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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은행 대출금리 전수조사 검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감원 본원에서 기자와 만나 “은행의 대출 금리 산정 오류 사례가 적은 것은 아니다”며 “전체 은행권으로의 전수 조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 원장 발언은 금감원이 최근 검사한 9개 은행 이외로까지 대출 금리 점검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감원 실무진은 금감원이 직접 추가 검사에 나서거나 은행 측에 자체 실태 조사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윤 원장은 금감원이 적발한 일부 은행의 금리 산정 오류 사례를 은행의 고의적인 ‘조작’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아직 그것에 대한 결론이나 판단을 못 내렸다”며 “더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대출 금리 산정 오류가 있었던 은행 실명과 피해를 본 소비자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궁금증과 은행권을 향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윤 원장은 이런 논란을 없애기 위해 추가 브리핑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KB국민·IBK기업·NH농협·BNK부산·씨티·신한·우리·KEB하나·SC제일은행 등 9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한 결과 일부 은행에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대출 금리를 부과한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실제 9개 은행 중 3개 은행은 고객 소득이나 담보를 은행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거나 규정상 최고 금리를 부과하는 등의 수법으로 대출자에게 정상보다 많은 이자를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실무진은 은행이 잘못 책정해 소비자에게 더 부담시킨 이자가 소액인 것까지 모두 포함하면 이러한 금리 부당 책정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제도 개선 초점”…은행은 당국 눈치만
금감원은 문제를 적발한 일부 은행에 자체 조사를 거쳐 소비자 환급을 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런 금리 산정 오류는 은행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인 만큼 금감원이 직접 처벌할 권한은 없다.
이 때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금융 경영인 조찬 강연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출 이자를) 잘못 받은 부분은 바로 환급하고 고의로 한 은행 직원도 제재해야 하겠지만 (은행) 내규를 위반한 것이어서 금감원 차원에서 제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제재도 중요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또 이 같은 대출 금리 산정 오류가 “광범위하게 은행 차원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고 개별 창구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기관 징계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은행은 금감원 발표 내용에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에 고객 담보를 입력하지 못하는 사례 등은 단순 영업점 직원의 실수일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금감원이 그런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고 하니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금리 산정 오류 건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