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난자 파실 분 찾습니다"

류인하 기자 입력 2018.06.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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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 산부인과 병원 난임클리닉 의료진이 정자와 난자를 수정하기 위한 보조생식술을 시행하는 모습.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경향신문 자료사진

최근 서울의 한 대학 내 화장실에서 몇 장의 게시물이 발견됐다. ‘난자 기증하실 분을 찾습니다. 저희 부부는 난임으로 아기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략) 조건은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통과할 수 있는 건강하신 젊은 한국 여자분이시고, 과배란 주사를 맞을 수 있으시면 되구요. 서울지역에 있으시면 좋구요. 도와주시면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난자 또는 정자를 사고파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불법이다. 난임부부 본인의 불임치료를 위해 채취한 난자의 일부를 다른 여성의 불임치료 목적으로 기증하는 경우에도 기관 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승인을 받은 것에 한해 가능하다. 또 난자 기증자는 기증된 난자로 인한 임신이 3회를 초과해 공여할 수 없도록 정하는 등 엄격한 기준이 있다. 그런데 버젓이 대학가 화장실에 이 같은 난자 매매 게시물이 부착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간경향>은 해당 게시물에 기재된 이메일로 접촉을 했다.

대학 화장실에 붙은 난자거래 게시물 난자 제공 절차를 문의하자, 답은 하루 만에 왔다. 이메일을 통한 연락은 반나절에서 하루 텀을 두고 닷새간 이뤄졌다. 이들은 자신을 난임상태인 10년차 부부로 소개했다. 이메일 내용의 일부다. “저희는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 시술도 실패하여, 이제 의사 선생님이 난자를 기증받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자매도 없고 해서 이렇게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들은 난자 채취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공여과정은 우선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받아 통과해야 되고요. 생리 시작 후, 초음파 검사를 위해 세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하면서 과배란 주사를 맞습니다. 그리고 생리 후 13일 정도쯤에 난자 채취를 합니다. 병원은 서울에 있는 크고 잘 알려진 병원에서 하려고 합니다.” 충분한 사례금 제공도 약속했다. 이미 금전거래를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기자가 사례금으로 거액(5000만원)을 제시하자 이들은 난색을 표했다. 업계 표준가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난자 매매 브로커들의 ‘업계 관행’을 설명했다. “그렇게 많이는 어렵고요. 아마 전문업체나 미국에서도 그렇게 많이 받기는 힘들 거예요. 그리고 전문업체에서는 한 번에 난자를 30개 정도 채취하는데 그러면 몸에 무리도 많이 가고, 몸도 힘들 수 있을 거예요. 업체에서는 그렇게 해서 여러 사람에게 준다고 합니다. 저희는 저희 부부만 하는 거라서 그렇게 많은 난자가 필요하지 않고, 저희 의사선생님은 한 번에 7개에서 10개 정도만 생성할 수 있게 약을 조금만 쓴다고 합니다. 제 의사선생님을 만나보고 결정해도 됩니다.”

이들이 실제 난임부부인지, 브로커인지 여부는 경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난자 거래 시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여성의 몸에서 다량으로 채취된 난자가 판매되는 음성적인 시장이 존재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난임가족연합회 관계자는 “협회 홈페이지에 실제로 난자 매매를 문의하는 전화나 본인이 난자를 팔겠다는 전화가 많이 걸려 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모든 관련 글을 막은 상태지만 여전히 거래시장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합회는 게시판에 불법 (난자·정자) 거래 관련 글을 게시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다.

공개적으로 난자 제공 설명회를 개최하는 해외 업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글 등 포털에 ‘난자 제공’만 검색해도 홍보글이 등장한다. 대만에 위치한 OO클리닉은 한국인 난임부부를 상대로 설명회까지 열며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클리닉은 오는 9월에도 한국에서 설명회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홈페이지나 이메일을 통해 알려준 정보에는 난자 매매 및 거래액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이들이 첨부한 파일을 살펴보면 사실상 ‘난자 매매시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공자의 희망조건.doc’ 파일(사진 참고)을 살펴보면 난자 제공을 원하는 부부의 희망사항을 총 11가지로 정리, 체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OO클리닉 측은 이 조건에 최대한 맞춰 난자를 제공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해당 리스트 항목을 살펴보면 혈액형, 신장, 체중 등 기본적인 신체조건 외에 쌍꺼풀 유무, 콧대 높이, 입술두께, 얼굴형, 종족(국적), 학력, 피부색, 난자 제공을 받을 여성과 닮았는지 여부 등을 체크할 수 있게 돼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 속 여성 난자 브로커 사례가 어쩌면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는 셈이다.

난임시술 클리닉 측이 제공한 문건/출처 : OO클리닉

해외 업체 한국 부부 상대로 설명회도 난임여성이 과배란 주사를 통해 비교적 안전하게 여성의 몸에서 채취할 수 있는 난자 수는 최소 7~10개(난소기능이 정상인 경우 10~20개) 수준이다. 한 번에 30개 이상의 난자 채취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난자 채취는 매매목적이 아닌 이상 불필요한 숫자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난임병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30개 이상씩 채취를 하기도 했지만 환자분에게 무리가 많이 간다는 지적도 있고, 실제 복수(腹水)가 차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요즘은 (난임시술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는) 그렇게 많이 난자를 채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난자를 과배란시키기 위해서는 투여하는 주사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여성에게는 그 자체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용역으로 작성된 ‘생식세포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화 및 시범사업’ 자료에 따르면 “난자를 얻기 위한 과배란 유도는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이라는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으며, 난자 채취 과정 또한 마취하에 이뤄져 위험하고, 심각한 출혈의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매매시장이 음성적으로 존재하지만 정부 당국은 단속 권한이 없다는 핑계로 제대로 된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씩 매매 등 거래가 오간 정황이 적발되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별도의 적발 및 인계건수를 따로 취합하거나 관리하지도 않는다. 2014년 이목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난자와 정자의 불법매매를 근절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할 시점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가 전부다. 당시 발표한 난자·정자 불법매매 혐의 적발현황을 보면 2011년 381건에서 2012년 403건, 2013년 871건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요구해 집계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통계는 따로 수집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매년 불임환자가 증가하지만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음성적 거래시장을 만드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난임가족연합회 관계자는 “2005년 난임시술비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요구만으로도 ‘개인이 아이를 낳는 문제를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하느냐’는 비난이 거셌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많이 변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난임부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고, 이런 상황에서 난자 제공을 국가 주도로 양성화하자는 목소리는 정부 부처 어디에서도, 의원들도, 난임 당사자도, 그 누구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16년 난임 진단을 받은 환자는 22만1200여명에 달한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