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Change] 천연가스의 땅 사할린, 한반도 ~ 러시아 '에너지 길' 잇는다

정상균 입력 2018. 6. 24. 17:17 수정 2018. 7. 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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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북방경제벨트를 가다 <2>북방 교두보 러시아·극동  2. 사할린
남·북·러 '3각 협력' 성사되면 北 관통하는 가스파이프 연결
韓, 바닷길 대신 육로로 가스 수입 비용 아끼고 전력난 우려 상쇄
러시아 사할린 남단의 프리고로드노예항(港)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의 접안부두에 6만7000t급 LNG 선박이 정박해 있다. 보통 이틀 정도 정박해 LNG를 싣는다. 이곳은 러시아·영국·일본이 합작한 다국적 회사 사할린에너지투자회사(SEIC)의 LNG 생산기지다. 러시아 최초의 LNG 플랜트이기도 하다. SEIC는 지난해 12월 기준 LNG 1150만t을 생산해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수출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이곳에서 매년 150만t의 LNG를 수입한다. 사진=정상균 기자

【 사할린(러시아)=정상균 기자】 러시아 극동 사할린의 바다는 깊다. 영하 30도 혹한의 긴 겨울에 바다는 얼어붙는다. 지난 8일 오후, 사할린 남단 프리고로드노예항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는 옅은 안개에 싸여 있었다. 125m 높이의 4개 가스압력조절타워(플레어스택) 꼭대기에서 뿜어나오는 화염이 바람에 날렸다. 기지에서 바다 쪽으로 800m 뻗어있는 선박 접안부두에는 6만7000t급 LNG 선박이 정박해 있었다. 이곳에서 LNG를 실어 다음날 일본으로 가는 배다. 부두 옆에는 높이 67m, 지름 37m의 LNG 저장탱크 2개(총 20만㎥) 가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LNG 생산기지(520만㎡)는 사할린 최남단을 감싸는 아니바만 가운데에 있다. LNG 기지와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석유 기지도 있다. 이곳은 러시아 최초의 LNG 플랜트다. 러시아·영국·일본이 합작한 다국적 회사 사할린에너지투자회사(SEIC)의 LNG 생산기지다. 이 LNG플랜트 건설 일부는 대우건설이 참여했다.

이곳의 천연가스는 사할린 북동부 해상에 있는 석유·가스전에서 생산된다. 해상에 33층 빌딩과 맞먹는 세계 최대의 유전(사할린-2 프로젝트) 플랫폼(룬스코예A)이 있는데,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다. 이 유전에서 이곳 LNG 생산기지까지 800km에 가스관이 연결돼 있다. 이 천연가스는 영하 160도로 액화, 압축돼 아시아로 수출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알렉산더 구세브 LNG 생산단지 운영본부장은 "2개의 LNG 생산라인(트레인)이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돼 가동률이 좋다. 상업생산(2009년) 개시 이래 올해 6월1일까지(누적) LNG 수송선 1489척이 9680만t의 LNG를 한국·일본·중국·대만·필리핀 등 7개국가 45개 항만으로 수출했다"고 말했다. '동토의 땅' 사할린이 러시아 최남단의 '천연가스 보고'가 된 것이다.

■한·러 천연가스파이프 연결 기대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전량을 바닷길로 수입하고 있다. 남·북·러 3각 협력이 실현되면 유럽처럼 천연가스를 육로로 도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바로 '천연가스파이프(PNG)' 연결이다. PNG의 최대 장점은 경제성이다. 액화설비와 LNG 수송선 등이 필요한 LNG에 비해 수입 비용이 저렴하다. 가스공사의 한·러 PNG 공동연구(2010년)에서 단위당 수송원가는 LNG가 PNG의 3배 수준이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러는 PNG 연결과 관련 경제성, 기술성 등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한국가스공사(KOGAS)와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이 사업 파트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달 초 기자와 만난 예로힌 알렉세이 어니스트앤영 극동본부 대표는 "한·러 간 PNG 사업 협력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PNG는 수입량에 따라 효율(비용)을 개선할 수 있다. 지금의 '가스시장'이라면 PNG가 LNG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남북한에 PNG가 실현되면 '사할린 가스전'이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생산지다. 사할린 가스전은 러시아 본토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PNG가 연결돼 있다.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지난 4월, 5월에 잇따라 실무협의를 갖고 '사할린 가스전'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승일 가스공사 사장도 지난 5월 말 러시아에서 가즈프롬, 노바텍 등 러시아 유력 가스 개발사업자와 만났다. 이번 문 대통령 러시아 방한 때도 수행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PNG를 연결하려는 그림이다. 북·중·러 접경지역인 러시아 연해주 하산에서 육로로 PNG를 잇는다면 북한 나진·선봉 경제특구 등 북한의 주요 도시에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 PNG는 북한 함흥, 원산, 평양, 개성을 거쳐 한국 고성, 인천, 평택 등으로 이어진다. 남·북·러 PNG 가스관은 총 1122km(러시아 구간 150km, 북한 740km, 한국 232km)다.

PNG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도 연관된다. 천연가스를 저렴하게 도입하면 LNG 발전 확대(2030년 LNG 발전비중 18.8%로 확대)가 가능해진다. 탈원전에 따른 전력난 우려도 상쇄할 수 있다. 기존에 투자한 LNG 저장설비를 활용해 LNG와 PNG 병행 수입이 가능해 가스수급 안정과 가격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 다만 경제성만 따져 PNG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유럽의 사례처럼 에너지 안보에 부정적이다. 한·러·중의 '가스 동맹'에 셰일가스 수출을 확장하려는 미국의 견제도 예상할 수 있다.



■'북극 가스전' 개발 협력 확대

글로벌 '에너지 전쟁'에서 안정적인 가스 수급을 위해 지분 투자 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신북방경제 정책의 하나로 유라시아·극동의 신규 가스전 프로젝트에 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러시아 민간 가스생산업체 노바텍이 추진 중인 '북극 LNG-2 프로젝트'가 그 중 하나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극 LNG-2 프로젝트'에 협력을 약속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북부 야말반도의 맞은편 지단반도의 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연간 생산량 1980만t 규모의 LNG 플랜트를 건설해 2023년 가동이 목표다. 총 사업비는 190억달러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 된다.

'북극 LNG-2 프로젝트'에 한국이 지분을 투자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사업자인 노바텍(51%)은 지분 49%에 한해 외국자본에 넘긴다. 노바텍의 레오니드 미켈슨 회장은 지난 2월 우리측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프랑스 토탈,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쓰이·미쓰비시 등 일본 에너지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앞서 야말반도의 '북극 LNG-1 프로젝트'에 한국은 지분을 투자하지 않았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등 중국이 지분 29.9%, 프랑스 토탈이 20%를 투자했다. 대신 한국은 북극항로로 LNG를 수송하는 쇄빙선 15척을 전량 수주했다.

또 러시아는 북극항로의 중간 기착지인 캄차카 반도의 캄챠카스키항을 LNG 전용항만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야말에서 북극항로로 가져오는 LNG를 저장, 수출하는 항만이다. 내년 착공이 목표다. 이미 지난해 말 일본 기업들이 노바텍과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노바텍과 러시아는 한국 기업의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북극항로 LNG 쇄빙선 추가 수주와 항만 개발이 가능하다. 예로힌 대표는 "노보텍은 야말 프로젝트 1~3단계를 거의 완료한 상태다. 이어서 캄차카로 이동해 LNG항만 개발을 추친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에서 참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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