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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힘든 광주 자치구 공무원 인건비 편성 '조삼모사'

송고시간2018-06-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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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예산에 전액 편성 못 하고 추경에 나눠 올려 "예산 부족 탓"


본예산에 전액 편성 못 하고 추경에 나눠 올려 "예산 부족 탓"

추경 예산안 통과(PG)
추경 예산안 통과(PG)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박철홍 정회성 기자 = '지방자치단체는 법령 등에 따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법정·필수적 경비는 세출예산에 우선 계상하여야 한다.'

행정안전부훈령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의 8조 3항의 내용이다.

이 내용대로라면 각 지자체는 공무원 보수 등 인건비는 본예산 편성 때 우선 배정해야 한다.

그러나 광주 5개 구청 중 상당수가 인건비를 본예산에 전액 반영하지 않고, 추가경정 예산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광주 자치구 추경안 등에 따르면 5개 구청 중 절반 이상인 3개 구청에서 공무원 보수와 연금부담금 등에 해당하는 인건비 상당액을 추경에 반영했다.

북구는 2∼3개월 치 보수·연금분담금 113억원을 추경에 올렸고 남구는 110억원, 동구는 51억원의 인건비 추경에 반영했다.

반면에 광산구와 서구는 수당·건강보험금·인력변동에 따른 변동액 등 비교적 소액 인건비만 추경에 반영했다.

인건비를 본예산에 넣지 못하고 추경에 편성하는 지자체는 공교롭게도 재정자주도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기초지자체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광주 북구는 지난해 기준 재정자주도가 29.51%로 최하위이고, 남구는 32.74%로 밑에서 네 번째, 동구도 하위 20위권 안에 들었다.

재정자주도는 지자체 일반회계의 세입 중 자체수입과 자주재원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자주도가 낮을수록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폭이 좁다는 의미다.

재정자주도가 전국 최하위인 북구는 자체수입이 970억원, 자주재원이 722억원으로 전체 5천735억원 중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약 1천70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945억원에 달하는 한해 인건비를 모두 본예산에 편성하게 되면 청소·폐기물 처리비와 국·시비 매칭 사업비 등에 배정할 예산이 거의 남지 않게 된다.

같은 이유로 재정자주도가 낮은 각 지자체는 우선 편성해야 할 필수 경비인 인건비 2∼3개월 치 예산을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남겨뒀다가 이후 추경을 통해 확보하는 식으로 여유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부족한 재정 상황에 조기 집행의 성과를 내 상사업비라도 한 푼 더 받고자, 인건비 편성을 줄이고 조기집행할 수 있는 사업비 편성을 조금이나마 늘이려는 지자체도 있다.

광산구와 서구도 재정자주도가 낮기는 타 구청과 마찬가지지만 인구수와 비교하면 예산총액이 많아 여유가 있거나, 세입을 비교적 넉넉히 계산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는 추경에 편성하지 않고 있다.

광주의 지자체 관계자는 "인건비를 본예산에 전액 편성하지 않는다고 법이나 지침을 어기는 것은 아니지만, 없는 예산을 '조삼모사'해 여유를 만들어보자는 고육책이다"며 "지방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탓에 광역시 기초자치단체의 사정이 타 지자체보다 더욱 심각해 발생한 일로, 세입·세출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당장 해결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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