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음식물쓰레기 하수구에 마구 버려.. 주방 오물분쇄기 불법개조 판친다

고은경 입력 2018.06.25. 04:44 수정 2018.06.25. 08:43

음식물 쓰레기를 싱크대에 버리면 이를 분쇄해 하수구로 배출시키는 주방용 오물분쇄기, 이른바 '디스포저'의 불법 사용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인증을 받은 오물분쇄기는 쓰레기의 20%만 분쇄해 하수구로 흘려 보내고 80%는 2차 처리기를 통해 걸러 회수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2차 처리기를 떼어 내고 불법 개조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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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쇄 뒤 20%만 배출 허용했지만

2차 처리기 떼낼수 있게 편법설계

쓰레기 100% 하수구로 흘려 보내

하반기부터 분리 제품 사용 못하게

환경부 부랴부랴 대책 마련 나서

싱크대 위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어느 집이나 골칫거리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식물 쓰레기를 싱크대에 버리면 이를 분쇄해 하수구로 배출시키는 주방용 오물분쇄기, 이른바 ‘디스포저’의 불법 사용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인증을 받은 오물분쇄기는 쓰레기의 20%만 분쇄해 하수구로 흘려 보내고 80%는 2차 처리기를 통해 걸러 회수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2차 처리기를 떼어 내고 불법 개조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정부는 하반기 중 관련 고시를 개정해 관리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퇴비 등으로 음식물을 재활용하는 비율이 높은데다 하수관이 좁아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분쇄기 사용이 보편화한 일부 해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오물분쇄기를 사용하면 분쇄된 음식 찌꺼기가 하수관로에 퇴적돼 관로를 막거나 침전물이 생겨 악취가 나고, 하수도가 처리용량을 넘어 역류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2012년 10월부터 음식물찌꺼기 분쇄 후 고형물 무게 기준으로 20% 미만을 배출하는 가정용 오물분쇄기에 한해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업체의 권유로 오물분쇄기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는 데에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의 한 공동주택 카페에는 “디스포저를 설치했는데 2차 처리기는 정부 인증을 받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실제로는 설치를 안해도 된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처럼 불법 개조가 가능한 것은 환경부의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 금지’ 고시가 모호해서다. 고시에 따르면 인증기준은 ‘사용자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도록 설계ㆍ제작된 일체형 제품인지’에 대해서만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업체들은 공장생산은 일체형으로 하되 실제로는 2차 처리기를 떼어 내도 작동이 가능하도록 편법 설계를 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설치할 때 2차 처리기를 떼어내거나 2차 처리기 내 거름망을 없애 주는 업체들도 있다”며 “2차 처리기를 떼어내지 않아도 물을 많이 내려 보내거나 수압을 이용하면 100% 다 흘려 보낼 수 있는 제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설치 상황과 불법 설치 여부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판매ㆍ사용이 가능한 인증 제품은 33개사의 65개. 제조업체들이 설치 후 보고하는 ‘주방용 음식물분쇄기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 설치되어 있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4만여개에 달한다. 업체들이 정보시스템에 등록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실제로는 이보다 많이 설치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환경부가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단속 실적 자료에 따르면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적발돼 행정 조치한 업체는 지난 5년간 36개사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 2차 처리기를 떼어내면 아예 제품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제품을 개선하도록 하고 인증 시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고시를 개정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디스포저의 불법 여부에 대한 문의도 많아 올바른 사용방법 등도 제품 설명에 담도록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디스포저 업체의 생산과 등록, 인증을 하수도법에서 다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박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