄도 안나와
대학생 7명, 참전 알리기 캠페인
가족과 친구에게 물어봐도 참전했던 여성의용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동료들과 함께 초중고 역사 교과를 샅샅이 훑어봤다. 여성의용군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최씨는 한국전쟁 68주년을 맞아 서로 다른대학교에 다니는 6명의 청년과 ‘여성의용군 알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쟁 중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여성들이 이렇게 잊혀져선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여성들이 있었다. 정부 공식 통계로는 2300여 명,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3달 뒤인 1950년 9월1일 정부는 여성의용군 교육대를 창설했다. 1기생 500명을 선발하는데 2000여 명이 몰렸다. 혈서를 쓰고 입대한 사람도 있었다.
당시 여성의용군 교육대 교장은 지난달 ‘6·25 전쟁영웅’으로 선정된 여군 최초 대령 고(故) 김현숙이다. 재작년 1만 명 시대에 진입한 한국 여군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최씨 등이 찾아낸 기록에 따르면 여성의용군은 4주간 실탄사격·독도법·야간훈련을 마친 뒤 전장에 투입됐다. 1기 중도 탈락자는 단 9명, 3달 뒤 2기생으로 384명이 입소했다. 1명이 중도 탈락했고 383명이 추가로 전장에 투입됐다. 정훈과 간호·유격·행정 등이 주요 임무였다.
당시 여군을 위한 숙소와 장비가 없었다. 의용대는 정식 숙소가 아닌 피난민 민가를 사용했고 남군의 쓰다남은 군복을 입었다. 팔과 다리가 긴 군복은 걷어 입었다. 지급받은 모자와 방탄모는 눈 밑까지 흘러내렸다. 북한 인민군 포로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였다는 김성준(한국외대·23)씨는 “할아버지는 평생 참전용사의 자부심을 갖고 사셨다”며 “성별만 다르지 이분들도 똑같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기억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여성의용군 기억운동에 나선 이들 7명의 청년은 이달 초 한국 설화에 등장하는 ‘우투리(U-Turi·날개 달린아기장수)’란 이름의 팀을 조직했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우투리처럼 숨겨진 참전 용사를 알리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텀블벅에 ‘여성의용군 기억의 시작’이란 프로젝트를 게시했다.
여성의용군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초등학교 역사 강연을 택했다. 지원금이 필요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디자인한 여성의용군 로고를 사용한 티셔츠와 물병을 제작해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모금 기한까지 9일이 남았지만 벌써 목표 금액의 8배인 430만원이 모였다.
이 금액은 사단법인 ‘우리역사바로알기 시민연대’와 함께 진행하는 역사 교육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시민연대가 숙련된 역사 강사를 제공하고 청년들도 보조 강사로 수업에 참여한다. 25일 현재 8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강연을 타진 중이다.
송시내 시민연대 교육국장은 “학생들이 강의안을 들고 먼저 찾아왔다”며 “이렇게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보고 울컥했다”고 했다. 청년들은 이날 서울 시내에서 여성의용군 알리기 거리 캠페인도 진행했다. 이날 직접 여성의용군 설명을 들은 김선희(52)씨는 “의용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여성의 위대함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분들”이라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왜 유독 여성 군인만 더 기억해야 하느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김 씨는 “여성의용군을 기억한다고 남성 참전용사의 업적이 깎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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