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당 유행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강병한 기자 2018. 6. 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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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유한국당이 25일 국회에서 6·13지방선거 패배 후 처음으로 원내대책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김성태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6·13 지방선거 완패로 난파 직전인 자유한국당에서 거론되는 ‘유행어’이다.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담당하는 비대위 준비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25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하늘을 나는 새는 양 날개가 튼튼해야 잘 날 수 있다”며 “국가 운영도 좌우, 진보·보수가 서로 잘 어우러져 균형있게 갈 때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 생활이 안정되는 게 만고의 진리”라고 말했다.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바른정당 김관영 신임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된 축하 논평을 내며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중앙정치에서 지방정치에 이르기까지 슈퍼 여대야소의 상황속에서 의회의 정부 견제 기능은 유명무실하게 된 형국이다”고 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도 사석에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중진 의원은 “어떤 권력이든 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국가적으로 안 좋다”며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여당을 위해서도 균형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앞서 홍준표 대표 시절 당 홍보본부장을 지낸 박성중 의원은 지난 1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는 좌우의 날개가 균형점이 맞아야 오래 날 수 있다. 정치도 좌파와 우파가 균형되어야 한다. 너무 좌파로 기울어진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의 6·13 지방선거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는 5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은 한 쪽으로 너무 기울어져 있다”며 “새도 두 날개로 날듯이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고 리영희 교수가 1994년에 발표한 평론집의 제목이다. 리 교수는 평론집에서 “8·15 광복 이후 근 반세기 동안 이 나라는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악하다는 위대한 착각 속에 살아왔다”고 짚었다. 리 교수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맹목적 반공과 냉전수구적 사고를 질타했다. 해당 문구는 극단적인 우편향의 한국사회를 표현한 것이다.

리 교수 고언이 한국당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 지방선거 참패를 거치면서 비주류로 전락한 보수정당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주류가 된 진보를 견제하기 위해 진보 지식인의 표현을 차용한 셈이다. 한 초선 의원은 “나라와 국가를 위해 진보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 그게 야당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그간 무분별한 이념 공세에 대한 반성없이 리 교수 문구만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리 교수가 ‘새는 좌우로 날아야 한다’고 한 것은 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의 해묵은 ‘색깔론’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최근까지도 색깔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사회주의 세력’이라고 공격했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상가로서 존경한다는 고 신영복 선생의 사상은 간첩사상이자 김일성주의”라고 공격했다.

당 정책위 부의장인 이종배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가 자유 대한민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바꾸는 것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우려가 크고 저희들도 마찬가지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야권 인사는 “문재인 정부 독주가 현 정부와 여당에도 좋지 않다. 합리적 야당이 견제를 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건전한 견제와 대안 역할을 해야 할 ‘우’가 지금의 한국당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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