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정 풀어라" 커지는 목소리..'채무 증가속도 빨라' 경계론도

입력 2018.06.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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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대책 절실..지방선거 이후 여권 연일 재정확대 강조
"일자리 개선 우선" 지적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지방선거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재정확대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더욱 적극적인 재정으로 소득주도 성장이 정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양호한 재정건전성 지표, 국제기구의 재정확대 권고 등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빠른 부채 증가 속도, 저출산 고령화 등 위험요인이 많아 재정확대는 가급적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최근 여러 문제는 민간 일자리와 관련돼있으므로 재정보다는 혁신 성장, 규제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발언하는 추미애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춘석 사무총장, 이낙연 국무총리, 추미애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장하성 정책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 김수현 사회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2018.6.20 kjhpress@yna.co.kr

◇ 믿을 건 나라 곳간뿐…국제기구도 "재정확대 필요"

24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강력한 재정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 경제학자들도 한국이 재정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며 강력한 재정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을 혁신 성장에 과감히 투입해서 구조조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거론돼 주목을 받았다. "깜짝 놀랄 만큼" 돈을 풀자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여권의 이런 움직임은 지방선거 승리 분위기를 민생 개선으로 '굳히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넉넉한 세수는 '거침없는 재정확대론' 현실화 가능성을 높인다.

올해 1∼4월 누계 세수는 '세수 풍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조5천억원 늘어난 109조8천억원을 기록했다.

OECD가 평가한 한국경제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렌달존슨 OECD 사무국 한국경제 담당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 OECD 한국경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18.6.20 youngs@yna.co.kr

재정 건전성 지표도 선진국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D2)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2.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OECD는 최근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현 정부의 재정확대 기조에도 "2019년까지 일방정부 기준 재정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2%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출 증가율 속도를 높여 흑자 폭을 다소 줄이는 것은 어떤 충격에 대해서도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년 예산 증가율이 올해 증가율(7.1%)를 넘어서 8%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올해 두 번째 추경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두 번째 추경을 생각하기 보다는 우선 본예산과 상반기 일자리 추경의 효율적인 집행에 전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 문제는 부채 증가 속도…'고용이 선결과제' 지적도

선진국에 비해 빠른 부채 증가속도와 대외 요인에 취약한 한국경제 구조적 한계 등을 고려하면 섣부른 재정확대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 정부부문 순 부채는 2016년 기준 5천420억 달러로 2012년(4천320억 달러) 이후 4년간 25%나 증가했다.

반면 G20 국가는 같은 기간 52조7천780억 달러에서 54조5천130억 달러로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아예 감소했다.

GDP 대비 채무 비율도 고령사회 진입 등 특정 시점에서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가령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18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은 40.9%인데 프랑스와 독일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1979년과 1991년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32.6%, 36.8%로 오히려 낮았다는 것이다.

대외요인에 취약한 한국경제 구조적 한계를 생각하면 '재정 방파제'를 더 높이 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유가 인상 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흔들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 통일 비용 등 구조적 위험에도 충분히 준비하려면 재정을 신중히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구인 구직 취업 [연합뉴스TV 캡처]

지금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 성장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새 정부 들어 이미 두 번이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중장기적으로도 5.8% 이상 재정지출을 늘리기로 한만큼 이제는 규제 개혁 등에 전력을 다할 때라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 세 축이 '같은 속도'로 돌 때 성공할 수 있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도 무리한 재정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소득주도·혁신·공정경제의 세 축이 따로 놀거나 다른 속도로 돌아가면 성과를 낼 수 없다"며 현 정부 2년 차 성공을 위해서 혁신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건전성이며 파국적인 위기가 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보편적인 복지 등을 위해 재정확대를 거론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