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0년대 동물뼈 보낸 북한..유해 넘겨받은 美·英 쇼크

윤성민 입력 2018.06.25. 02:00 수정 2018.06.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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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전사자 유해라고 넘기며 보상금 요구..美 송환 임박, 이번에는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군 차량이 분주하게 기동하고 있다. 전날 미군 유해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는데 쓰일 나무 상자 100여 개가 판문점으로 이송됐다. [뉴스1]

북ㆍ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절차가 본격 시작되면서, 과거 북한의 ‘동물 유해 송환 전력’이 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합의에 따라 미군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부터다. 북한은 1995년까지 미군 유해 211구를 미국에 보냈다. 북한은 유해 한 구당 3만 달러의 보상금을 달라고 미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확인 결과 당시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6구에 불과했다. 송환된 유해 중엔 동물 뼈도 섞여 있었다. 동물 뼈가 발견되자 1994년 미국 국방부는 유해 한 구당 보상금을 2000~3000달러만 주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미국은 대부분의 보상금을 북한에 주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에만 동물 뼈를 보낸 게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영국군 전투기 조종사 데스몬드 힌튼의 유해를 2011년 영국에 송환했다. 그러나 영국 측 유해 감식 결과 동물의 뼈로 확인됐다.

미국은 북한의 유해 발굴 능력을 신뢰하지 못해 1996년 북ㆍ미 합동조사단을 꾸려 미국 측 주도로 유해 발굴 공동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이후 송환 과정도 순조롭진 않았다. 1998년엔 합동조사단이 미군 유해 2구를 발견했지만,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이후 과정 협의를 거부해 송환이 지연됐다. 1999년엔 공동조사단이 발굴한 미군 유해를 넘겨받기 위해 유엔(UN)사령부가 판문점에 갔지만, 북한이 아무런 통지없이 판문점에 나타나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미군 유해 송환 절차는 북ㆍ미 정상 간 합의에 따른 것인 만큼 과거와 다를 가능성이 크다. 유해 송환 절차가 시작되자 북한 매체들은 일제히 북ㆍ미 정상회담 합의문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대남 선전 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24일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긴장 상태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조미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미군 전사자 유해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기 위한 나무 상자 100여 개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23일 이송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법의인류학자를 포함한 미국 측 관계자 두 명이 유해 인도를 위해 북한에 파견됐다. 북한이 나무관에 유해를 담아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면 오산 미군 공군기지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에 유해가 송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