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증명해라" 검사의 요구..두 번 우는 성폭력 피해자들

정다은 기자 2018. 6. 2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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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초부터 용기 있는 성폭력 폭로, 미투 운동으로 많은 사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사회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일부 검사의 성폭력 수사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다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탈북자 출신 리듬체조 코치 이 씨는 지난 2017년 대한체조협회 임원이던 A 씨를 성폭력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 씨는 A 씨가 차 안에서 강제로 옷을 벗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을 지휘하던 검사는 좁은 차 안에서 가능한 일이냐며 재연을 요구했습니다.

이 씨 측은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신윤경/이 씨 변호사 : 여성들의 진술에 대해 그다지 큰 중점을 두지 않고 있고, 성범죄가 과연 (차 안에서) 가능한가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미성년자 때 성폭력을 당했다는 27살 B 씨도 검찰 조사에서 2차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성폭력 피해자 : 담당 검사는 자기는 이해가 안 된다고. 그냥 도망갔으면 됐지 왜 그러고 있어요… (경찰이) 자기 눈에도 보인대요, (가해자) 말이 안 맞는다고. 그래서 기소 의견으로 넘긴 건데 검사는 그냥 서면으로도 불기소, 보고 나서도 자기가 이해 안 간다고 불기소….]

검찰은 두 여성이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뚜렷한 증거가 없고 주장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김태경/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 성폭력 경우에는 증거가 없는 경우가 더 많죠. 직접 대면 조사해서 그 사람의 언어·몸짓·표정을 관찰하는 게 의미 있는 정보를 주거든요. 진술이 되게 생생하고 그러면 유죄가 나는 경우도 있어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은 재판이라도 받게 해달라며 항고와 재정신청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이승환, 영상편집 : 이재성)   

정다은 기자d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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