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해운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또 구속을 면했다. 이 전 이사장은 앞서도 한진 계열사 직원, 공사 작업자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지만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출입국관리법 위반한 혐의로 이 전 이사장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범죄 혐의의 내용과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 수사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양천경찰서에 대기하던 이 전 이사장은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귀가했다. 조사대는 기각 사유를 분석해 이 전 이사장을 재소환해 조사하거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추가로 수집하는 등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조사대)는 18일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인 10여명을 대한항공 연수생 신분으로 ‘위장 입국’시킨 뒤 자택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위반)를 받는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려면 재외동포(F-4) 또는 결혼이민자(F-6) 신분이어야 하는데 일반연수생 비자(D-4)로 위장한 것이다. 출입국관리법 제18조 3항은 체류자격이 없는 사람을 고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한다.
이 전 이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전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한진 계열사 직원, 공사 작업자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혐의(특수폭행)로 지난 4일 구속심사를 받았지만 기각됐다.
이와 관련해 갑질 피해자 11명 중 10명이 이 전 이사장의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구속심사가 있던 4일 기준으로 처벌을 원했던 피해자 10명 중 5명이 이 전 이사장과 합의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이들 중에는 유일하게 영상 증거가 확보된 호텔 공사장 폭행피해자와 운전 중 폭행을 당한 수행기사 등이 포함됐으며, 일부는 억대 합의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