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돗물서 수질검사 지정물질 고농도 검출..시민들 불안

백경열 기자 2018. 6. 22. 15: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대구 수돗물에서 최근 환경부가 수질검사 항목으로 지정한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포함됐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낙동강 전경.|낙동강물환경연구소 제공

22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24일 대구 매곡·문산정수장에서 8종의 과불화화합물을 검사한 결과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 수치가 낙동강 원수는 152.1~169.6ppt,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은 139.6~165.6ppt로 나타났다.

불소와 탄소가 결합한 화학물질의 일종인 과불화화합물은 주로 표면보호제로 쓰인다. 카펫, 조리기구, 반도체 세정제 등에 사용되며, 먹는 물 수질 기준으로 정한 나라는 없다. 다만 일부 화합물은 소수의 국가에서 권고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과불화헥산술폰산의 경우, 권고 기준치를 설정해 놓고 있는 곳은 호주(70ppt)·캐나다(기준 600ppt)·스웨덴(기준 900ppt) 등이다. 대구는 호주보다는 높고, 캐나다 및 스웨덴보다는 낮은 수준을 보인 셈이다. 미국·일본·영국·독일 등은 별도의 기준이 없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체중 감소,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혈액응고 시간 증가, 갑상선 호르몬 변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앞서 부산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2월 전국 곳곳에서 수돗물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대구 수돗물의 과불화화합물 농도는 ℓ당 78.1ng으로 검출됐다. 이는 한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서울 수돗물의 15ng과 비교해 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부산은 대구보다 더 높은 109ng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과불화화합물 가운데 과불화헥산술폰산이 배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발암물질은 아니다”라며 “환경부가 배출원이 된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관련 업체를 확인하고 배출하지 않도록 조치했으며, 이후 관련 농도가 낮아졌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에 문제가 된 과불화헥산술폰산은 구미 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 농도가 5.8㎍/L에서 0.092㎍/L(지난 20일 기준)로 떨어졌다”면서 “다만 이 성분은 발암물질로 지정된 항목은 아니며,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과불화옥탄산만 지정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해당 물질의 국내 검출 수준은 외국 권고 기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날 환경부는 과불화옥탄산의 권고 기준을 캐나다 0.6㎍/L, 독일 0.3㎍/L, 호주 0.56㎍/L 등으로 소개했다. 지난달 기준 대구 매곡정수장과 문산정수장에서는 과불화옥탄산 성분이 각각 0.004㎍/L, 0.003㎍/L 검출됐다.

하지만 과거 여러 차례 식수원 오염 사태를 겪은 대구 시민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22일 오후 3시30분 오후 현재 “대구 수돗물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50여건 등록됐다. 최초 등록된 게시글에는 2만5000여명이 서명을 마친 상태다.

시민 정모씨(42·달성군 유가읍)는 “먹는 물 문제는 어떤 사안보다 중요하게 다루고 시민에게 사소한 사항이라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껏 숨기다가 논란이 된 뒤에야 ‘문제가 없다’고 발뺌하는 행정당국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말했다.

1991년 발생한 이른바 ‘낙동강 페놀 사태’ 때는 구미 한 업체의 저장탱크에 보관하던 페놀 원액 약 30t이 사고로 새어 나와 낙동강에 흘러들었다. 오염물질은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대구 취수장에도 유입돼 대구 지역 수돗물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등 식수 대란이 벌어졌다. 1994년과 2006년에도 주요 취수장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자 대구시는 취·정수 시설을 강화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해 오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과불화화합물 3종(PFOS, PFOA, PFHxS)과 최근 논란이 된 ‘라돈’을 수돗물 수질감시항목으로 신규 지정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