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볼수는 없고"..헛발질 대표팀에 '나홀로 월드컵' 늘었다

최정훈 입력 2018. 6. 23. 13:00 수정 2018. 6. 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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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고 있는 박모(26)씨는 한국과 스웨덴 경기를 자취방에서 혼자 스마트폰으로 시청했다.

축구팬인 박씨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 모두 친구들과 거리응원을 나갔지만 이번 월드컵은 혼자 보기로 했다.

지난 18일 1:0으로 패한 스웨덴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월드컵 거리응원전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시민들의 외면으로 참여 인원이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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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거리응원 2010년 25만명, 올해 1만 5000명 그쳐
시민들 "뭐하러 지는 걸 다같이 모여서 지켜보냐" 한숨
취업 못해서, 시험 준비 때문에..경기 볼 여유 사라지기도
서울 영동대로 응원석에서 월드컵 스웨덴전 거리 응원에 참여한 한 시민이 스웨덴에게 실점을 당하자 머리를 감싸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최정훈 권오석 기자]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고 있는 박모(26)씨는 한국과 스웨덴 경기를 자취방에서 혼자 스마트폰으로 시청했다. 축구팬인 박씨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 모두 친구들과 거리응원을 나갔지만 이번 월드컵은 혼자 보기로 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로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응원했다”며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은 기대되는 게 없고 응원할 맛도 안 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1:0으로 패한 스웨덴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월드컵 거리응원전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시민들의 외면으로 참여 인원이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돈다.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이 예선에서 보여준 졸전 탓에 본선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탓이 크다.

◇거리응원 대신 집에서 나홀로 ‘인터넷 중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만 해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서울 시청광장에는 25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거리 응원을 펼쳤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차전 때도 2만5000여명이 모여 함께 대표팀을 응원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월드컵 1차전 때 모인 거리응원 인원은 1만 5000여명에 그쳤다.

강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장모(28)씨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이 워낙 좋지 않아 거리 응원을 나가도 흥이 나지 않는다”며 “방에서 혼자 인터넷 중계나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모(31)씨는 “스웨덴전을 보고 거리 응원을 나갈지 말지 정할 생각이었다”며 “1차전을 보니 남은 경기도 힘들 것 같아 집에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길거리 단체 응원이 급감한 반면 인터넷 중계 시청은 크게 늘었다. 아프리카TV에 따르면 지난 18일 하루 동안 아프리카TV의 월드컵 중계를 본 누적 시청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유명 축구 BJ(Broadcasting Jockey)인 ‘감스트’의 스웨덴전 중계는 동시 접속자수가 17만명 가까이 몰린 탓에 서버 과부하로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이렇게 까지 많은 분들이 인터넷으로 중계를 지켜볼지 몰랐다”며 “감스트의 방송은 시청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했는데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접속했다”고 말했다.

◇ “취업도 못했는데 거리응원 할 기분 안나”

나홀로 응원이 늘어난 데는 1인가구가 급증한 것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7’ 자료에 따르면 1995년 164만 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15년 520만 가구, 2016년 539만 8000가구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원 이재은(27)씨는 “퇴근 후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시청하는 게 가장 편하다”며 “이번 월드컵은 우리나라 경기가 심야에 중계되는 탓에 굳이 거리로 나갈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취업·시험에 대한 부담으로 월드컵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거리응원은 커녕 뉴스나 하이라이트 영상 챙겨보기에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취업준비생들이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김모(28)씨는 “지난 번 월드컵은 거리 응원을 나가기도 했지만 올해는 취업준비생 신분이나 보니 눈치가 보인다”며 “이른 오전부터 밤까지 학원과 알바를 해야 해서 뉴스나 하이라이트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6·여)씨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월드컵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며 “친구들은 월드컵이라고 거리 응원도 가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같이 본다고도 하지만 나에게는 사치”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 남성이 스웨덴전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최정훈 기자)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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