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신부 사형수 만든 수단法 "10세부터 결혼 가능"

홍주희 입력 2018. 6. 25. 02:01 수정 2018. 6. 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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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남성과 원치 않는 결혼한 후세인
성폭행 남편 살해..정당방위 인정 안돼
앰네스티, 헐리우드 배우 등 구명 활동


수단의 19세 어린 신부는 어쩌다 사형수가 됐나

19세 수단 소녀 누라 후세인은 지난달 10일 사형 선고를 받았다. 결혼식 열흘 뒤 남편을 수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법원이 유죄로 인정했다.

변호인이 항소를 제기하고, 재판을 기다리는 사이 후세인이 극형에 처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후세인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이 전 세계 인권단체와 유명인들 사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국제앰네스티 등이 수단 정부에 감형을 요청했고,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과 할리우드 배우인 미라 소르비노, 엠마 왓슨 등 유명인들이 ‘누라를 위한 정의(#JusticeForNoura)’ 캠페인에 동참했다.
대체 왜 이들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후세인을 위해 나선 걸까.


15살 때 정해진 결혼…미성년 아내 성폭행한 남편
원치 않는 결혼 뒤 자신을 성폭행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수단의 19세 소녀 누라 후세인(왼쪽)의 결혼 사진. [데일리메일 캡처]
후세인의 남편은 16살이나 나이가 많았다. 후세인이 열다섯 살일 때 부모를 찾아가 결혼을 ‘신청’했고, 후세인의 뜻과 관계없이 신랑감으로 정해졌다. 원치 않았지만, 후세인이 부모의 뜻을 거스를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학교를 졸업하는 18세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사정을 해 결혼식을 미룬 것이 최선이었다.
시간은 흘렀고 후세인은 가족에게 떠밀려 지난해 4월 결혼식을 올렸다.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CNN과 한 인터뷰에서 그는 “결혼식 내내 울었다. 자살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누라를 위한 정의' 캠페인 이미지. [인스타그램 캡처]
사건은 신혼여행 장소(honeymoon flat)에서 벌어졌다. 후세인은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남편의 접근을 막으며 사흘을 버텼다. 탈출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아흐렛날 밤 남편은 친척을 동원해 후세인의 팔과 다리를 제압하고 성폭행했다. 이튿날에도 남편의 성폭행은 이어졌다. 후세인은 격렬하게 저항했고, 마침 침대 옆에 있던 칼이 손에 잡히자 남편을 찔렀다.

피 흘리며 쓰러진 남편을 보고 겁에 질린 후세인은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갔다. 가족이 보호하고 지지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세인의 부모는 곧장 그를 경찰에 넘겼다.
후세인은 CNN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다. 판사가 되는 것이 내 꿈이었다”


조혼 악명 높은 수단 “10세부터 결혼 가능”
1심 재판에서 후세인의 변호인은 후세인이 남편과의 몸싸움 중 입은 상처를 저항의 증거로 제시했다. 정당방위를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두 사람은 부부였으므로 성폭행이 아니다”라는 남편 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후세인을 위해 구명 활동을 벌이는 이들은 판결에 반발한다. 후세인의 살인은 성폭력을 피하려다 벌어진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한다. 또 후세인이 유엔이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조혼(早婚)의 피해자라는 점도 강조한다. 후세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 극형을 선고한 것은 제도와 악습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수단은 조혼이 드물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특히 악명이 높다.
1991년 제정된 수단의 ‘무슬림 가족법’은 어린이가 “성숙해지면” 결혼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그 기준으로 제시된 나이가 10살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낮은 결혼 최소 연령이다.

2017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수단 여성의 34%는 18세 전에 결혼한다. 15세 전에 결혼하는 여성 비율도 12%에 달했다.

지난 21일 CNN은 수단의 또 다른 조혼 사례를 보도했다. 38세 남성의 둘째 부인이 됐다가 간신히 이혼한 11세 소녀 아말의 이야기다.

결혼 후 아말은 매일 남편에게 폭행당했다. 두 번이나 친정으로 도망쳤지만, 부모는 늘 아말을 남편에게 돌려보냈다. 폭력을 견디지 못한 아말은 결국 경찰서로 도망쳤고, 폭행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받아 끔찍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거리에서 양철공으로 일하며 딸 여섯을 키우는 아말의 아버지는 “전통이기 때문에 어린 딸을 결혼시켰다”며 “남편이 딸을 보호해주고 공부시켜줄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여자 어린이 1200만 명, 매년 조혼 강요당해”
유네세프 조혼 근절 캠페인 [유니세프=연합뉴스]
2016년 유니세프는 유엔이 정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지구상에서 조혼을 완전히 없애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유니세프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조혼을 하는 어린이 수가 약 15% 줄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미성년자의 20%가 조혼을 하고 있다”며 “연간 1200만 명의 여자 어린이(18세 미만)가 조혼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 조혼이 감소한 데 반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조혼율은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혼은 소녀들에게 평생에 걸쳐 악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인 학습권과 성장권을 침해하고, 성폭력과 학대에 내몰릴 위험을 키운다.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고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등 성병에 노출되기도 한다.

한편 수단 정부는 후세인의 사형선고에 관한 CNN의 입장 표명 요청을 거부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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