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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허업” “우리가 핫바지인가” 능변가 김종필


입력 2018.06.23 14:17 수정 2018.06.23 14:17        스팟뉴스팀

은유와 비유로 ‘촌철살인’ 감칠맛 나는 표현 사용해

2016년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서울 중구 김종필 전 총리 자택을 방문해 김 전 총리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6년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서울 중구 김종필 전 총리 자택을 방문해 김 전 총리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은유와 비유로 ‘촌철살인’ 감칠맛 나는 표현 사용해

23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92세로 타계하면서 그간 남긴 ‘어록’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영원한 2인자’ ‘정치 풍운아’라는 대표적인 수식어 외에도 ‘능변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정치경험에서 우러나온 표현들이 풍부한 은유와 비유, 고사성어와 어우러져 ‘촌철살인’ 화법을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국무총리 산하의 중앙정보부, 지금의 국정원을 만들면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을 남겼고, 이 말은 지금도 국정원을 비유할 때 자주 쓰인다.

대통령을 못해본 비운의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킹메이커’로 자리잡은 김 전 총리는 정치원로로써 꾸준히 영향력을 미쳤다. 2015년 이명박 대통령이 대권을 잡고 찾아가자 그는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며 “호랑이가 배고파서 고깃덩어리 던져주면 넙적 막 집어먹고, 여름에 더워서 목욕시켜주면 하품을 하면서 무표정이고, 그러다가 발로 차면 그냥 덤벼서 뜯고, 아무리 맹수라도 잘해주면 내 고마움 잘 알 거다”고 조언했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도 “항상 국민을 호랑이와 같이 무섭게 생각해야 하며, 국민을 쉽게 보면 정치는 실패하게 된다”며 국민을 종종 호랑이에 비유했다. 이와 함께 ‘정치는 허업’이라는 말도 남겼다. “정치를 잘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으니 정치는 허업(虛業)이다”고 한 것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내가 보기에 그 자는 대통령 될 관상이 아니야. 대통령이 될 팔자도 아니지”라며 날선 평가를 하기도 했다. 또한 “김정은이가 자기 할아버지라도 되나? 빌어먹을 자식”이라고 비난하며 거침없는 언사를 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의 거침없는 언사는 유명하다. 그는 1963년 일본과의 비밀협상이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자 “제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 한일 국교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민자당 대표시절 대표퇴진론을 거론하던 세배객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하자 “있는 복이나 빼앗아가지 마시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1995년 지방선거 천안역 지원유세에서는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 말 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언변은 소신을 밝히는데도 사용됐는데, 노태우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면서는 “나는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말했고, “내가 제일 보기 싫은 것은 타다 남은 장작이다. 나는 완전히 연소해 재가 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을 ‘서산에 지는 해’로 비유하자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저물어 가는 사람이지 떠오르는 사람이냐. 다만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벌겋게 물들어갔으면 하는 과욕이 남았을 뿐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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