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철' 최정우 .. 포피아·낙하산 논란 피한 깜짝 뒤집기

윤정민.이근평 2018. 6. 2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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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측근 제치고 후보 확정
사상 첫 내부 비엔지니어 출신
20년 만에 서울대 안 나온 회장
철강 통상전쟁 속 신사업 숙제
끊이지 않는 외압설도 잠재워야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일단락됐다. 포스코 이사회는 23일 최정우 포스코켐텍 대표이사를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이사회는 논란이 많았던 유력 후보들 대신 비교적 주목도가 낮았지만 그만큼 논란도 적었던 최 대표를 회장 후보로 택했다. 막판 반전을 통해 ‘포피아(포스코 마피아) 논란’을 최소화한 것이다.

후보가 5배수로 압축된 22일만 해도 포스코 안팎에선 오인환·장인화 두 현직 대표가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두 사람 모두 권오준 전 회장 측근으로 꼽힌다. 반면 최 후보는 5배수 후보 명단이 발표된 후에도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장 대표와 최 후보 두 명으로 추려진 시점에서도 장 대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3일 이사회에서 ‘막판 뒤집기’가 이뤄졌다.

포스코 안팎에선 막판 뒤집기의 이유를 ‘비서울대, 비엔지니어, 비제철소장’의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한다. 모두 포피아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는 장치들이다. ‘포피아’는 좁게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 넓게는 포스코 내부 엔지니어 출신을 의미한다. 이들은 대부분 제철소장 등의 요직을 거친다.

그러나 최 후보는 이런 이력과는 거리가 있다. 최 후보가 회장에 오르면 포스코 50년 역사상 최초로 회사 내부 인원이면서 비엔지니어 출신인 회장이 된다. 또한 비서울대 출신 회장도 1998년 이후 20년 만이다. 57년생인 최 후보는 부산 동래고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83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재무관리와 감사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포스코 재무실장, 포스코건설 기획재무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을 맡았고 포스코의 컨트롤타워 격인 가치경영센터장으로 근무하며 권오준 회장 재임 기간 진행된 구조조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포스코켐텍 대표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포스코에 계속 머물렀던 오인환·장인화 대표보다 ‘권오준 색깔’이 상대적으로 옅어 보인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점심 전후로 끝날 예정이었던 23일 이사회가 그간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보도된 기사들을 모아 분석하고 여론 동향을 파악하느라 오후 늦게까지 지속했다”고 전했다. ‘낙하산 인사’나 ‘포피아 인사’ 등의 논란을 의식해 막판 최 후보 쪽으로 선회했다는 얘기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
이처럼 반전 끝에 최 후보가 최후의 1인으로 확정되며 당장 권 전 회장의 영향력 행사 논란을 비롯한 ‘포피아 논란’이 다른 후보에 비해선 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 후보가 지휘할 포스코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철강 수요 부진이라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와 철강 부진을 메울 신성장 사업의 육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 선정과 관련해 “철강 공급 과잉, 무역규제 심화 등 철강업계 전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고 비철강 사업에서도 획기적인 도약이 시급하다”며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100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혁신적 리더십을 보유한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 전 회장 역시 지난 4월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철강만으론 한국에서 더는 성장할 수 없고, 최근 무역통상 문제를 보면 수출도 쉬운 일이 아니다”며 “다른 산업을 만들어 새로운 도약을 할 수밖에 없다”고 위기감을 내비쳤다.

이런 목표 아래 진행돼 온 사업들을 정상궤도로 올리고 투자를 수익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최 후보의 역할이다. 특히 포스코는 2차 전지에 사용되는 양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 사업을 위해 8년의 세월을 쏟았고 연구개발비와 생산 공장 준공, 광산 확보 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권 전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 짓고, 신성장 사업 위주로 조직을 재정비해 내실을 다지는 작업 역시 최 후보가 해야 할 일이다. 포스코는 지난 1월 효율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남는 덩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완료했다고 선언했지만 향후 성장 사업에 힘을 집중하기 위한 작업이 아직 남았다.

다행히 구조조정과 신성장 사업 모두 최 후보가 진행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 후보는 그간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때문에 향후 마무리와 조직 재정비에서도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 후보는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과잉되었던 포스코 그룹 투자사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며 “포스코켐텍 대표를 맡으며 그룹 내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소재 분야 사업을 직접 지휘한 바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영 외적인 분야에서 최 회장이 이겨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외압설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편이지만 일각에선 최 후보의 막판 뒤집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또한 이전 정권 시기에 이뤄진 자원개발 등의 사업과 관련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향후 권 전 회장뿐 아니라 회사 전체가 검찰 수사 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이런 논란들을 해소하고 잡음 없는 회사로 만드는 것 역시 최 후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 후보는 24일 “회장 후보로 선정돼 영광스러우면서도 어깨가 무겁다”며 “포스코 임직원과 포스코에 애정과 관심을 주시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경영계획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 후보는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윤정민·이근평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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