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너무 가난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
[오마이뉴스 조우성 기자]
▲ 19일 배우 김선영은 '대한민국 연극제-릴레이 토크 콘서트'를 통해 자신만의 연기 소신을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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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영은 “공연징크스 같은 거 있는가”라는 질문에 “저는 너무 기분이 좋은 날 공연을 하면 연기가 잘 안되요. 컨디션이 이상하게 좋은 날은 오히려 실수를 많이 한다”며 “기분이 좋은 날은 더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사회를 맡은 대전대학교 김상열 교수는 김선영의 토크 콘서트를 끝으로 하차하며, 5회부터는 다른 진행자가 사회를 맡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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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하실지 모르겠는데 택이 아빠 역을 맡은 배우 최무성씨와 붕어빵 먹으면서 걸어가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저는 참 좋더라고요. 둘이서 떨어져서 걸어가는데, 정말 저한테는 잘 오지 않는 어떤 아름다운, 멋진 로맨스를 내가 찍고 있구나 그런 느낌이었죠. 우리가 나이만 들었지 마음은 늘 로맨스에 대한 열망이 있잖아요. 배우만 그런게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 아닐까요."
그녀는 아이를 낳고 1년 정도 쉰 시간 외에 20여 년 정도 계속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응답하라 1988>의 '선우 엄마'로 이름을 알리게 된 그녀는 "자신이 연기생활을 참 잘 했다고 생각이 들었던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가 좀 (이름이) 알려지고 난 다음에 감동받은 순간이 있었어요. 제 또래의 어떤 여자분이 딸을 데리고 와서 제게 사인을 요청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거예요. 막 떨면서. 그 분이 '내가 아이 키울 때 너무 너무 힘들었는데,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너무 위로를 받았다'는 거예요. 저도 아이를 키울 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아, 내가 저 사람을 잠깐이지만 위로 해줄 수 있었다'라는 걸 느꼈을 때 너무 감사하고, 정말 자랑스럽고 그랬습니다."
의외다. 그녀는 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지 않고 철학을 전공했다. 철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도 상당히 재미있다. 그녀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저는 중학교 때부터 연극, 연출이 꿈이였지만 시골에 살아서 제 주변에는 연극영화과 가는 사람도 없었고 아예 생각도 안 했어요. 사촌오빠가 대학을 다녔는데, 제가 연극을 하고 싶다고 그러니까 아무 대학가서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면 된다고 가르쳐 줬어요. 일단 아무 대학이나 가야겠더라고요. 제가 도덕 선생님을 되게 좋아했는데, 그 선생님이 철학과를 나오셨어요. 선생님처럼 되려면 철학과를 가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철학과로 입학했어요."
그녀는 연극계 롤모델로 영화 <신과 함께>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배우 예수정을 꼽았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말 못하는 자홍 엄마로 나왔던 배우예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입니다. 20년쯤 전에 그 분이 하는 공연을 대학로에서 보았어요. 고전 연극이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런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연극을 보면서 너무 심장이 떨리고, 진짜 같고 그랬어요. 그런 연기는 처음 봤어요. 그 때부터 선생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뭘 먹는지, 보고 따라하려고 그랬습니다."
그래서일까? 그녀와 예수정 배우의 연기는 닮은 데가 있다. 감정을 과하게 표현하는 것 보다 안으로 삭히면서 관객들을 흡입하는 묘한 매력이 그것이다. 내공 깊은 이런 그녀에게도 연기 생활 하면서 힘들어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연극이 잠깐 재미없었어요. 그 때 '그만둘까' 생각했었어요. 그냥 재미가 없어서. 그 다음에는 아이를 낳고 너무 가난하니까 '내가 연극을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먹고 살아야 되는데. 남편이랑 제가 둘 다 연극을 하고 있으니까 너무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그 때 '연극을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죠."
▲ 김선영은 "대학교 때 4년 동안 (연극을) 하다 보니까 잠깐 재미가 없어졌다”며 “그 때 잠시 ‘그만둘까’ 생각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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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기는 진정성 있는 연기죠. 믿게 되는 연기. 거짓말 같지 않은 연기. 저는 그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제가 극단 나베 대표로 있는데, 저는 출연을 하지 않고 연기 디렉팅만 합니다. 연기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해주는 거죠. 그럴 때 마다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어, 진짜같지 않다'고, 첫째가 그 의문에서 시작해요. 그런 기준이 있습니다."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극중 역할과 현실의 자신과 헷갈릴 때가 오기도 한다. 그녀도 자신의 배역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상대 배역의 남자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길 때도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이럴 때가 있었어요. 옛날에 어떤 여자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거예요. 어떤 남자가 자신을 운명의 여자로 생각한다고 (착각하고) 남자친구를 병적으로 좋아하는 미친 여자 역을 맡았어요. 저는 그 역에 집중을 해야 되잖아요. 밤에 자면서 상상을 하는 거에요. 상대 역을 맡은 배우를 생각하면서 이 배우랑 잘 되는 것을 상상하는 거죠. 그게 헷갈리는 거예요. 연극 끝나고 한 달 동안 그 배우가 점점 좋아지고 그럴 때도 있었어요.
▲ 김선영이 복영한 집행위원장(왼쪽), 김상열 교수(오른쪽)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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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예술이 좋습니다. 저는 아직 운전도 못하고, 뭐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요.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것이 바보 같다는 게 아니라 관심 있는 게 없어요. 저는 다시 태어나면 무용가가 되고 싶은데, 그런 것을 볼 때 감동적이고 행복합니다. 그래서 나베라는 극단을 통해서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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