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여름에 태어난 강아지는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안영인 기자 2018. 6. 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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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사람과 가장 많은 교감을 나누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은 바로 개와 고양이다. 핵가족화와 함께 고령화, 1인 가정까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반려동물은 말 그대로 딸이고 아들이다. 아니 딸이나 아들보다 더 귀한 존재가 됐다.

혹시 반려동물이 태어나는 달에 따라 걸릴 위험이 달라지는 질병이 있을까? 만약 태어나는 달에 따라 장래에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이 달라진다면 이는 유전적인 영향보다는 아마도 환경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태어나자마자 특정 환경에 노출돼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또는 어미 뱃속에서 자라는 동안 어미가 특정 환경에 노출돼 태아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이 강아지가 태어난 달과 사는 동안 심장병 발병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했다(Boland et al., 2018A). 연구팀은 동물재단(Orthopedic Foundation of Animals)으로부터 253종의 개 12만9천778마리에 대한 정보를 받아 태어난 달과 사는 동안 심장병 발생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물론 유전적으로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개와 그렇지 않은 개를 나눠 조사했다.

연구팀이 개를 대상으로 연구한 것은 우선 개의 심혈관계통이 사람의 심혈관계통과 생리적으로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반려동물인 개는 늘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사람이 노출되는 환경과 개가 노출되는 환경은 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된다면 반려동물인 개 또한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연구결과 강아지 종에 따라 0.3~2%는 사는 동안 심장병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6월부터 8월까지 여름철에 태어난 강아지가 사는 동안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졌는데 특히 7월에 태어나는 강아지는 심장병에 걸릴 상대 위험도가 47%나 높았고 8월에 태어나는 강아지도 상대위험도가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으로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종은 제외한 결과다(아래 그림 참조).

태어난 월과 심장병 상대 위험도(Boland et al., 2018A)

개의 임신기간이 65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7월에 태어난 강아지는 5월에, 8월에 태어난 강아지는 6월에 임신을 한 경우다. 종별로는 노퍽 테리어, 버거 피카드,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잉글리시 토이 스패니얼, 부비에 데 플랑드르, 보더 테리어, 허배너스 등에서 심장병 발병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름철에 태어나는 강아지의 심장병 발병 위험도가 높아지는 원인을 환경, 특히 임신 초기 어미 개가 노출되는 초미세먼지에서 찾았다. 심장병 발병이 어미 개가 임신 초기에 노출되는 초미세먼지와 가장 관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5월과 6월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시기로 7월이나 8월에 새끼를 낳았다면 어미 개는 임신 초기에 초미세먼지를 많이 마신 꼴이 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임신부가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 경우 태어나는 아이가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혈압이 높아지는 만큼 심장병 위험도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도 전 세계 1천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임신부가 임신 초기에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 경우 태어난 아이는 사는 동안 심방이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심장질환인 심방세동에 걸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9%나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Boland et al., 2018B).

이번 연구는 심혈관계통이 사람과 매우 비슷하면서도 임신기간이 짧은 반려동물 연구를 통해 임신 초기에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 경우 다음 세대는 심장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는 높은 계절이 있고 낮은 계절이 있는 만큼 특정 질병이 발생할 위험 또한 태어나는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팀은 미국 콜롬비아 대학병원(Columbia University Medical Center)과 마운트 시나이 병원(Mount Sinai Hospital) 자료를 이용해 사람의 경우도 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신 초기, 5~6월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심장질환인 관상동맥경화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년 가운데 겨울철과 봄철에 높고 여름철과 가을철은 상대적으로 낮다. 심장질환이 초미세먼지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번 연구결과와 개의 임신기간이 65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에 임신해 봄에 새끼를 낳는 경우, 또 봄에 임신해 여름에 새끼를 낳는 경우는 초미세먼지 때문에 강아지가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사람의 경우도 임신부가 임신 초기에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될 경우 다음 세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앞으로는 다음 세대를 계획할 때 초미세먼지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왠지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미세먼지

<참고문헌>
 
* Mary Regina Boland, Marc S. Kraus, Eddie Dziuk, Anna R. Gelzer. 2018A: Cardiovascular Disease Risk Varies by Birth Month in Canines. Scientific Reports, 8 (1) DOI: 10.1038/s41598-018-25199-w

* Boland et al. 2018B: Uncovering exposures responsible for birth season . disease effects: a global study.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Informatics Association 25, 275-288, https://doi.org/10.1093/jamia/ocx105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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