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터키의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터키 전역에서 치러졌다. 관심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4·사진) 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느냐다.

지난해 4월 국민투표로 터키는 정치 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로 바꿨다. 이번에 새로 뽑히는 대통령은 국가 사법 체계에 개입할 수 있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으며, 의회의 견제 없이 공직자를 바로 임명할 수 있다. 대통령이 행정·입법·사법 3권을 모두 거머쥐는 것이다. 이 자리에 에르도안이 앉게 되면 '21세기 술탄(중세 이슬람 제국 황제)'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은 "대선에 제1야당 공화인민당의 무하렘 인제 의원 등 후보 여러 명이 출마했지만 언론과 각종 시민단체를 장악한 에르도안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투표에서 에르도안이 50% 이상을 얻으면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당선을 확정 짓는다. 과반에 못 미치면 2위 득표자와 다음 달 8일 양자 대결을 벌인다. 마지막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의 지지율은 조사기관에 따라 47~52%를 기록했다.

바뀐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중임(重任)할 수 있다. 단, 중임 임기 중 대통령이 조기 선거를 단행해 다시 당선되면 5년 추가 임기를 다시 보장받는다. 에르도안이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이 되면 이론적으로 2030년대 중반까지도 집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에르도안은 2003~2014년 총리로 재직한 뒤 총리직에서 물러나 대통령에 당선됐다. 총리 4연임을 금지한 당헌을 의식해서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아예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을 추진해 통과시켜 버렸다.

일각에선 이번 대선에서 에르도안이 낙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CNN은 "에르도안이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건 그가 경제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인데, 최근 터키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등 경제난이 심각한 수준에 빠졌다"며 "최근 그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