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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Science &] 이지스함·전투기 기술 담은 5G시대 열린다

원호섭 기자
입력 : 
2018-06-22 17:02:39
수정 : 
2018-06-26 16: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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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이끄는 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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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5일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경매를 위해서였다. 같은 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 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게임이론'을 적용해 열린 2㎓(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경매였다. 우리나라도

2011년 이후 이 같은 주파수 경매가 도입됐다. 최근 막을 내린 3.5㎓와 28㎓ 주파수 경매 낙찰가는 총 3조6183억원에 달했다. 이미 4G 시대에도 달리는 차 안에서

영상통화까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데 굳이 더 빠른 서비스가 필요하냐는 반문도 있다. 하지만 5G는 단순히 이동통신 분야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

홍승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4G가 스마트폰에 집중했다면 5G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가상현실, 지능형 폐쇄회로(CC)TV 등 4차 산업혁명 근간이 되는 기술을 모두 연결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파수 경매에서 볼 수 있듯이 무선통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주파수(전자기파)다. 인류는 목소리를 보다 멀리 전달하기 위해 전자기파를 매개체로 사용한다. 아날로그 신호인 목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바꾼 뒤 이를 전자기파에 태워 멀리 보내는 식이다. 전자기파는 단위 시간 일정하게 진동하며 전달되는데, 단위는 ㎐를 사용한다. 1초에 한 번 진동하면 1㎐, 네 번 진동하면 4㎐가 된다. 주파수가 낮을수록 파장이 길어 멀리 전달할 수 있고, 반대로 주파수가 높으면 전달 거리는 짧아지지만 대신 넓은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라디오 AM과 FM을 떠올리면 된다. AM은 저주파를, FM은 고주파를 사용한다. 차를 타고 라디오를 들을 때도 경계선을 넘어가면 해당 주파수 송신기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이때 고주파를 사용하는 FM은 '지지직'거리며 잘 들리지 않아 다른 주파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저주파를 사용하는 AM은 문제없이 잘 들린다. AM 주파수를 선박 간 통신이나 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FM의 장점은 고주파 대역의 넓은 대역폭을 사용해 고음질의 음악 방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역폭이 넓다는 것은 더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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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FM 방송은 한 채널당 0.2㎒(200㎑) 대역폭을 사용한다. 만약 107.7㎒ 채널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다면 실제로는 107.5~107.9㎒의 넓은 대역폭을 사용하는 만큼 한 번에 많은 정보 전달이 가능해 고음질의 음악 방송을 할 수 있다. 반면 AM은 대역폭이 0.01㎒(10㎑)로 좁아 고품질 음악 방송에는 적합하지 않다. AM으로 음악을 들으면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많이 섞여서 들리는 이유다. 예충일 ETRI 박사는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고속도로가 있어야 하듯이 무선통신을 위해서는 주파수가 필요하다"며 "대역폭은 차선에 비유할 수 있는 만큼 대역폭이 넓으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대역폭은 무형의 국가 자산으로 오래전부터 방송, 통신, 국방, 재난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낮은 주파수(저주파) 대역을 활용하는 응용 분야는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파수 경매는 3.5㎓, 28㎓의 초고주파 대역이었다. 기존 4G가 사용하던 2㎓보다 전파 감쇄가 큰 주파수여서 기술 성숙도나 구축 비용 등에서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기존 저주파 대역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고속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대역폭 확보가 어려웠다.

4G는 각 통신사가 사용하는 총 대역폭은 20~60㎒다. 하지만 3.5㎓ 대역 경매에서 통신사가 확보한 주파수 대역폭은 80~100㎒로 데이터 트래픽으로 꽉 막히던 고속도로가 2~3배 이상 확장된 셈이다. 특히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통신사에 제공된 주파수 대역은 조각난 4G 주파수 대역과 달리 모두 연결된 대역이어서 여러 개의 1~2차선 국도를 4~5차선의 트래픽 고속도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김태중 본부장은 "28㎓ 영역은 전파의 직진성과 높은 전파 감쇄 특성으로 전국 기지망을 설치하기 힘들다"며 "트래픽 용량 요구가 극대화하는 밀집지역, 실내 사무공간에서 800㎒의 큰 대역폭을 이용해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5G 표준을 발표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 실현을 위한 기술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기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를 의미하는 '향상된 모바일 광대역', 많은 기기의 연결을 위한 '대규모 사물 간 통신', 마지막으로 통신으로 발생하는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고신뢰성 저지연 통신' 등이다.

