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아달라냥"..오해와 편견 깨는 서초구청 길고양이들

이기림 기자 2018. 6. 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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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야옹."

그동안 길고양이는 더럽고, 질병을 옮기며, 영물이라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는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한 존재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급식소를 통한 길고양이 중성화율도 중성화목표치 70%를 훨씬 넘는 85%에 달한다.

서초구는 성공적인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다양한 동물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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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에 거주하는 길고양이가 장난감에 혹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News1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야옹, 야옹."

22일 서울 서초구청 한 화단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고양이는 없었다. 그러나 지나가던 구청 직원이 화단에 놓여있던 고양이용 장난감을 들고 인도로 나가자 갑자기 고양이 한 마리가 뛰쳐나왔다. 고양이는 장난감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장난감이 움직이는 대로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직원이 나무에 장난감을 걸어놓자 고양이는 바닥에 누워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이곳은 서초구 동물복지팀과 지역 캣맘이 함께 관리운영 중인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된 장소. 급식소 이용대상은 구청과 인근지역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다. 원래 '서초'와 '사랑'이라는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었지만, 최근 한 마리가 늘어났다. 모두 중성화수술을 완료한 고양이들.

길고양이들이 애용하는 서초구청 급식소는 사람과의 공존을 위해 시작됐다. 그동안 길고양이는 더럽고, 질병을 옮기며, 영물이라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는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한 존재였다. 동물권단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 최근에는 일부 길고양이 혐오자들이 쥐약이나 독극물을 먹이거나 토막을 내 죽이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서초구의 급식소 설치 이후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구청 급식소를 이용하는 고양이들은 구청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았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해 "생각보다 더럽지 않고 귀엽다"며 편견을 지워내고 있다. 구 관계자에 따르면 급식소가 설치된 지역에서는 고양이들이 배고프다고 쓰레기봉투를 찢는 일이 줄었고, 그에 따른 민원도 대폭 감소했다.

또한 급식소 앞 양재고등학교 학생들은 길고양이를 자연스레 마주치며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생명존중교육이 따로 필요 없는 것. 순주환 서초구 지역경제과장은 "고양이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양재고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를 딱 맞춰 그 앞에 나타난다"며 "학생들도 그런 고양이들을 예뻐해 주고, 장난감 등을 가져와 놀아주거나 무릎에 앉혀 쓰다듬는다"고 말했다.

서초구청 내 운영 중인 길고양이 급식소.© News1 이기림 기자

급식소 장점은 또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급식소를 통한 길고양이 중성화율도 중성화목표치 70%를 훨씬 넘는 85%에 달한다. 길고양이들이 밥을 먹기 위해 급식소에 모이면서 개체확인과 함께 포획과 방사가 한결 손쉽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강동구에서 처음 시작된 급식소 사업은 이후 여러 지자체로 퍼져나갔고, 중성화사업과 동반된 덕분에 서울시내 길고양이 수는 2013년 25만마리에서 2017년 13만9000마리로 줄었다.

서초구는 성공적인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다양한 동물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특히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던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지난 6·13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동물사랑 행보에 가속이 붙었다.

앞서 조 구청장은 초선 재임 중 반려견 축제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관공서를 찾은 반려인들의 편의를 위해 동 주민센터 등 6개 관공서에 반려동물을 잠시 보관할 수 있는 쉼터를 설치했다. 올해에는 반려견 관리법 등 교육을 위한 반려견 아카데미도 진행하며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조 구청장은 이번 선거에서도 공약으로 Δ서초구 동물복지 조례제정 Δ(가칭)서초동물사랑센터 설치 Δ반려견아카데미 확대운영 등 다양한 동물정책을 제시하며 "그동안 준비해온 동물복지 정책의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해 동물복지팀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조례 내용에 Δ길고양이 중성화 예산 편성 Δ길고양이 무료급식소 사료지원 Δ유기동물 입양 캠페인 추진과 지원 등이 포함될 예정으로, 실질적인 동물복지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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