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허업(虛業)" 김종필이 최근 후배 정치인들에게 남긴 말들

정은혜 2018. 6. 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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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우측)이 지난해 8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청구동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택을 방문해 김 전 총리와 환담을 나누며 차를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오랜 시간 쌓은 정치적 내공으로 ‘중용의 언어술사’로 불린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계 대원로인 JP를 찾아가 지지를 부탁하고 그의 조언을 듣는다. 노환이 깊어진 최근에도 굵직굵직한 정치인들이 JP를 찾아왔다. JP는 최근 3년 간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정치계 대원로로써 ‘정치는 허업’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MB에게 “대통령 단임제로 큰일 못해”

2015년 2월 22일. 김종필(JP)전 국무총리는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 온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났다. JP는 대표적인 내각제 개헌론자로, 문 대통령에게 "내각책임제를 잘하면 17년도 (권력을 맡을 수 있다), 그러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5년 동안 뭘 하느냐. 시간이 모자란다"며 "5년을 지탱하는 것, 별 대과 없이 지낸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로를 드린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씨의 빈소를 조문하고 김 전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북한 핵 포기 기대 말아야”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 JP는 "북한의 핵 포기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4월 18일 자신의 신당동 자택에서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와 만나 "북한은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할 것이 없다"며 "제재와 압박을 통해서 계속 누르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 내부에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은) 이쪽 사람들(남한)의 기대지 소용없는 소리"라고도 했다.


“박근혜는 5000만명에도 버틸 고집쟁이”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8시 15분 별세했다. 향년 92세. 사진은 고 김 전 총리가 2005년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제26주기 추도식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추도사를 듣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2016년 11월, JP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하야 죽어도 안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누가 뭐라고 해도 소용없다.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은 XX, 홍준표 얼굴 티 없이 맑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찾아온 대선 국면 당시 JP는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그는 지난해 5월 자신을 예방한 홍 전 대표에게 "(홍 후보의)얼굴을 보면 티가 없는데, 됐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JP는 "문재인이 당선되면 김정은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이런 후보를 뭘 보고 지지를 하느냐"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4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김종필 전 국무총리 자택을 찾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치는 허업(虛業)…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

JP는 노환으로 기력이 쇠해 병원에 입원했던 지난해 "정치는 허업"이라는 말도 남겼다. JP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면서 "아무리 맹수라도 잘해주면 내 고마움을 알 거로 생각하지만, 호랑이는 그런 것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잘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으니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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