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반대 '문인 간첩단 조작' 44년 만에 모두 누명 벗었다

박광연 기자 2018. 6. 2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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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피해자 4명 이어 임헌영 소장 재심서 무죄

1974년 박정희 정부가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문인들에게 간첩 누명을 씌운 이른바 ‘문인 간첩단 사건’의 피고인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정희 정부가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문인들에게 간첩 누명을 씌운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에 연루됐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77·본명 임준열)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관련 사건의 피해자 5명 전원이 사건 발생 44년 만에 모두 누명을 벗게 됐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1976년 유죄가 확정됐던 임 소장의 재심에서 지난 21일 무죄를 선고했다.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는 1974년 북한 계열의 재일조선인총연맹(조총련) 위장 기관지에 원고를 투고하는 방식으로 반국가단체와 회합한 혐의로 임 소장 등 문인들을 구속했다. 보안사의 수사는 문인들의 유신헌법 개정 지지선언 직후 이뤄졌다. 임 소장은 1976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확정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 유죄의 근거가 된 임 소장 등의 신문조서가 수사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로 작성된 이상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보안사가 민간인인 임 소장 등을 수사할 권한이 없었을뿐더러, 보안사에서의 자백 진술은 고문과 가혹행위로 이뤄졌다”며 “검찰에서도 보안사의 고문이 두려워 자백한 만큼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무죄판결에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인 간첩단 사건 피해자 5명이 모두 재심에서 무죄를 받게 됐다.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의 공범인 정을병씨는 사건 당시 무죄를 선고받았고, 김우종·이호철·장병희씨는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해 2011~2012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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