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늪 축구가 티키타카를 앞세운 스페인을 절망에 빠뜨릴 수 있을까.

이란이 21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2차전 스페인과 맞대결을 벌인다. 이란은 1차전 모로코와 맞대결에서 극적인 1-0 승리를 따내며 기세가 올랐다. 세계 최강 스페인을 상대하지만 색채가 뚜렷한 축구로 이변의 바람을 잇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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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1차전은 정말 놀라웠다. 경기 초반,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모로코의 공세에 크게 밀렸다. 과도한 긴장 탓인지 실수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모로코의 공격은 무뎌졌다. 늪 축구의 힘이었다. 모로코는 자신들도 모르는 새 이란의 늪에 빠져들었고, 패배로까지 이어졌다.

아시아에서나 월드컵에서나 이란의 축구는 정말 재미없다. 설마 했지만, 월드컵에서까지 시간을 끌줄은 몰랐다. 그런데 결과를 가져왔다. 분명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뒤처지지만, 이를 뒤엎을 수 있는 끈끈한 힘이 있었다. 모로코전을 지켜본 팬들은 재미는 없는데, 계속 보게 되는 묘한 매력에 빠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란의 늪 축구는 선수뿐 아니라 지켜보는 이까지 사로잡을 만큼 강렬하다. 7년간의 성과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지휘 아래 물샐틈없는 수비를 만들었다. 포백과 스리백, 파이브백, 텐백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이란의 페널티박스 부근에서는 쉽사리 슈팅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면서 슈팅 공간을 모조리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란의 대이변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란은 버티는 데 정말 능하다. 4년 전에는 리오넬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3년간 이란의 늪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더욱 깊어졌다. 이것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과 본선 1차전 모로코와 맞대결에서 증명됐다.

이란이 마음먹고 버틴다면, 스페인도 쉽지가 않다. 이란은 뒤로 물러서 슈팅을 막는 데만 집중한다. 스페인이 수비 지역 바깥에서 패스를 쉴 새 없이 주고받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모로코전처럼 전방 압박도 자제한다. 오직 자신들의 수비 블록으로 진입했을 때만 빠르게 압박하고, 공간을 메우는 움직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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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페인의 화력은 막강하다. 최전방의 디에고 코스타를 시작으로 다비드 실바와 이스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코케 등 텐백도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1차전 포르투갈과 맞대결에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마르코 아센시오와 호드리고 모레노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란의 수비 조직력은 본선에 나선 32개국 중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역습도 조심해야 한다. 적은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러시아 무대를 누비는 사르다르 아즈문과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알리레자 자한바크슈다. 모로코전에서는 득점에 실패했지만, 스페인의 방심은 이들의 결정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스페인을 잡으면, 죽음의 조를 가장 먼저 통과하는 대이변을 완성한다. 이란이 다시 한 번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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