5G를 달성하기 위해 새롭게 개척된 주파수인 3.5㎓, 28㎓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저주파 대역에 적용되던 기술을 넘어서는 다중 안테나 기술이 적용된다. 넓은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는 28㎓는 송수신 거리가 증가할 때 전파 전력 감쇄가 심하기 때문에 저주파 통신에서 사용하지 않은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기술이 '빔포밍'이다. 빔포밍은 송신되는 전파가 넓은 지역으로 퍼지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만 집중되도록 모으는 기술을 말한다. 일반적인 무선 송신기는 안테나가 전파를 모든 방향으로 퍼트리는 만큼 어디서나 수신이 가능하지만 원하지 않는 곳으로도 전파를 보내는 만큼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홍승은 책임연구원은 "위성TV나 인공위성 통신국, 레이더 등에 사용하는 접시 안테나가 이런 빔포밍 안테나를 적용한 사례"라며 "5G 이동통신에서는 접시 안테나보다 더 진보한 형태인 배열 안테나를 이용해 빔을 형성해서 전파가 더욱 멀리까지 전송될 수 있도록 제어한다"고 설명했다. 주로 전투기나 이지스함 레이더에 적용되던 첨단기술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전송속도를 20Gbps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15GB(기가바이트) 크기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현재 4G에서는 최소 2분이 걸린다. 이 정도 데이터 빠르기가 실현되면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앱)은 물론 시속 500㎞로 달리는 고속열차 안에서도 수십 초 만에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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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 두 번째 특징은 가정에서 생활하는 각종 기기는 물론 의료용 기기까지 수십~수백 개의 사물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몇 개의 블루투스 기기를 연결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5G에서는 1㎢ 내에 100만개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5G를 통해 연결된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데이터 트래픽과 함께 에너지 소모량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말기와 기지국 간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소모되는 데이터 양을 줄이고 일부 기기가 사용되지 않을 때는 휴면 상태로 유지하는 '파형 설계 기술' 등이 적용된다. 5G 시대 세 번째 특징은 고신뢰성 저지연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LTE(LTE-A)에서는 무선 구간에서 최소 20밀리초, 즉 0.02초의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 음성 통화나 인터넷 접속 등을 할 때 이 같은 시간 지연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밀한 기기를 제작하는 공장이나 자율주행차 등은 0.02초 지연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자동차가 장애물을 발견한 뒤 이를 서버로 보내는 데 0.05초, 방향을 바꾸라는 명령을 받는 데 0.05초가 걸린다고 할 때 100㎞로 달리고 있는 경우 정보 전달 시간에만 자동차는 2.7m 이상을 이동하게 된다. 만약 이 시간 지연이 1000분의 1초로 줄어들면 27㎝만 이동하는 만큼 자율주행차 안전 확보가 가능해진다. 또 5G 연구자들은 단말기 간 직접 통신을 위해 시간 지연을 줄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 단말기는 통화자가 바로 옆에 있어도 반드시 기지국과 네트워크를 통해 중계되도록 설계됐다. 제주도에 있는 두 사람이 통화를 해도 신호는 서울 기지국으로 들렀다가 다시 전달된다. 하지만 5G에서는 지연을 줄이기 위해 단말기 간 직접 연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촉각 반응 속도인 1000분의 1초로 지연 시간을 줄이면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김태중 본부장은 "5G를 논하고 있는 지금도 ETRI를 비롯한 연구소와 대학은 물론 전 세계 이동통신사업자, 단말 제조업체, 시스템 개발업체 등이 치열하게 5G 기반 기술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 "여러 기술이 함께 적용될 때 진정한 5G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20년 끈 전화발명 특허소송…치열한 이동통신 소송전의 서막? 1876년 2월 14일. 알렉산더 벨은 미국 특허청에 전화 발명 특허를 신청했다. 벨이 특허청을 다녀가고 2시간 뒤 또 다른 발명가인 엘리샤 그레이도 특허청을 찾아 전화 발명 특허를 신청했다. 2시간의 차이가 운명을 갈랐다. 그레이는 1874년부터 전화를 공개적으로 시연해왔고, 벨은 특허를 획득한 뒤에야 실제 전화 통화에 성공했지만 미국 특허청은 빠르게 움직인 벨의 특허를 인정했다. 벨이 '세계 최초 전화 발명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그 뒤 벨은 전화기 발명과 관련된 수많은 특허소송에서 승소하며 입지를 굳혀나갔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메우치도 벨과 특허소송을 했던 발명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벨보다 21년이나 앞서 전화기를 발명했지만 돈이 없어 임시 특허만 등록한 상태였고 결국 벨에게 전화기 특허권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2002년 6월 미국 의회는 세계 최초 전화기 발명가를 벨이 아닌 메우치로 공식 인정했다.

첫 전화기 발명을 놓고 논란이 많았기 때문일까. 이동통신 분야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특허 관련 소송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폰을 두고 벌인 특허소송을 비롯해 퀄컴과 화웨이 등 통신장비 기업 간 특허소송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5G 시대 개막을 앞두고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간 특허전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 각각 16건, 27건에 불과했던 5G 이동 초광대역 서비스 관련 특허 출원은 2015년 133건을 기록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191건이 출원돼 관련 특허 출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청은 "현재 5G 국제 표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특허 출원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출원인별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기업의 출원이 62%로 가장 많았고 국내 대학 및 연구소가 32%, 해외 기업 및 연구소가 6%를 차지해 국내 기업이 5G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기업이 5G 이동 초광대역 서비스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동환 특허청 이동통신심사과장은 "5G 이동 초광대역 통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로 향후 관련 산업 발전 및 일자리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5G 기술을 선점하고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업들의 특허권 확보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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