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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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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이버, 넌 유튜브

‘유튜브 세대’로 불리는 Z세대를 양육하는 X세대 엄마들의 수다
등록 2018-06-19 07:55 수정 2020-05-02 19:28
김미영 기자

김미영 기자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는? 연예인도 아닌 ‘유튜브 크리에이터’(영상 창작자)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Z세대(1995~2009년에 태어난 세대)는 텔레비전보다 유튜브의 1인 방송을 보고 자랐다. 수동적으로 방송을 받아들이기만 하지 않는다. 방송을 보며 실시간으로 다른 시청자와 소통하고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를 원한다.

Z세대를 키우는 X세대(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세대) 부모는 이런 아이들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6월14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X세대 부모’ 육아담당 양선아 기자, 김미영 기자와 수다를 나눴다.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아이들 10대들이 선호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유튜브라고 한다. 10대인 우리 아이는 유튜브를 얼마나 보고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

허윤희 10살 초등학생 딸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유튜브를 봤다. 레고에 관심 가지면서 만들기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도티’나 ‘간니닌니’처럼 자신도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한다. 지난 3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액괴(액체 괴물) 만들기, 애니메이션 티켓 개봉기 영상을 올리고 있다. 현재 구독자는 9명이다.

양선아 11살 딸과 9살 아들이 함께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벌써 1년 전 일이다. 팽이 레고 만드는 법, 아이클레이 만들기 등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로 ‘라이더’라는 게임법을 익히고 그 게임을 즐기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김미영 14살, 11살, 8살 세 딸이 있다. 딸들은 유튜브에서 아이돌 뮤직비디오 영상을 주로 본다.

양선아 우리 애도 그렇다. 여자 아이돌 트와이스의 영상을 보고 안무를 따라 한다. 그걸 영상으로 남긴다.

김미영 우리 아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유튜버들을 따라 한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캐리 언니처럼 장난감으로 노는 걸 좋아한다. 특히 꾸미기를 좋아하는 둘째 아이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찾아보고 화장하는 법도 배웠다. 아이라인까지 그릴 줄 안다.

활자보다 영상이 익숙한 ‘유튜브 세대’는 궁금한 게 생기면 포털이 아닌 유튜브를 먼저 검색한다. 유튜브로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양선아 그렇다. 아이들과 세대차를 느낄 때가 그런 경우다. 난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 검색창을 누른다. 그런데 아이들은 유튜브에 들어가 찾는다. 내 인터넷 시작 페이지가 네이버라면 아이들의 시작 페이지는 유튜브다.

김미영 우리 때는 ‘싸이월드’에 글과 사진을 남기며 나를 보여줬다. 그때는 텍스트와 사진 이미지를 주로 이용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영상 세대이니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을 주로 이용하는 게 아닐까.

양선아 아이는 관심 영역이 새로 생길 때마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는다. 한창 피아노에 관심 있을 때는 자기가 보기 편한 피아노 연주자의 영상을 봤다.

정보 검색하고 음악 듣고
양선아 기자

양선아 기자

지난 4월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을 보면, 10대는 전 세대 중 유튜브를 가장 오래 사용한 세대였다. 세대별로 사용시간이 10대는 76억 분, 20대는 53억 분, 30대는 42억 분, 40대는 38억 분, 50대는 51억 분이었다. 특히 10대는 카카오톡 24억 분, 네이버 16억 분, 페이스북 11억 분 등 주요 앱을 합친 것보다 유튜브를 더 오래 이용했다.

10대들은 유튜브에서 ‘하우투(How to) 영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나 공연 영상에서 음악을 감상한다.

유튜브에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도 많다. 유해 콘텐츠 대응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서 유튜브를 보는 아이들이 걱정될 때가 있을 것 같다.

김미영 남편과 내가 일하고 늦게 들어가면 아이들의 유튜브 이용을 통제할 수 없다. 어느 날에는 어른들의 콘텐츠인 영상을 본다는 걸 알고 걱정이 됐다.

양선아 딸이 요즘엔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다이어트 영상을 찾아본다. 영상에서 살을 빼기 위해 무엇을 먹으면 좋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많다. 아이가 그것을 사실로 믿을까 걱정됐다.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는 내용이 많다.

허윤희 내가 걱정하는 건, 아이가 유튜브 채널을 만든 뒤 구독자 수에 연연하는 점이다. 다른 반 친구의 채널이 구독자 수가 많다고 속상해한다. 댓글이나 구독자 수를 확인하려고 유튜브를 자주 볼 때가 있다.

김미영 우리 아이는 악플이 달릴까봐 유튜브 채널을 안 만든다고 한다. 상처가 되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있다.

양선아 실제 초등학생들이 유튜브 댓글 때문에 싸움이 붙은 경우도 있었다. 친구가 단 댓글을 보고 그 친구를 욕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자칫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주위 부모들을 보면 유튜브 등 디지털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디지털 접근을 막을 수도 없고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서도 힘들어한다.

양선아 아이들이 영·유아 때부터 디지털에 노출된다. 디지털 교육에 대해 조언해주는 이도 많지 않다. 부모들 각자의 몫으로 떠넘겨진 상황이다. 일단 부모가 자신의 스마트폰 생활을 돌아봤으면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거울로 삼는다. 나 역시 집에서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봤다. 아이들은 자기는 못 보게 하고 엄마는 스마트폰 한다고 말한다. 우리 가족은 스마트폰 안 보는 시간을 만들려고 주말에는 야외로 나간다. 그래야 스마트폰을 덜 본다.

김미영 (디지털 사용에 대한) 자율과 통제가 적절히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그 적정선을 찾기 쉽지 않다.

디지털 어떻게 제대로 사용할까

‘디지털 이주민’ 부모들은 ‘디지털 원주민’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의 지은이 아동심리학자 얄다 T. 울스가 몇 가지 디지털 시대 양육법을 알려준다. 가장 중요한 건 항상 대화의 통로를 열어놓은 상태에서 자녀에게 어느 정도 자율성을 허락하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족이 디지털 사용을 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고 자녀에게 처음 모바일 기기를 줄 때는 사용 범위와 시간 등을 명시한 ‘스마트폰 사용계약서’를 쓰는 것도 권한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디지털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줄까’ 디지털 시대를 사는 모든 부모들의 고민이다.

진행·정리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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