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아베 러브콜에 첫 반응.. "과거 인정하고 배상하라"

안준용 기자 2018. 6. 23.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마음 급한 일본 향해 '식민지배 배상금' 조건 내걸어
"100억~300억달러 요구할 듯"


북한 노동신문은 22일 논평에서 "일본이 격변하는 현실에 따라 서려면 과거 죄악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고 무조건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 죄악을 솔직히 인정하고 철저히 배상하는 것만이 일본이 살길"이라고도 했다. '과거 죄악'과 '국가적 책임'은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가리킨다. 최근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 의사를 적극 피력하자 북한이 식민 지배 배상 책임을 강조하며 공개적으로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100억~300억달러(약 11조~33조원)로 예상되는 일본의 배상액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北 200억달러 이상 요구할 듯"

일본의 대북 배상 문제는 5~6월 한·미, 미·북 정상회담에서 잇따라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 직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북 경제 지원과 관련해 "한·중·일 3국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협력·투자 형식의 지원을 구상하는 한·중과 달리 일본은 '전후(戰後) 배상금' 명목의 지원이 가능하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미얀마·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은 '대일 청구권'을 통해 1954~1959년 배상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1965년 경제협력기금 명목으로 무상 3억달러, 재정 차관 2억달러를 받았다.

북한은 1990년대 북·일 수교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과 배상 문제를 논의했다. 1990년 가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가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때 북한이 제시한 액수가 100억달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북 때 채택된 '평양 선언'에는 '일본이 국교 정상화 후 무상 자금 협력, 저(低)이자 장기 차관 제공 등 경제 협력을 실시한다'고 명시됐다. 결국 수교는 무산됐지만, 당시에도 100억달러 합의설(說)이 제기됐다.

최근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대일 압박 기조와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향후 북한이 적어도 200억달러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6년 북한 GDP(310억달러)의 3분의 2에 달하는 액수다.

◇북한 돈줄 조이는 日, 급할 것 없는 北

올 들어 중국·한국·미국이 잇따라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러시아도 추진 중이다. 반면 일본은 북한의 대화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에 아베 신조 총리가 여러 외교 경로로 북·일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 비핵화 비용 분담을 논의하기 위한 관련국 회동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비해 올해 실시할 예정이던 주민 대피 훈련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연내 북·일 회담 개최를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다만 북·일 간 대화가 본격화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대북 지원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고, 최근에도 북한 불법 송금 등에 연루된 북·일 합작회사 10 곳을 조사하는 등 제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돈줄을 조이면서 향후 대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도 전후 배상금은 '결국 받을 돈'인 만큼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협상 중인 북한으로선 당장 일본과 대화할 필요성은 못 느낄 것"이라며 "일본의 배상 문제는 미국과 협상이 잘 진행되면 자연스레 이뤄지리라 보고 있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