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탈 코르셋 운동'의 확산, 1020 여성 넘어 전 세대로

임주언 조민아 강경루 기자 2018. 6. 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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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볼은 항상 발그레하지 않아도 된다. 파운데이션(분말 형태의 기초화장품)을 바르고 죽은 혈색을 살리기 위해 다시 새로운 혈색을 얹는다. 이 얼마나 시간낭비, 돈낭비인가."

변화의 선봉에 선 건 김씨 같은 1020세대 여성들이다.

유교적 가치관을 따랐던 노년층이나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야 한다고 여겼던 중년 남성 중에도 이 같은 움직임에 발을 맞추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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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볼은 항상 발그레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볼은 항상 발그레하지 않아도 된다. 파운데이션(분말 형태의 기초화장품)을 바르고 죽은 혈색을 살리기 위해 다시 새로운 혈색을 얹는다. 이 얼마나 시간낭비, 돈낭비인가.”

김선화(가명·21·여)씨는 최근 블러셔(Blusher·볼에 바르는 화장품)를 버렸다. 어울리지 않았지만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빨간색 틴트(Tint·입술에 바르는 화장품)와 말리는 데만 20분이 걸렸던 긴 머리에도 안녕을 고했다. 김씨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당연하게 생각했던 ‘꾸밈’이 자신을 조이는 ‘코르셋’이었음을 깨달으면서부터다. ‘#탈코르셋은 해방입니다.’ 김씨는 최근 SNS 인스타그램에 쓰기 시작한 탈코르셋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 세대는 성차별적으로 커 와서 무의식적으로 손주들을 잘못 가르칠 수 있잖아요. 근데 지금은 그러면 안 되니까. 나는 손주를 키울 때 남녀 평등하게 키우고 싶어요.”

예비할머니 고양랑(62)씨는 최근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성평등 교육을 들었다. 2년 전까지 직장을 다닌 고씨도 회사에서 각종 성차별을 겪어 왔다. ‘여자가 왜 이렇게 나서느냐’는 말이 정말 듣기 싫었다고 했다. 그는 손녀가 자랄 세상은 남녀 차별 없이 능력에 따라 뭐든지 할 수 있는 사회이길 바라며 매주 수업에 참가할 계획이다.

여성의 몸을 옥죄는 체형 보정용 속옷 코르셋처럼 여성을 억압하는 각종 문화를 벗어던지자는 ‘탈(脫)코르셋’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변화의 선봉에 선 건 김씨 같은 1020세대 여성들이다. 이들은 세상이 정의한 아름다움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는 대신 새로운 행복을 찾겠다고 외친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수면 위로 떠오른 페미니즘이 ‘미투(#MeToo) 운동’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변화는 젊은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교적 가치관을 따랐던 노년층이나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야 한다고 여겼던 중년 남성 중에도 이 같은 움직임에 발을 맞추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또한 고정된 성 역할을 탈피하는 ‘탈코르셋’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다만 어느 범위까지 코르셋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남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원해서 머리를 기르고, 화장을 하는 건 불가능하냐는 의문이 나오는 지점이다. 탈코르셋 운동이 외적인 변화를 넘어 비혼·비연애 선언으로 나타나면서 혼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초 카페 회원으로 활동하는 김모(26·여)씨는 “얼마 전 쇼트컷을 하고 화장도 줄였지만 연애까지 탈코르셋의 일부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비혼주의자인 윤모(25·여)씨도 “기혼여성을 보고 코르셋을 벗지 못했다며 비판하는 걸 보면 혼란스럽다”며 “결혼한 뒤 페미니스트가 됐을 수 있고, 페미니스트 중에서도 결혼생활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여성학자)은 22일 “탈코르셋은 꾸미지 않았다고 해서 ‘너는 여자답지 못하다’고 비난받지 않고, 꾸밈이 여성에게 한정돼 있지도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라고 정의했다. 어떤 코르셋을 어느 정도까지 벗어낼지는 철저히 개인의 자유와 개성의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허 조사관의 생각이다.

그는 “(탈코르셋 운동은) 남성들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아끼는 시선을 가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조민아 강경루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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