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지막일지 모르는데"..569대1 상봉 못넘은 이산가족 눈물

유경선 기자 2018. 6. 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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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이후 3년 만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1차 상봉자 추첨이 25일 진행됐다.

박 회장은 "5만7000명이 기다리는데 겨우 500명을 1차 추첨하는 것은 무척 부족해 마음이 무겁다"라며 "남북적십자회담 합의문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한 실무접촉으로 이산가족 생사확인·화상상봉 및 직접상봉·고향방문·성묘를 위한 모임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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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7000명 신청에 최종 100명 선정..경쟁률 '568.9대1'
한적 "생사확인·화상상봉·고향방문 실무접촉할 것"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8.15계기 이산가족 상봉후보자 500명에 대한 컴퓨터 추첨을 하고 있다. 왼쪽은 추첨장을 찾은 평안북도 철산군이 고향인 박성은(95)할아버지.2018.6.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15년 10월 이후 3년 만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1차 상봉자 추첨이 25일 진행됐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추첨 현장을 찾아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며 추첨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추첨의 벽은 높았다.

6·25 전쟁 발발 68주년인 이날 오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사(한적)는 서울 중구 본사에서 무작위 컴퓨터 추첨으로 이산가족 상봉자의 5배수인 500명을 1차 선정했다. 한적에 따르면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는 총 5만7000명이 지원해 최종 대상자에 선정되려면 568.9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에 앞서 인선위원회는 Δ90세 이상 고령자를 우대해 전체 상봉자의 50%로 맞추고 Δ부부·부자·모자 등 직계가족을 1순위로 Δ형제·자매 관계를 2순위로 Δ3촌 이상 가족관계를 3순위로 정하는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인선위 회의를 마친 박경서 한적 회장이 추첨 컴퓨터 앞에 앉자 추첨장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그의 손끝에 쏠렸다. 박 회장이 '추첨'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에는 6~7분 정도 '선정중'이라는 글자가 표시됐다.

추첨을 기다리는 동안 평안북도 철산군이 고향이라고 밝힌 박성은 할아버지(95)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수없이 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오늘 (선정이) 안 되면 언제 된다는 걸 알 수 없는데 내가 살면 몇 년 살겠나"라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황해도 신계군에 세 살배기 딸을 두고 왔다는 이용녀 할머니(90)도 "우리 딸이 죽었나 살았나 궁금한데 자꾸 살아있는 것만 같다"라며 "친구들이 무릎 아픈데 뭐하러 (추첨장에) 가느냐고 하는데 내가 오죽하면 가겠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살아있다는 소식만이라도 들으면 좋겠는데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568.9대 1의 문턱은 높았다. 박 할아버지와 이 할머니는 모두 1차 상봉자 추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 할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맥풀린 모습으로 모자를 집어들고 자리를 떴다. 이 할머니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두 이산가족은 모두 "다 틀렸다, 다음이 또 어딨겠느냐"라고 입을 모았다. 황해도 개성이 고향이고 동생을 찾는다던 김영헌 할아버지(90)도 추첨자 명단에 이름이 없다는 말에 사실을 재차 확인하고 멍하니 발걸음을 돌렸다.

박 회장은 "5만7000명이 기다리는데 겨우 500명을 1차 추첨하는 것은 무척 부족해 마음이 무겁다"라며 "남북적십자회담 합의문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한 실무접촉으로 이산가족 생사확인·화상상봉 및 직접상봉·고향방문·성묘를 위한 모임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5만7000명 이산가족들은 천천히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다음 기회에 꼭 한을 풀어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8.15계기 이산가족 상봉후보자 500명에 대한 컴퓨터 추첨이 진행됐다. 평안북도 철산이 고향인 실향민 박성은 할아버지(95)가 당첨자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음을 확인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2018.6.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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