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의 시시각각] 조성진의 다섯 가지 의문

이정재 2018. 6. 2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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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한 지난주 말의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의문투성이다. 우선 굉장히 서둘렀다. 15일 오전 이사회를 14일 오후에 통보했다. 장소도 이상하다. 보통은 본사가 있는 경주에서 한다. 그런데 이번엔 서울에서 했다. 시점도 묘하다. 지방 선거가 끝난 직후다. 12명의 이사 중 딱 한 사람이 반대했다. 찬성 11, 반대 1. 보통은 반대 1이 틀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는 이번엔 반대라고 생각한다. ‘반대 1’의 당사자 조성진 이사(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어제 사임했다. 그는 “다섯 가지 의문을 풀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첫째, 경제성 평가를 믿을 수 없다. 한수원은 2015~17년을 놓고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따졌다. 평균 57%만 가동해 수익성이 없다고 했다. 월성 1호기는 2016년엔 경주 지진 때문에, 2017년은 점검을 이유로 약 1년을 세워놓았다. 그래놓고 그 기간 동안 전력을 생산 못 했다고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조 교수는 “경제성 평가 자료를 보자고 했지만 한수원은 주지 않았다”고 했다.

둘째, 하필 왜 지금인가. 유가가 크게 오르는 시기다. 원전 발전을 줄이고 석탄과 값비싼 신재생, LNG 발전을 늘리느라 발전 공기업이 일제히 적자를 내고 있다.(한국전력은 2분기 연속 1200억원대 영업 손실을 냈다. 부채도 급증했다. 지난해 9월 104조원에서 12월엔 108조8243억원으로 3개월 새 4조원 넘게 늘었다.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이 늘었다. 100% 자회사인 한수원의 부채가 2조8000억 늘어난 게 컸다. 올 1분기엔 111조8265억원으로 또 3조원이 불었다. 6개월 만에 7조원이 불어난 것이다. 탈원전이 이어지면 이 정부 임기 내 한전 부채만 수십조원이 늘 수 있다) 게다가 곧 북한에 전력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의 전력 예비율은 20% 안팎이다. 북한을 지원하다 남한이 블랙아웃 될 수도 있다. 월성 1호기 폐쇄는 성급했다.

셋째, 왜 한수원이 앞장서나. 한수원은 원전을 짓고 운용하는 게 본업인 회사다. 원전 폐쇄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다. 2022년까지 월성 1호기 수명을 연장하고 재가동을 승인한 것도 원안위다. 7000억원을 들여 철저히 수리한 뒤 재가동했다. 굳이 폐쇄하려면 신고리 3, 4호기 때처럼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옳다. 한수원의 폐쇄 결정은 업(業)의 본질을 뒤집은 것이요, 자기 부정이나 다름없다. 법률 검토를 거쳤다 하나 애초 한수원이 할 일은 아니다.

넷째, 왜 중간은 안 되나. 폐쇄 아니면 가동, 두 개의 선택지만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유지·보수만 할 수도 있다. 발전을 안 하니 핵연료도 필요 없다. 그러다 전력난이나 급전이 필요할 때, 핵연료를 넣고 재가동하면 된다. 400명인 현 인원의 절반 정도 인력이면 유지엔 충분하다. 연간 유지 비용도 많아야 5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탈원전으로 날린 수조원에 비하면 적은 돈이다. 월성 1호기만한 원전을 다시 지으려면 3조원은 든다. 고용 유지 효과도 있다. 유사시엔 이 인력을 북한 전력 지원이나 사우디아라비아·영국 원전 수주 때 활용할 수도 있다.

다섯째, 왜 스스로 먹거리를 팽개치나. 우리 원전 기술은 지금 수준만 유지해도 앞으로 30년 세계 최고를 지킬 수 있다. 수만 명의 고용, 그것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일자리 정부가 왜 스스로 일자리를 걷어차나. 원전을 과학이나 산업이 아니라 이념으로 보는 것 아닌가.

조 교수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최신형 한국형 원전(APR1400 플러스)의 시험 기회를 놓친 게 가장 안타깝다”며 “(관련 기술·특허·인력이)한수원의 가장 큰 재산인 만큼 잘 관리해 달라”는 당부로 사임의 말을 마무리했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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