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생수대란' 빚어진 대구..시민들 "물 대신 콜라 마실판"
대구시 서구 상리동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승엽(33)씨는 오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손님들이 몰려와 저마다 생수를 쓸어담는 통에 금방 동이나고 말았다. 이씨는 "사정을 알고 보니 간밤에 대구 수돗물에서 정수도 안 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하더라"며 "생수를 많이 팔아서 당장은 좋지만 앞으로 수돗물 먹기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낙동강수계에서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검출됐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 신종 유해물질이 끓여도 잘 분해되지 않고 고도정수처리시설에서도 거의 걸러지지 않는다고 알려지면서다.
어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효주(30·여)씨는 "미세먼지가 난리더니 이번에는 먹는 물이 문제라고 해서 황당하다"며 "이제까지 자녀들에게 독밥을 지어 먹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시 달서구 한 한우전문점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23일 가게 문을 열기 전 생수 20박스를 구입해 식당 입구에 비치, 손님들에게 생수를 따로 사서 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대구시 수성구 한 편의점 직원은 "생수가 다 팔려나가고 콜라나 주스 같은 음료수까지 계속 팔려나간다. 수돗물 위험하다고 하니 전부 음료수를 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민들이 이처럼 수질 안전에 불안감을 느끼는 데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가 한몫했다. 당시 수돗물에 악취가 나 식수 대란을 겪은 기억이 혼란을 더욱 키우면서다.
앞서 21일 낙동강수계에서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인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이 다량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낙동강수계 정수장에서 2016년까지 최고농도가 0.006㎍/L 수준으로 검출되다 지난해부터 검출수치가 증가(최대 0.454㎍/L)했다. 1㎍/L은 1L의 액체에 1조분의 1g의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뜻이다.
환경부는 최근 과불화헥산술폰산의 배출이 의심되는 지역의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경북 구미시 구미국가산업단지 하수처리구역에서 과불화화합물이 주로 배출된다는 것을 파악한 환경부는 저감조치에 나섰다.
환경부 조사 결과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8일까지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 하루 평균 5.8㎍/L 검출됐다. 이는 캐나다 권고기준(0.6㎍/L)보다 10배가량, 호주 권고기준(0.07㎍/L)보다 80배가량 많은 수치다. 환경부의 저감 조치로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 과불화헥산술폰산 함유량은 지난 20일 기준 0.092㎍/L로 떨어졌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환경부가 과불화화합물을 꾸준히 감시해 왔고 지난해 12월부터 그 일종인 과불화핵산술폰산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배출원이 된 구미공단 내 관련 업체를 확인하고 시정조치를 했고 이후 관련 농도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대구=김윤호·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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