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색조화장에 문신·제모까지..진화하는 '그루밍족'

송지유 기자 2018. 6. 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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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남자들]①'뇌섹남' '요색남' 이어 '화섹남' 시대..'아이돌' 외모 각광, 눈썹 문신·수염 제모 수요 늘어

[편집자주] 여성의 변신만 무죄가 아니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피부톤은 투명하게, 눈썹은 선명하게, 입술은 촉촉하게 관리하는 메이크업은 기본이다. 한 번 시작하면 점점 더 다양한 제품을 찾아 쓰는 화장품 시장의 소비법칙이 고스란히 작용한다. 아이돌 등 연예인과 같은 외모가 각광 받고, 첫 인상이 취업 성패를 가르는 사회 분위기도 이 같은 현상을 거든다.

화장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 디올 매장에서 한 남성이 눈썹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 /사진=임성균 기자

대학생 유현재씨(가명·25)는 1~2개월마다 피부과를 찾는다. 그가 피부과에서 받는 시술은 다름 아닌 레이저 제모다. 매일 아침 면도를 꼼꼼히 하는데도 오후 4~5시쯤 수염이 다시 자라 턱선이 거뭇거뭇해지는 것이 싫었다. 유씨는 "제모 전에는 중요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방에 면도기를 챙겨 나왔다"며 "수시로 면도를 하니 피부 트러블이 끊이지 않았고 수염이 더 굵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유씨는 턱과 인중 등에 5회 정도 제모를 받았는데 수염 양이 눈에 띄게 줄었고, 굵기도 가늘어져 한결 손질이 수월해졌다. 지난달부터는 종아리 제모도 시작했다. 그는 "과거엔 무성한 털이 남성의 상징이자 자랑이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반바지 입는 것을 에티켓에서 벗어난 행위로 간주한다"며 "병원과 가격 등 제모 관련 정보를 묻는 친구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루밍족(자신의 외모 관리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남성) 3.0 시대'가 열렸다. 기초 화장품과 클렌징으로 피부 관리하는 것을 넘어 자외선 차단·피부톤 보정 등에 관심을 갖더니 이제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메이크업(색조화장)과 제모·문신까지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에 이어 '화섹남(화장을 아는 섹시한 남자)'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남성들 사이에선 눈썹을 선명하게 만들고 입술을 윤기나게 관리하는 남성 화장법이 유행이다. 각종 화장품은 물론 미용기구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관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은 지난 2015년 연 1조원을 넘어선 이후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커졌다. 이는 면세 유통이나 젠더리스(성별 구분 없앤) 상품 등이 포함되지 않은 집계여서 실제 시장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0년에는 1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백화점에서는 남성용 화장품의 성장세가 여성용을 따돌린 지 이미 오래다. 롯데백화점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남성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8%에서 지난해 22.5%로 늘었다. 올 들어서는 남성 고객 비중이 더 늘어 5월말 현재 26%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색조화장품 구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5월말까지 롯데백화점에서 색조화장품을 구입한 남성고객 비율은 11%로 2016년 6%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남성고객 화장품 매출 성장률은 7.5% 로 여성고객(3.6%)의 2배를 웃돌았다.

안대준 롯데백화점 잡화부문장(상무)는 "아이돌처럼 깔끔한 외모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면서 남성 전용 기초제품은 물론 비비크림, 쿠션팩트, 아이브로우 등 색조화장품도 잘 팔린다"며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뷰티업계 법칙이 확실하게 적용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다리털숱정리기, 립밤, 색조화장품 등 그루밍 관련 제품 판매율도 전년보다 20~50%대 성장했다.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는 매장에서 직접 눈썹을 정리해주는 '브로우바 라운지'를 운영중인데 이 곳의 남성 고객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1만8000명 수준이던 브로우바 남성 고객수는 2016년 4만명으로 1년새 120%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5% 안팎 남성 고객이 더 늘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졸업사진 촬영이나 기업 면접이 몰려 있는 취업 시즌엔 남성 고객 비율이 치솟는다"며 "20~30대 뿐 아니라 40~50대 중년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눈썹 문신을 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에 다니는 김준호씨(가명·37)도 최근 눈썹 문신을 했다. 선명해진 눈썹으로 김씨의 이미지가 확 달라지자 같은 회사 선후배와 친구들 여러 명이 문신 대열에 합류했다. 김씨는 "매일 아침 눈썹 손질하는 것이 번거로워 문신을 받았는데 대만족"이라며 "눈썹숱이 적어 인상이 흐릿해 보였는데 문신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피부과에는 털을 없애거나 줄이려는 남성 환자들이 줄을 선다. 남성 제모 환자가 연 평균 20~30%씩 늘고 있다고 업계는 추정한다. 김지영 클린업피부과(명동점) 원장은 "남성 제모 환자의 시술 부위는 턱선, 볼, 이마 등 얼굴 뿐 아니라 팔, 다리 등 신체 다양한 부위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남성 환자의 상당수가 여자친구, 부인 등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지만 최근엔 시술 정보를 스스로 알아보고 결점을 커버하려는 적극적인 환자들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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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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