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리 상승·집값 하락·실업 3중고.. 지방이 더 불안하다

정한국 기자 2018. 6. 25.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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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높은 제2금융권 대출 지방 거주자가 더 이용..
집값도 지방이 더 떨어지고 실업률 상승폭 큰 곳도 많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서 향후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보다 지방에 있는 대출자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신용 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토지나 예금, 주식 담보 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지방에선 이런 대출 상품을 시중은행 등 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농협·신협·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 이용하는 비중이 더 높다. 특히 기타 대출은 고정 금리보다 변동 금리 비중이 더 많아서 금리 인상기에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군산의 텅 빈 원룸촌 - 한국 GM 군산 공장이 폐쇄되면서 GM과 하도급 업체 직원들로 북적였던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원룸촌이 텅 비었다. 조선·자동차 등 구조조정 여파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 지역 경제는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김영근 기자

여기에 더해 적지 않은 지방에서 수도권보다 더 큰 집값 하락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조선·자동차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실업률 상승 폭이 큰 곳도 많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에다 집값 하락, 일자리 감소 등 3중고(三重苦)가 지역 경제를 크게 억누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금융권 대출 의존율, 지방이 더 높아

한국은행 가계 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전국 기타 대출은 405조원으로, 이 중 1금융권과 2금융권 비중은 5대5였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지방이 수도권·광역시 등보다 2금융권 이용률이 훨씬 높다.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세종시는 2금융권에서 나온 대출이 전체의 42%인 반면,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남·경북·제주 등 8개 도는 69%에 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방은 은행 지점 수가 적은 데다 신협·농협·수협 등 상호금융권 이용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지방이 도시지역보다 신용도나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문제는 2금융권 의존율이 높으면 금리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신협·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신규 신용 대출 평균 금리는 연 4.94%로, 시중은행 금리보다 0.45%포인트 높다. 예금 등 기타 담보 대출 금리도 상호금융권 평균이 연 3.96%로 시중은행(연 3.08%)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기타 대출 상승세를 보면 정부 규제로 주택 담보 대출이 막히자 지방 상호금융권 등이 신용 대출 등 기타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타 대출은 변동 금리 상품이 많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지방 대출자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 주택 시장·실업률 충격까지

지방에서는 또 부동산 경기 침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향후 금리까지 오르면 변동 금리로 주택 담보 대출이나 신용 대출을 받아 집값을 마련한 사람들은 집값은 떨어지는데 이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겪게 될 우려가 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주택 평균 가격은 작년 말 대비 0.5% 올랐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는 아직 작년 말보다 집값이 소폭 오른 상태지만, 지방 8개 도는 전남·제주를 제외하면 모두 작년 말 대비 집값이 0.09~1.58%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지역별로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실업률이 크게 오르는 곳도 적지 않다. 경기가 살아나 투자를 위해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면 금리가 올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이 늘고 금리가 오르면 소득이 적거나 일자리를 찾기 힘든 취약 계층일수록 경제적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자동차·조선 구조조정 여파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전북 지역 실업률은 작년 말 1.9%에서 1분기 3.1%로 뛰었다. 경북 지역 실업률은 같은 기간 2.3%에서 4.8%로 2.5%포인트나 올라갔다. 부품·기계 등 제조업 부진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국 단위의 대출 총량 관리뿐 아니라 지역별, 금융기관별로 부채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센터장은 "주력 산업의 종류나 부동산 시장 상황 등 지역별로 변수가 많아 갈수록 지역 경제마다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25일 오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가계 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향후 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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