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허업(虛業)" 김종필이 최근 후배 정치인들에게 남긴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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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MB에게 “대통령 단임제로 큰일 못해”
2015년 2월 22일. 김종필(JP)전 국무총리는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 온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났다. JP는 대표적인 내각제 개헌론자로, 문 대통령에게 "내각책임제를 잘하면 17년도 (권력을 맡을 수 있다), 그러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5년 동안 뭘 하느냐. 시간이 모자란다"며 "5년을 지탱하는 것, 별 대과 없이 지낸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로를 드린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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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포기 기대 말아야”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 JP는 "북한의 핵 포기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4월 18일 자신의 신당동 자택에서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와 만나 "북한은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할 것이 없다"며 "제재와 압박을 통해서 계속 누르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 내부에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은) 이쪽 사람들(남한)의 기대지 소용없는 소리"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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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5000만명에도 버틸 고집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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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XX, 홍준표 얼굴 티 없이 맑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찾아온 대선 국면 당시 JP는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그는 지난해 5월 자신을 예방한 홍 전 대표에게 "(홍 후보의)얼굴을 보면 티가 없는데, 됐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JP는 "문재인이 당선되면 김정은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이런 후보를 뭘 보고 지지를 하느냐"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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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허업(虛業)…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
JP는 노환으로 기력이 쇠해 병원에 입원했던 지난해 "정치는 허업"이라는 말도 남겼다. JP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면서 "아무리 맹수라도 잘해주면 내 고마움을 알 거로 생각하지만, 호랑이는 그런 것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잘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으니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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