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사진관] 24일 0시..마침내 사우디 여성, '자유'를 운전하다
변선구 2018. 6. 24. 13:24
세계 유일의 여성 운전 금지 국가로 남아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마침내 24일(현지시각) 0시를 기해 여성이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을 합법적으로 시작했다.
아랍에미리트 운전면허를 사우디 면허로 바꾼 리나 알마에나는 어머니의 렉서스를 운전하며 “매우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미국 운전면허를 사우디 면허로 바꿨다는 사라 알와시아(35) 씨는 23일 현지 매체 아랍뉴스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쁘다"며 "내 나라에서 운전할 수 있는 날이 왔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알와시아는 18살 때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아이를 둔 그녀는 이러한 변화가 그녀와 가족에게 편안함을 줄 것이고, 위급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아이들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학교에 데려다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킹 압둘라이지즈 대학에서 유럽 언어와 문학을 가르치다 은퇴한 사하를 나시 에프(64)는 영국과 미국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었고, 지난 7일 면허를 취득했다. 그녀는 “어떤 것으로도 나의 기쁨을 표현할 수 없다”며 “나는 이제 우리나라 운전면허를 가지게 됐다”고 기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사우디 여성의 운전 허용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전 세계에서 이어졌다. 사우디 국영방송은 24일 0시 긴급뉴스로 여성이 운전하는 모습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여성들은 직접 운전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운전할 수 있는 연령대의 사우디 여성은 약 900만명 가운데 600만명 정도가 운전면허증을 딸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사우디에서 여성 2000명 정도가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운전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사우디 내 자동차 회사도 여성 직원만을 배치한 대리점, 여성 전용 상담 전화를 개통하는 등 경쟁적으로 여성 운전자를 겨냥한 판촉에 나섰다.
사우디 경찰은 여성 초보운전자를 보호하고 만일의 사고를 막기 위해 23일 밤부터 도로 곳곳에 배치됐다. 이들은 여성이 운전하는 차량을 바짝 뒤쫓거나 여성 운전자를 위협하는 언행을 하는 남성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여성 운전자를 겨냥한 성희롱, 무단 촬영 등을 범하면 최고 징역형에 처한다.
이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사회·경제 개혁 계획 '비전 2030'을 상징하는 변화다. 이 계획은 사우디를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변모시키고 금기시했던 여성의 사회 참여, 대중문화, 관광 산업을 활성화해 국가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핵심 목표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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