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예멘인은 테러리스트?".. '이슬람혐오'가 촉발한 난민 논쟁

이재은 기자 2018. 6.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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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예멘 난민 논쟁-①] 서구 만연 이슬라모포비아 기반 비판 여론.. 인종차별 들며 찬성 여론도

[편집자주] 유례 없는 대규모 난민신청에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제주도에 한꺼번에 유입된 중동국가 예멘인 500여명에 대한 입장이 갈리면서다. 그동안 난민 문제는 먼 유럽의 문제라고만 생각해왔다. 이에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부재했다. 갑작스런 사태에 극단적 주장부터 인도주의적 시각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이용해 제주를 찾은 예멘인은 561명이다. 이중 549명(남성 504명‧여성 45명)이 난민 지위 인정 신청을 했다. 예멘 난민 신청이 급증하자 법무부는 지난 4월30일 예멘인들이 제주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 조치가 내려지기 전 타 지역으로 이동한 이들을 제외하고 현재 제주 체류 예멘 난민 신청자는 486명(남성 462‧여성 24명)이다. 단순 혐오적·인종차별적 주장부터 장기간 내전을 겪고 있는 예멘인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으로 인정해줘야한다는 의견,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인 예멘인과 한국인은 문화적 차이가 커 함부로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 등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주된 주장 네 가지를 정리해봤다.

지난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을 대상으로 취업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첫 번째 주장> "이슬람 국가 예멘 출신, 테러리스트 아니냐"… '이슬라모포비아' 우려
예멘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이들 중 가장 극단적인 이들은 '중동에서 온 무슬림'이란 이유로 무조건적 비난·비판을 가하는 사람들이다.

예멘은 국민 대다수가 수니파·시아파 등 이슬람을 믿는 이슬람 국가다. 한국은 이슬람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다가 서구권에 만연한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혐오)를 그대로 유입했다. 여기에 한국 사회 주류 집단인 기독교가 이슬라모포비아를 기반으로 이슈를 생산·공유함으로써 혐오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수도관과 물 펌프 공장에 서 있는 예멘의 노인(AP자료사진).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연합군은 6월13일부터 반군 장악 항구 호데이다에 대한 공격을 감행, 다음날 바로 남쪽의 마을을 점령했다. 이 전투로 기아 상태에 놓여 있는 예멘 국민에 전달되는 구호품과 식량이 단절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온라인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담긴 글이나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멘인들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한 누리꾼은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들은 분명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의 일부로, 미국과 관계가 좋은 대한민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자살폭탄테러 사례를 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은 아랍과 이슬람 문화를 바라보는 대표적 이슬라모포비아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슬람교 중에서도 극단주의적인 사례를 전체로 매도함으로써 타문화와 종교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태도다. 이종일 대구교대 사회과 교수는 '사례분석을 통한 한국 인종편견 특성'이란 논문에서 "'극단주의'는 이슬람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기독교 내에서도 다른 종교에 대해 언제든지 행해질 수 있다"면서 "타문화와 타종교를 비판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적 교육은 극우주의자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이슬람혐오주의가 범죄까지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2011년 7월22일 노르웨이 사상 최악의 테러·총기난사로 76명을 살해한 보수적 기독교 신자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빅은 이슬람혐오로 인해 이 같은 범죄를 벌였다.

예멘 난민들이 지난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두번째 주장>"저임금 노동 시키자"… 보수적·인종차별적 '난민' 찬성 여론

우리나라 난민 논란에서 특이한 지점은 보수적인 이들이 난민 이슈에 진보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수적인 이들이 주로 민족주의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실 한국은 2001년 처음으로 난민 신청을 허가한 뒤 선도적으로 활동해온 국가다. 이에 유엔난민기구는 2006년 한국에 대표부를 설치했다. 2012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고 시행(2013년 7월)했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이 같은 다문화·난민 친화 정책이 김대중·노무현 등 진보 정권뿐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 정권 때도 꾸준히 진행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숙명여대 다문화통합연구소의 '한국 다문화 정책의 입법 현황'에 따르면 17∼19대 국회에서 다문화가족 지원 법안을 발의한 의원 35명 중 22명(62.8)%은 보수정당인 새누리당·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상대적 진보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통합민주당 소속 의원은 11명(31.4%)에 불과했다.

보통 보수정권은 이러한 논의에 반대 주장을 펼친다. 공화당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자 빗장을 걸어 잠그고 밀입국자를 본국에 강제송환하는 등 난민·다문화 정책에 매우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게 그 예시다.

한국에서 특이한 경향성이 나타나는 이유로 이들을 저렴한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친산업적 시각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이 같은 주장에 따라 제주도에 온 예멘인들을 난민으로 인정, 직업을 주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이 고돼 노동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영역에 한해서만 부분적으로 직업을 주자는 의견이 그것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 페이지 '제주의 예멘 난민들'에서 벌어진 토론은 이 같은 지점을 관통한다. 한 한국인은 "한국 정부가 예멘인들에게 제공한 어촌 고기잡이 일자리를 잡으라. 그것 아니고선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다른 한국인이 "당신은 난민들이 보상없이 연장 근무를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냐. 난민이라면 응당 힘들고 고된 일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취지로 반문해 기저의 인종차별적 시각을 비판했다.
☞ [제주 예멘 난민 논쟁-②] "진짜·가짜 난민 가려내자" vs "인도주의적으로 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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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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