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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강산에·장기하, 비무장지대에서 평화를 노래하다

박창영 기자
입력 : 
2018-06-24 17:24:33
수정 : 
2018-06-24 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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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리역, 노동당사, 고석정 등 접경지역서 7개국 34개팀 참가…밴드공연은 사상 처음 열려
조직위 "매년 규모 키워 세계평화의 상징되는게 목표…평양·함경도서도 개최 기대"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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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강원도 철원군 노동당사에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피스트레인 조직위원회]
지난 23일 가수 강산에(55)가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에서 노래를 불렀다. 한국전쟁 중 끊어져버린 이 역은 DMZ(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가까이 있으며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팻말로 유명하다. 실향민 부모를 둔 강산에는 "역사의 중요한 현장에 와 있다"며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아 이제는 평화에 기회를 주자"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작곡한 '…라구요', 아버지를 위해 만든 '명태' 등 총 네 곡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강산에가 노래한 월정리역을 포함해 노동당사, 고석정 등 접경 지역을 무대로 삼은 음악 축제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이 이달 21~24일 나흘간 열렸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의 접경 지역을 평화 지역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7개국 아티스트 총 34개 팀이 출연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이동연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월정리역에서 록페스티벌 형식으로 밴드 공연을 한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며 "조만간 이 축제를 평양과 함경도에서도 개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된 23일 오전 '피스트레인(Peace Train·평화 열차)'은 서울역에서 출발해 철원 백마고지역을 향해 약 3시간을 달렸다. 열차 내에서 공연을 펼친 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는 '세계로 가는 기차'(들국화)를 부르며 철마로 세계 여행을 하게 될 통일 한국을 소망했다. 국적, 성별, 종교, 나이가 다른 140여 명의 승객은 오직 노래로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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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트레인에서 영국 싱어송라이터 뉴턴 포크너가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피스트레인 조직위원회]
백마고지역에 내린 사람들은 노동당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철원군에 있는 옛 조선노동당 철원군 당사 건물로 지금은 뼈대만 남아 있다. 3층 건물 앞뒤엔 포탄과 총탄 자국이 빽빽해 한국전쟁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이끄는 콜렉티브에이(Collective A)와 작곡가 겸 가수 선우정아는 폐허를 배경으로 희망을 노래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안무를 맡았던 콜렉티브에이는 분단된 조국에서 고통받던 한민족이 하나 되는 퍼포먼스를 몸으로 펼쳐 보이며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행사를 참관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폐허가 된 유적에서 현대무용으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탈리아 카라카라 욕탕, 콜로세움에서 오페라 같은 공연을 하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도 (예술 공연을 할 때) 유적을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월정리역에서는 강산에 외에도 대중음악계 천재로 통하는 듀오 방백, 영국 싱어송라이터 뉴턴 포크너가 노래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곳은 한국전쟁 2대 격전지로 사람이 가장 많이 죽은 지역"이라며 "여러분께서 여기에 평화를 몰고 오셨다"고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강원도는 서울시와 함께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을 공동 주최했으며 관람객은 공연을 무료로 즐겼다.

고석정 본 무대에서는 태국 출신으로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작곡가 겸 가수 품 비푸릿을 비롯해서 장기하와 얼굴들, 이디오테잎, 프랑스 출신 밴드 부두게임(Vaudou Game)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공연했다. 오후 9시 스테이지에 등장한 장기하는 "국제 평화도 중요하고 민족 화합도 중요한데 여러분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느리게 걷자'를 불렀다.

조직위원회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을 통해 남북 접경 지역을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애초 다소 허황된 이야기로 들렸던 이들의 목표는 4월 판문점 선언과 이달 미·북정상회담을 거치며 희망을 보게 됐다. 이동연 조직위원장은 "음악만큼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다"며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됨에 따라 한반도 평화를 외치는 페스티벌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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