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 산 채로, 끓는 물에..'문어·가재'도 아프다

이재은 기자 2018. 6.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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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행복권-②]갑각류·두족류, 신경계 정교해 사람 만큼 고통.. "고통 느끼지 않게 조리해야"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영화배우 최민식이 영화 '올드보이'에서 산낙지를 입에 넣고 씹고 있다. /사진=영화 올드보이 중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동물과 인간은 감각의 능력을 함께 가졌다. 그렇지만 이성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도 말했다. "인간과 동물은 고통을 느끼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 동물은 자극에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반사할 뿐, 자신에 대해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좀 다르다. 동물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것. 주목할 점은 새우·게·가재 등 '갑각류'나 문어·낙지·오징어 같은 '두족류' 역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소·돼지·개 등 척추 동물만 고통을 느낄 거란 상식을 깨는 이야기다.

'갑각류'의 고통은 최근 중국의 한 훠궈 식당에서 구사일생한 가재 영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라온 영상에는 산채로 탕 냄비 가장자리에 매달린 가재 모습이 담겼다. 가재는 펄펄 끓는 탕에서 힘겹게 빠져나왔지만 한쪽 집게발이 이미 익어 축 늘어진 상태였다. 잠시 고민하는듯 하던 가재는 움직이지 않는 왼손 집게발을 다른 쪽 집게발로 떼어낸 뒤 탕 주위를 빠져나와 도망쳤다.

연구결과도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로버트 엘우드 벨파스트퀸스대 생태학 교수는 '갑각류가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2013년 발표했다. 교수는 게를 보호소 양측에 나눠 배치한 뒤 한 쪽에는 반복적으로 전기 충격을 줬다. 다른 한 쪽에는 아무런 충격을 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기적 충격을 정기적으로 받은 게들은 대다수 보호소를 떠난 반면, 그렇지 않은 쪽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조나단 버치 런던정경대 조교수도 "갑각류는 신경계가 정교해 조직 손상 등에 대해 고통을 느낀다. 특히 산 채로 끓는 물에 담그면 심각한 고통을 느낀다"면서 "요리를 인도적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스위스 정부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지난 3월부터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바로 넣어 요리하는 관행을 금지했다. 반드시 기절시킨 뒤 요리하도록 했다. 또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얼음이나 얼음물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연과 유사한 수준의 물에 보관하도록 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도 산 바닷가재를 요리 전 얼음과 함께 두는 것이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문어·오징어·낙지 등 '두족류'도 고통을 느낀다. 제니퍼 매더 레스브릿지 심리학 교수는 두족류는 인지 능력이 있으며 산 채로 먹힐 때 고통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족류는 척추동물처럼 고통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런 상황들을 기억한다. 낙지 등이 생으로 조각조각나서 사람에게 먹힐 때 이들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뉴런이 뇌에 있다면, 두족류의 신경계는 뉴런의 5분의 3이 다리에 있을 정도로 분산돼 있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사람의 팔이 잘려 누군가에게 먹힌다면 두뇌와 연결이 끊겨 고통을 못 느끼지만, 두족류는 그렇지 않다는 것. 분산된 신경계 때문에 한 번 잘린 뒤에도 다리가 조각조각 날 때마다 고통을 또 느낀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매더 교수는 "살아있는 두족류를 생으로 먹는 건 너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서 즐겨 먹는 낙지 탕탕이나, 살아있는 산낙지를 넣은 연포탕 등을 봤다면 기겁했을만 하다. 매더 교수는 급속 냉각 등을 통해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한 후 조리하는 걸 권장했다.

두족류의 지능이 뛰어나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살아 있는 문어를 플라스틱 병에 넣고 뚜껑을 닫은 실험에서 문어는 1분 만에 빨판으로 병 뚜껑을 잡아 돌려 탈출한다.

여러 이유로 문어는 보호 받아야 할 동물이 됐다. 영국 동물실험위원회는 1992년 두족류가 고통을 경험한다는 증거를 내세워 보호대상 동물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고, 이듬해 문어가 법적 보호대상 동물로 지정됐다. 유럽연합(EU)도 2010년 9월 두족류를 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할 동물'로 규정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논의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이달 한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 "두족류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게 단숨에 죽이고 요리하자. 생으로 요리하지 말자"는 글이 올라오자 120여개의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댓글에서 사람들은 "산 채로 먹어야 맛있다. 오징어한테 인권부여할 참이냐"거나 "살아있는 걸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당신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오히려 식욕이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취향존중 부탁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가 다시금 "소나 돼지에게 이산화탄소 도축법을 장려하는 건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다. 두족류에게도 고통을 느끼지 않을 자유를 줘야한다"고 말하자 "소·돼지와 해양생물이 같냐"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에서 동물학대 범위에 갑각류와 두족류는 제외돼 있다. 지난해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상해 등 동물학대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동물은 소·말·돼지·개·고양이·토끼·닭·오리·산양·면양·사슴·밍크 등의 척추동물에 국한된다.

/사진=픽사베이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신경함이 '종차별주의'에서 나왔다고 지적한다. 사람이 우리와 상대적으로 친밀하고 유사한 척추동물 고통에만 관심을 쏟는 게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처럼, '종차별적인'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최훈 강원대 교양학부 교수는 2009년 12월 한국생명윤리학회지를 통해 "모든 척추동물, 그리고 무척추동물 중 두족류는 고통을 느낀다"며 "우리가 느끼는 고통처럼 그들도 고통을 느끼고, 똑같이 괴로워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차별주의 관행들은 동물들을 도살하고 공장식으로 사육하며, 고통을 줌으로써 동물들의 기본적인 행복이나 자존심을 빼앗는다"며 "평등 원칙에 의해 그런 고통을 느끼게 하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밝혔다.
/영상 출처=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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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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