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직교사? 내가 왜?".. 결국 제비뽑기로 결정

주희연 기자 2018. 6.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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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승진보다 개인 생활 중시, 보직교사·장학사 기피 현상 심화
서울 초등교사 2명 중 1명꼴 병가

학교 현장에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바람이 불면서 보직교사나 장학사(교육전문직)를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승진보다는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교사가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교육 당국은 이 같은 현상이 결국 학생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부장 등 보직 기피 심화

서울교육청은 최근 초등학교에서 보직을 맡은 교사들에게 주는 근무 경력 가산점 상한선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교사들이 교감·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가산점을 따야 한다. 현행 규정은 보직교사를 하면 가산점을 최대 2.00점(월 0.021점) 딸 수 있는데, 이는 8년 정도 부장을 하면 다 채운다. 상한선을 다 채우면 보직을 더 맡아도 더 이상 가산점을 딸 수 없다. 이 때문에 서울교육청은 보직 교사 가산점 상한선을 2.48점으로 올려, 최대 12년 정도 보직교사를 맡고 가산점도 딸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교육청이 이런 대책을 마련한 것은 학교에서 보직교사 기피 현상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요즘 젊은 교사 중에는 교사로서 사명감을 발휘하기보다는 최대한 일찍 퇴근해 취미 생활하는 걸 중시하는 이가 많다"면서 "특히 생활지도부장 같이 학교 폭력, 학부모 민원까지 처리해야 하는 보직은 아무도 안 하려고 해서 학교 운영이 너무나 힘들다"고 했다.

승진에 관심 없는 교사가 많아지면서, 교육전문직인 장학사 임용 시험에 미달 분야까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교육청이 중등 장학사 선발 시험 모집을 마감한 결과, 17개 분야 중 2개 분야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2011년 물리 장학사 시험 경쟁률이 14대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 갈수록 교사들 관심이 떨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교육청이 최근 진행한 중등 장학사 선발 전형에서도 미달이나 지원자가 너무 적은 과목이 많아 재공고를 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장학사는 현안이 생기면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도 잦아 워라밸을 추구하기 힘들다"며 "특히 교육감 직선제에 따라 교육감 시책 사업이 많아지다 보니 장학사 일이 더 늘어났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들이 조퇴를 너무 많이 해서 성과급 평가 항목에 근태를 넣었는데, 교사들이 집단으로 이의제기해 내년부터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용석 서울시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초등학교 교사 병가(病暇) 건수는 서울시 본청 공무원 병가 건수의 5배 가까이였다〈그래픽〉.

◇신입·기간제 교사가 보직 맡기도

교사들의 보직교사·장학사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학생들의 교육 여건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보직은 업무가 능숙한 10년 차 이상 중견 교사나 역량이 탁월한 교사가 맡아주면 좋은데, 하려는 교사가 적다"면서 "기간제 교사나 신입 교사에게 시키거나 제비뽑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업무가 과중하고 책임이 큰 자리를 예전처럼 교사의 개인적인 희생이나 열정에 기대 운영할 수는 없다"며 "15년째 월 7만원으로 동결된 보직교사 수당을 높이는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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