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폭풍' 해리 케인, 22년 만에 잉글랜드 득점왕 나올까

양형석 2018. 6. 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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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튀니지전 2골-파나마전 해트트릭으로 득점 단독 선두 등극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20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2번째 경기까지 1무1패 무득점이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팀 전력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브라이언 롭슨이 부상으로 최종전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 조별리그 마지막상대 폴란드에게 3골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던 절체절명의 순간 기적 같은 해트트릭으로 잉글랜드를 구원한 선수가 있었다. 잉글랜드 역대 월드컵 최다골(10골)에 빛나는 게리 리네커였다.

폴란드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리네커는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멀티골을 기록하며 잉글랜드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비록 8강에서 만난 아르헨티나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에게 '신의 손 골'과 '6명 돌파 슛'을 허용하며 1-2로 패했지만 리네커는 총 6골로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에 올랐다. 리네커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4골을 기록하며 잉글랜드를 4강으로 이끌었다.

잉글랜드는 리네커 이후 앨런 시어러, 마이클 오언,웨인 루니(에버튼) 등이 잉글랜드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었지만 누구도 월드컵에서 리네커 만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잉글랜드 역시 이탈리아 월드컵을 끝으로 한 번도 4강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에 리네커와 버금가는 대형 스트라이커가 있다. 2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대회 초반 득점 랭킹 1위로 치고 나온 해리 케인(토트넘)이 그 주인공이다.

EPL 2시즌 연속 득점왕에 빛나는 토트넘과 잉글랜드의 보물

1993년생 케인은 만 11세였던 2004년부터 토트넘의 유소년 클럽에서 축구를 배웠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망주들이 그렇듯 케인 역시 커리어 초기에는 레이튼 오리엔트FC, 밀월FC, 노리치시티, 레스터시티 등 하부리그나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팀을 전전하며 경험을 쌓았다(지금이야 레스터시티가 2015-2016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도 하는 강팀이 됐지만 케인이 뛸 당시만 해도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챔피언십 소속이었다).

임대 생활을 마치고 토트넘에 복귀한 케인은 2013-2014 시즌 10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토트넘의 붙박이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차지한 2014-2015 시즌에는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EPL 득점 2위에 오르며 '허리케인'의 위력을 축구팬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케인은 첼시에서 뛰던 디에고 코스타(AT마드리드)와 함께 2014-2015 시즌 영국프로축구협회에서 선정한 베스트11에서 공격수 부문에 선정됐다.

지난 2017년 11월 21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팀 동료인 해리 케인(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21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팀 동료인 해리 케인(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우연인지 몰라도 손흥민이 토트넘에 합류한 2015-2016 시즌부터 케인의 잠재력도 완전히 폭발했다. 케인은 2015-2016 시즌 리그 38경기에서 25골을 기록하며 생애 처음으로 EPL 득점왕에 올랐고 컵대회와 유럽 대항전을 모두 합치면 50경기에서 28골을 기록했다. 이는 '전설' 테디 셰링엄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토트넘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이었다. 케인은 2016-2017 시즌에도 30경기 29골로 두 시즌 연속 EPL 득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케인은 2017년 한 해에만 무려 37골을 넣으며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시어러의 한 해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2017-2018 시즌에는 37경기에서 30골을 넣는 엄청난 득점력을 선보이고도 더 대단한 활약을 펼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에 밀려 득점왕 3연패에 실패했다. 하지만 케인이 EPL과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EPL 득점왕 3연패는 오직 시어러와 티에리 앙리만 기록한 영역이다).

2017-2018 시즌까지 통산 199경기(컵대회, 유럽대항전 포함)에서 125골을 기록한 케인은 대표팀에서도 특별한 존재였다. 2015년 3월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차출된 케인은 리투아니아와의 유로2016 예선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고 작년 6월에는 만 23세의 젊은 나이로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에 선임됐다. 로이 호지슨 감독이 전담키커를 맡겼던 유로2016에서는 부진했지만 케인에 대한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기대는 여전히 절대적이었다.

튀니지-파나마 상대로 5골 폭발, 호날두-루카쿠 제치고 득점 선두 등극

2018년 6월 18일(현지 시간), 튀니지와 잉글랜드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결승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8년 6월 18일(현지 시간), 튀니지와 잉글랜드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결승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을 맞는 케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에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주장 완장까지 찼음에도 아직 메이저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사실 메이저대회라고 해봤자 유로2016 한번뿐이었다). 자칫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부진을 이어간다면 루니에 이어 "역시 잉글랜드 공격수들은 월드컵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케인은 튀니지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멀티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알렸다. 케인은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존 스톤스(맨시티)의 헤더가 골키퍼 선방에 막힌 것을 오른 발로 가볍게 밀어 넣으며 월드컵 데뷔골을 기록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35분 동점골을 내줬지만 케인은 후반 추가시간 해리 맥과이어(레스터시티)의 헤더를 머리로 방향만 실짝 바꿔 튀니지의 골문을 여는 결승골을 기록했다.

월드컵에 첫 출전한 24일 파나마전에서는 더 잔인(?)했다. 전반 22분 페널티킥으로 이번 월드컵 3번째 골을 기록한 케인은 전반 추가시간에도 페널티킥을 통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벨기에의 로멜로 루카쿠(맨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후반 16분에는 파비안 델프(맨시티)의 슛이 케인의 뒤꿈치에 맞고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로 연결, 행운의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득점 랭킹 단독 1위에 등극한 케인은 체력 안배를 위해 교체됐다.

사실 튀니지전 두 골은 케인의 위치선정과 마무리 능력을 칭찬할 수 있었지만 파나마전 해트트릭은 두 번의 페널티킥과 한 번의 행운이 섞인 골이었다. 엄청난 프리킥과 헤더골이 포함됐던 호날두에 비해 케인의 5골은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반칙이나 오프사이드 등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 뒤통수에 맞든, 무릎에 맞든, 디딤발에 맞든,뒤꿈치에 맞든 상대 골라인만 통과하면 골로 인정된다. 케인을 따라 다니는 '우주의 기운'을 비판하기 힘든 이유다.

케인은 손흥민 이적 초기에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않고 탐욕을 부린다'는 이유로 국내 축구팬들에게 미움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에릭 라멜라가 욕받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케인에 대한 비판은 거의 사라졌다. 2002년 브라질 호나우두에 의해 깨졌지만 '월드컵에서는 득점왕이 6골을 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하지만 케인은 이미 2경기에서 5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과연 손흥민의 동료는 잉글랜드에 월드컵 득점왕 타이틀을 안길 수 있을까.

24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2차전 잉글랜드와 파나만의 경기.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2차전 잉글랜드와 파나만의 경기.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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